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발표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계열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IPTV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이자 알뜰폰(MVNO)사업을 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방송통신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방송이 기본적으로 추구해야할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 훼손을 비롯해 고용승계 혹은 구조조정 등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은 경쟁 유료방송사업자들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면서 정작 주요 있게 살펴봐야하는 요소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이다.

25일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정호준 의원 주최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중앙대 경제학부 이광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SK그룹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위->2위(14.6% 증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 2위->2위(4.4% 증가), △유선전화 시장점유율 3위->2위(2.5% 증가), △이동전화 시장점유율 1위->1위(1.5% 증가) 등으로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유료방송시장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25일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정호준 의원 주최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됐다ⓒ미디어스
문제는 그만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가입자 및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분명한 방송정책에 대한 철학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KT, LG유플러스 등 이해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자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나 아쉬움을 남겼다.

“M&A로 위기극복…고용 문제에 신경써달라”…구체적인 사업 전개는?

SK텔레콤, “KT 등이 M&A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CJ헬로비전, “CJ입장에서는 콘텐츠-플랫폼 수직계열화 구조를 깨는 결과”

SK텔레콤 이상헌 상무는 “우리나라 통신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국가경제를 견인해왔으나, 최근 시장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심각한 ‘성장정체’에 직면했다”며 “올해 통신 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까지 동반 하락했다. 이에 통신 사업자들은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고 CJ헬로비전 합병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 SK텔레콤 이상헌 상무와 CJ헬로비전 탁용석 상무
SK텔레콤 이상헌 상무는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M&A 및 융합 서비스를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융합을 통한 사업구조 개편 및 효율적인 자원배분 방안으로써 M&A는 일반적인 대안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콘텐츠 분야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교차되는 방송산업은 통신과 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면서 “이미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T&T(통신)-DIRECTV(방송)_2015년 7월 미국, △Telefonica(통신·방송)-Canal(위성방송)_2015년 4월 스페인, △Vodafone(통신)-Ono(케이블)_2014년 3월 스페인, △Voldafone(통신)-Kabel Deutschland(케이블)_2013년 9월 독일, △ZON(케이블TV)-Optimus(통신)_2013년 1월 포르투갈 등의 인수합병의 예를 들었다.

SK텔레콤 이상헌 상무는 “이번 M&A를 통해 글로벌 방송·통신 융합 트렌드에 부합해 ICT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주도해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 가입자를 SK브로드밴드 쪽으로 옮기는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케이블사업자들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답변으로만 갈음했다. 사실상 구체적인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답변은 피해간 셈이다.

인수대상이 된 CJ헬로비전 탁용석 상무는 “CJ그룹차원에서도 ‘이익을 내는 회사 매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많은 고민 속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면서 “CJ헬로비전은 IPTV의 급성장과 방송-통신 결합상품 확산, 지상파 재전송료 갈등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M인수 등 수년간 규모의 경제 달성과 차세대 서비스의 선도적 출시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 하지만 뜻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IPTV 도입으로 인한 1500가입자들이 이동하는 등 케이블 사업 자체에 대한 지속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CJ헬로비전 탁용석 상무는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CJ그룹이 유료방송시장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콘텐츠-플랫폼 수직계열화 구조를 깨트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이 보다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만 M&A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문제는 고용”이라면서 “이번 합병에서 모범적 선례가 나오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독과점화 심화 및 방송서비스 무료 등 문제”…사업자들 입에서 나온 ‘공공성’

KT, “저가구조 고착화 및 지역방송시장의 독과점화 심화”
LG유플러스, “방송서비스가 ‘무료’화…이번 인수합병 불허돼야”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은 ‘공공성’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주요 국가에서 진행된 방송-통신 간 M&A와 관련해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허하거나 강한 조건을 부과했다”며 “기본적으로 사업자 수의 감소는 투자와 가격경쟁 유인을 저해한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수보장과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해 “1/3권역에서 한 사업자가 6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 구조가 창출된다”며 “전국 2위 사업자, 전국 점유율 26% 논리는 지역독점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무선다회선 결합상품으로 방송을 ‘이통의 덤’ 상품으로 만들면서 이동시장 지배력을 방송시장으로 전이시키는데 주력했다”며 “SK텔레콤이 이동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방송 결합상품 전략을 확대 적용하면 유료방송의 저가구조가 고착화되고 지역 방송시장의 독과점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KT 역시 ‘저가구조 고착화’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KT는 IPTV 1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알뜰폰’ 시장구조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CJ헬로비전)을 인수해 케이블-무선 결합상품을 통한 이동지배력 강화가 우려된다”면서 “또, SK와 CJ의 전략적 제휴로 PP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입지를 확보한 가운데 차별적 거래 발생 여지가 충분해 공정 경쟁 저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수 부소장은 “전국 사업권 기반의 IPTV 사업과 지역 사업권 기반의 케이블TV의 합병에 따른 지역성 확보 방안이 <방송법> 내에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 허용시 지역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알뜰폰 1위, 유선방송 1위 사업자 인수·합병으로 SK텔레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지역시장을 잠식하고 방송통신시장 장악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사건”으로 규정한 뒤, “SK텔레콤이 23개 지역의 독점적 커버리지에 기반한 CJ헬로비전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대체 결합상품 출시가 불가능한 사업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경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활성화’의 정책기조와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방송법령이 공정경쟁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방송의 공익성과 지역성, 다양성 등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해 방송통신 결합판매를 강화하게 되면 방송서비스가 ‘무료’화될 것이며, 거대 이동통신사업자를 따라갈 수 없는 SO들은 시장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로 인한 플랫폼의 다양성이 훼손돼 결국 콘텐츠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및 가계통신비 증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형일 상무는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의한 방송통신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고 경쟁 활성화 및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해 이번 인수합병은 불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엇에 주목해야하나

이와 같이 토론회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총출동하면서 이해관계 조정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그러면서 정작 이용자·시청자들의 관점에서 정부가 살펴봐야할 문제점들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프랜차이즈들의 진출로 지역의 빵집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형 유통 마트가 지역에 진입한 프렌차이즈 빵집을 인수하는 것과 같다”며 “이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쟁점으로 △알뜰폰을 포함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확대, △유료방송결합상품 영향력 확대, △유료방송시장의 불공정 경쟁 발생 가능성과 실질적 경쟁가능성 상존, △유료방송 서비스의 수신 다양성 감소 등을 꼽았다.

김경환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은 결국 전략적 제휴”라며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CJ그룹과 플랫폼을 강화한 SK가 어떤 것을 주고받을 것인지, 그 속에서 불공정 경쟁이 생길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SK가 CJ헬로비전 가입자를 SK브로드밴드 쪽으로 옮기는 것으로 활용한다면 결과적으로 CJ헬로비전 부분에서는 인력축소와 경비효율 등의 문제로 서비스 품질 저하 등 가입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케이블을 통신사업자가 지배하는 형태로 된다면 수신다양성이 저해될 수 있어 케이블 등 매체 도입목적이나 철학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광훈 교수 또한 “방송산업의 발전과 방송의 기본가치(지역시장 집중도 증가/여론 왜곡/케이블 시장 침체 가속화)에 대한 충돌이 기본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측면에서도 특정시장에서 지배력 확대되고 통신에서 유료방송으로 지배력이 전이되는 등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제정책과 김경만 과장은 “최대주주 변경과 합병 건으로 SK텔레콤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어떤 합병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부계획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사 입장에서의 ‘공정경쟁’ 이슈와 ICT산업의 유료방송 관련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송의 산업 영역 이외에 방송이 추구하는 공공성 등의 가치들을 주요하게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 선중규 과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시장 경쟁이 어떻게 제약되는지 봐야한다”며 “상품시장과 지배적시장 등 올바른 시장획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국제적 트랜드나 해외사례도 면밀히 살펴보고 관련부처와 잘 협의하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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