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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구조의 변화가 ‘조물주 위의 건물주’ 바꾼다[김상철의 다른 서울]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에 대해
김상철 /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 승인 2015.11.25 11:22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고, 지역 내에서 극복의 움직임이 있는 6개 지역(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세운상가·성수동)을 대상으로 정책과 자원을 지원해, 모범사례를 도출하고 시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으로, 협의기구 강화에서부터 법제도 개정까지 총 7가지의 정책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정책을 우선 해당 지역별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되 여기에 임대인, 임차인, 지역주민, 전문가와 시·구 공무원 등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서울시는 지난 6월 22일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낯선 외래어로 설명되는 도시 현상이 더 이상 특수한 사례가 아님을 행정이 인식하기 시작한 첫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지역상권의 활성화로 기존 임차인과 원주민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지역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설명하지만 이는 정확한 뜻이라 할 수 없다. 최초로 이 표현을 사용했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는 런던 도심의 노동자 밀집 구역에 중산층이 이주함으로서 기존 노동자들이 교외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 즉 거주민의 사회경제적 교체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했다.

즉, 소위 중간계층화(젠트리화)라는 속성은 단순히 비용 증가에 따른 이주를 의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하위 계층의 주거지가 중산층 혹은 상류층의 주거지로 물리적 변화를 겪는 현상을 뜻한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많은 경우 경제적 계층의 문제를 일으키고 해법 역시 계층 문제에 개입하는 도시정책의 차별적 성격에 놓인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근래 심화되고 있는 주요 상권의 문제를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시도다. 이번 발표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해 3월에 ‘임차상인 보호대책’이라는 이름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주되게는 기존 법령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환산보증금제도 개선, 임차기간의 보장과 임대료 상한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법률개정권한이 있는 법무부에 ‘개정 건의’를 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비슷하게 중개업자가 건물주와 담합을 해서 권리금 등을 약탈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가 ‘표준계약서’를 개발하여 시행하도록 ‘건의’했다. 이것 외에 서울시의 행정력을 통해서 시행하는 방안으로는 소상공인지원센터 내에 ‘갈등조정관’ 을 설치하여 법률상담과 갈등 중재를 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대책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진행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대한 후속조치였다는 점에서 보면 상당히 소극적인 대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총 5,052개의 상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서,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만 보호를 받을 수 있을 때 강남상권의 상가 중 45%는 대상에서 벗어나며 서울 전역의 상권에서 평균 임대기간이 1.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는 기존 법률에 정해진 임차인의 권리조차 임대인과의 불평등한 개별 관계에 의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무했다. 실제로 5년 동안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법에 보장되어 있는데도 평균 임대기간이 1.7년에 불과했다는 조사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이런 2014년 서울시 대책의 한계는 상가임대차 분쟁이 일반적인 도시 문제가 아니라 매우 특수한 일탈 현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건물주와 중개업자의 답함은 단순히 단속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표준계약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약’이라는 방식으로 임차인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소상공인지원센터 내의 ‘갈등조정관’은 외려 임차인들을 두번 곤란하게 만드는 기능을 했다. 기존 법률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도 “현행 법률 상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상담을 함으로서 기존 임차관계의 불평등한 상황을 무시했다. 당연히 법률상의 미비점이 있고 이로 인해 끊임없이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에 의해 문제가 생기는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기 보다는 기존 법률의 한계를 그대로 반복하는 중재가 의미있을리 없다.

행정이 없는 곳에 맘상모가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서울시내 임차인 분쟁은 그치질 않았다. 강남역 라떼킹,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북촌 아랑졸띠, 서촌 파리바게트, 홍대앞 삼통치킨과 숯닭 등 서울시 대책 이후에도 벌어진 분쟁을 대충 꼽아보더라도 이렇다. 이는 그동안 상가 임차관계를 주택 임차관계와 대비해 그 중요성을 낮춰보거나 혹은 임대인-임차인의 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정책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임차관계의 약탈성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로소득의 편취로 나타났고 그래서 서울시의 행정이 법의 불균형을 보완해줄 수 있는 정책적 의지가 더욱 중요했다.

의미없는 대책이 헛바퀴를 도는 사이, 서울시 행정의 공백을 채운 것은 상가 임차인 당사자들이었다. 앞서 언급한 2014년 서울시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임대기간이 1.7년이었으나 올해 8월에 완료된 2015년 조사 결과를 보면 6.1년으로 길어졌다. 불과 1년여의 시간이다. 일년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을까. 서울시의 대책은 제자리르 맴돌고 있었을 뿐이며, 지난 5월에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내용은 권리금에 한정될 뿐 계약기간 보장에 대한 사항은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앞서 언급한 상가임대차 분쟁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임차인들의 싸움이 진행되었다.

연일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상가 임차인 분쟁은 거의 모두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 모임(약칭 맘상모) 회원들이었다. 이들이 서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하루 장사를 작파하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분쟁을 만들었고 갈등을 드러냈다. 기존에는 그냥 건물주와 중개업소의 힘과 정보에 밀려서 쫒겨나거나, 부실한 법령에 의해 법적 소송에서 져서 쫒겨나거나, 혹은 개인의 힘으로 건물주가 동원한 막대한 용역의 폭력에 밀려 쫒겨나거나 했었다. 하지만 맘상모 상인들의 집단적 힘은 건물주와 중개업소, 그리고 이들을 수임함으로서 돈을 벌었던 상가분쟁 전문 변호사들의 카르텔을 깰 수 있었고, 법에선 지더라도 상식의 힘으로 끝까지 싸워낼 수 있었으며, 용역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맞아가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지역 상가의 임대기간이 1.7년에서 6.1년으로 늘어났다면(표본 등 조사방법의 오류는 접어두자), 그것은 정부나 서울시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맘상모와 같은 임차상인 당사자들의 싸움과 이를 통한 사회적 여론의 형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분명히 법적으로 5년간의 계약갱신청구기간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1.7년에 불과했던 시기에는 ‘명시적 재건출 재개발 사업에 대한 고지’ 없이 건물주의 ‘할 생각이 있다’는 통지 만으로도 쫒겨 났었다.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쫒겨나는 것도 부지기 수였다. 맘상모 상인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부딪혀 싸웠다. 설사 법이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상식의 힘을 믿으며 싸웠다.

이런 사이 젠트리피케이션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서 사회문제로 드러났다. 오래 전부터 있던 현상이었으나(명동, 대학로, 인사동, 서촌 등) 드러나지 않았던 현상이 문제로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과 작년 대책 사이의 1년 8개월 동안에는 맘상모가 있었다.

 

   
▲ 서울시는 2014년 3월에 임차상인 보호대책을 내놓고 1년 8개월 만에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이 사이 맘상모 상인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선의에 기대하기 보다는 ‘구조’에 주목해야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은 기존의 상가임차인 보호대책에 비해 기대가 크다. 기존의 대책에서는 임대차 분쟁을 몇몇 건물주나 중개업소의 일탈로만 접근했는데 비해 이번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현상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임대차 분쟁의 핵심에는 불로소득의 착취가 용이한 현행 법제도와 행정관행이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몇몇 일탈을 바로잡는다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법제도 및 행정관행의 개선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그에 앞서서 기존 법제도와 행정관행이 많은 부분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 왔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자산화’ 전략에 놓인다. 주변 시세에 따라 연동하는 건물임차료는 결국 개별 건물주의 의지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관리를 통해서 통제될 수 있다. 지역에 의해 자산화된 상업건물이 주변 시세를 조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개별 건물주들의 약탈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적정 수준의 상가가 있는데 굳이 비싼 건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를 위해 특정 지역에 대해 업종을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시행하겠다는 것 역시 중요한 진전이다. 실제 해외의 주요한 도시들은 상업지구라 하더라도 장소성과 지역 상업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해 용도 및 건축행위 제한을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내 건물 내 마음대로 한다’는 것과 이에 대한 공법적 개입을 ‘재산권 침해’로 이해하는 일차원적인 소유권 구조가 일반적이다. 도시계획과 건축에 있어 행정의 인허가권을 단순히 절차적 수준으로만 접근 하는  행태 역시 이런 관행을 강화시켰다. 서울시가 상가 임대차 분쟁에 대해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 공공자금을 융자함으로서 지역 임차상인 혹은 임차상인조직이 상가건물을 매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서울시가 내놓은 자산화 전략이 공염불로 끝나지는 않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외에 <상가임차인 보호 조례> 제정과 성동구에서 제정하여 시행 중인 ‘상생발전조례’를 참조해 제안하는 <지역상생발전특별법>의 아이디어 역시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서울시가 이번에 내놓은 7가지 과제가 사실상 일종의 순서로 보인다는 점인데, 다시 말해 실제로 재원이 투여되는 국면인 다섯번째 앵커시설 확보 및 운영과 두번째 상생협약 체결 유도라는 사업이 선후 관계이거나 혹은 단기-장기 대책의 관계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우려대로 이번 서울시 대책 7가지가 시간적인 선후관계로 짜여져 있거나 정책우선순위로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번 대책 역시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보자. 소위 '상생협약'의 경우만 해도, 서울시가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 2014년 서대문구의 상생협약은 실제로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의 관광호텔 계획에 의해 쫒겨날 처지에 놓인 신촌로터리 주변 상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홍대입구 주변에서 시행되고 있는 '착한 건물주 찾기' 역시 삼통치킨의 분쟁과 숯닭의 분쟁을 막아주지 못했다. 또 지역에서 상인을 대표해 협약이나 사업을 주도하는 상인회 구조 역시 한계가 있다. 이미 상인회가 건물주 중심의 기득권 단체가 되어버린 곳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인데, 당연히 '상생협약'이나 '좋은 건물주 찾기'는 생색내기에 머무른다.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서 이번 서울시의 대책이 좀 더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에 전통적으로 유지되어온 지역 거버넌스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지역 상권의 이해관계자를 소유관계로만 축소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장사하는 임차상인과 단골 등 고객층과 같은 '상권의 공유자'들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권도 이용하는 시민이 없으면 존립하기 힘들고, 실제로 가게를 열어 상권을 개척하는 상인들이 없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기존 지역 상권 거버넌스는 지나치게 소유권 중심으로만 짜여져 있다보니 현실 문제를 개선하는 힘은 고사하고 기존 상인회에 의해 위화감만 조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최근 논란이 된 홍대앞걷고싶은거리상인회가 거리버스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장사를 하지 않는 건물주가 상인들을 대표해 서울시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남대문시장의 사례도 있다.

더 나아가 이번 대책이 진짜 실효성있게 진행되려면 7개의 정책과제들이 동시에 통합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7개 지역에서 시행될 거버넌스는 어디까지나 해당 지역 내에서 작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시청 회의실과 해당 상권의 거리감은 크다.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소유권 중심의 도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서두에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이 가지고 있는 계층적 속성을 강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도시가 사적 소유를 중심으로 짜여진다면 누구나 자기 재산의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동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개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도시의 행정과 법제도가 그렇게 사익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차인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서는, 상권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도시의 공공재로 재정의하는 것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서울시라는 도시는 배타적인 소유권의 모자이크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공유지의 네트워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급적 재원은 소유자를 우회해서 흐르도록 해야 하며, 공공 행정의 집행은 사적 관계의 불균형을 조정할 정도로는 편파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시의 발표에 설렜다. 그것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의 방향성이 맞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선후관계를 따질 때가 아니라 이미 늦은 사태를 막기 위한 종합적 처방이 필요할 때이고, 그래서 더이상 맘상모 상인들의 싸움에만 맡겨두지 않았으면 한다.

김상철 2004년부터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아 일하고 있다. 현재는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이며, 문화연대, 나라살림연구소, 예술인소셜유니온에서도 활동 중이다. <정치를 탐하다>(2014,꿈꾸는사람들), <무상교통>(2014, 이매진)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2014, 삶창)라는 책에 참여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노동과 인간중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도시사회주의자'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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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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