'응답하라 1988'이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면서 역시 믿고 보는 응답하라 시리즈로 거듭나고 있다. 이쯤 되면 ‘응답하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샘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대를 역주행하는 데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는 까닭은 그것이 그 시대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응답하라는 그 시대의 청춘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1988년에 대한 고증은 386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그 고증에 대한 고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고증 자체가 드라마를 견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누가 덕선의 남편인지 맞히는 것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응사에서 남편 맞히기로 재미를 좀 본 덕인지 응팔에서도 여지없이 남편 맞히기를 메인 컨셉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제작진의 영리한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우선 응답하라 연기자들이 20대이기에 20대층은 잡은 것이나 다름없고, 고등학생들의 썸타는 삼각관계를 그렸기에 10대도 사로잡았다. 이미 기존의 응답하라 시리즈로 브랜딩되어 30대는 응답하라에 자동으로 응답하고, 1988년을 다룸으로 인해 40대도 응답하게 되었다. 즉, 10대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시청층을 가지게 되었으니 시청률이 안 오를 수 없는 노릇이다.

▲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남편 맞히기도 하나의 눈속임일 뿐이다. 더 이상 누가 남편인지 관심이 없다. 응팔 첫 회부터 정환이 남편일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고, 지금까지의 진행 내용으로 보아 이변은 없을 것 같다. 이번 주 이야기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정환이가 덕선의 남편일지 택이가 덕선의 남편일지가 아니라, 최무성이 "선영아"라고 부르는 장면이었다.

관계의 반전

"어? 저기 UFO 날아간다"라고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잽싸게 김밥을 빼앗아 먹던, 얄밉지만 귀여운 친구처럼 응팔 제작진은 관계의 반전을 통해 응팔의 재미를 더해간다.

이번 주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최무성과 김선영의 관계였다. 홀아비와 과부의 썸씽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정도로만 생각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고향 오빠 동생 사이였다. 최무성이 김선영의 고향 오빠이고, 선영의 친오빠가 최무성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정환, 선우, 택, 동룡처럼 둘도 없는 친구 세 명 중 한 명이 죽자 선영의 친오빠와 최무성이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최무성이 뇌출혈로 입원하자 선영의 친오빠가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선영과 최무성의 관계가 밝혀지게 된다.

▲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식스센스급 반전이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덕선이 남편이 누군지 맞혀봐"라고 말해놓고 최무성이 선영의 고향 오빠라는 것을 밝힌 제작진은 얄밉지만 귀엽기도 하다. 1회부터 최무성은 어눌하고 느린 아들바보 역할로 나왔다. 말도 잘 못하고,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돈은 많은데 또 잘 안 쓰고, 하염없이 아들만 기다리는 홀아비가 바로 최무성이었다. 동네 여편네들에게는 놀림감이었고, 과부인 선영과 이어주려는 썸씽도 있었다.

같은 처지여서 그런지 선영은 그간 최무성을 더 챙겨주었고, 병원에선 간병인 노릇을 톡톡히 하며 거의 썸을 타는 분위기로 이끌어갔다. 붕어빵을 앞에 두고 "선영아!" 했을 때는 ‘응? 뭐지? 고백하려 하나? ’싶었다. 최무성이 김선영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항상 존댓말을 하고 어색해했으며, 쑥쓰러움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제작진이 김밥을 빼앗아 먹기 위한 멍석이었던 것이다.

그 둘이 동향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무성은 과격한 말투의 경상도 싸나이가 되어버린다. 최무성의 반전매력에 응팔 최고의 남자는 정환도, 선우도, 택도, 동룡도 아닌 최무성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외로움에 사무쳐

시청자들이 '응답하라 1988'에 응답하는 이유는 단지 1988년이 그리워서, 남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가 아니다. 더 풍요롭고 편리하지만 그만큼 더 외로움이 사무치는 이 시대에, 관계 혹은 함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감성을 담고 있는 이 드라마에 우리는 응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응답하라는 시청자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이 시대에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주려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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