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자 <경향신문>에 보건복지가족부 의뢰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실시한 ‘2008년도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결과에서 포털 사이트 다음이 청소년 보호 최우수사이트로 선정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살짝 요약하면, 다음은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음란 관련 금칙어 관리, 청소년 유해정보 판단기준 강화, 민원처리 신속성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100점 만점에 87.61점을 얻어 포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 12월 11일자 <경향신문>기사의 모습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기사에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들이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비단 경향신문만이 아니라, 이 소식을 전한 대부분의 매체에서도 같았다.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라고 하는데 ‘모니터링’이 무엇이고, 다음은 ‘어떤’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적용되기에 좋은 점수를 받았을까? ‘음란관련 금칙어 관리’라고 했는데 다음은 ‘어떤’ 금칙어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한 판단기준을 강화했다면, 도대체 ‘무엇’을 청소년 유해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어떤’ 지점에서 ‘왜’ 강화했는지도 궁금하다. 또 ‘무엇’에 대한 민원처리를 ‘어떻게’ 신속하게 했다는 걸까?

그래서 먼저 보건복지가족부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거기에는 보도된 내용보다는 좀 더 많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가 있긴 했지만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해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 연락한 곳은 ‘2008년도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책임연구원이었던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유홍식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였다. 설문조사 항목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항목은 공개할 수 없다”였다. 윤 교수는 사이트업체들과 그렇게 계약했다고 말했다. 궁금증이 더 증폭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또 물었다. “설문조사는 언제 진행됐나요?” 돌아온 답은 “실시 날짜는 공개할 수 없고 대략 7~8월경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어라, 7~8월?’

유 교수는 ‘민원처리 신속성 평가’에 대해 들려줬다. “포털의 경우 22명의 이용자평가단이 각 사이트에 불만사항을 신고하고 그것이 처리되는 과정과 결과를 봤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 역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도 이야기도 했다. “그렇다면 평가단 이외의 사람들이 사이트에 올린 민원처리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에 포함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것 또한 수많은 항목 중에 하나였다고 답했다. ‘이거구나’. 이제 조금씩 궁금했던 매듭들이 풀리는느낌이 들었다.

이번엔 ‘금칙어’에 대한 평가에 대해 물었다. “어떤 금칙어들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그것에 대한 평가가 포함이 된 것”인지 묻자 “포털 쪽에서 수만개의 금칙어를 우리 쪽에 보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다만 각 포털이 어떤 규정을 두고 있고 그것을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2008년도 사이버윤리지수 평가’의 의미에 대해 윤 교수는 “윤리지수가 만들어진 것은 사이버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고, 정부 등의 강압이 아니라, 업체들을 끌어들여 자동적으로 정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뭇거리다가 마지막으로 ‘커밍아웃’했다. 정말 궁금해했던 그러나 매우 어려운 질문, “촛불집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윤 교수는 “다른 업체들도 똑같은 질문을 해왔었다”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설문에 의도는 없었고, 이용자평가단에서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그것(촛불집회와 연관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라고 말을 아꼈다.

촛불집회 당시 조중동 불매운동을 전개했던 네티즌들의 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다음에 58건의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었다. 다음은 이 요청에 대해 600건이 넘는 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답했다. ‘민원처리의 신속성’.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은 아직 정보서비스제공자에게 불법정보가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는지 모니터링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모니터링을 '의무‘로 두고 있다. 포털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다. 콘텐츠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할 수 없는 포털업체는 어떤 선택을 할까?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벌금을 물게 되더라도 그 콘텐츠를 그대로 인터넷상에 둘까?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지난 촛불집회의 도화선은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곧 ‘광우병괴담’ 수사, 촛불집회 휴교 단체문자 보낸 학생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 ‘청소년 유해정보 판단기준 강화’.

마지막 금칙어 관리. 다음 검색창에 ‘다음’과 ‘금칙어’를 치면 흥미로운 글들이 많이 나온다. “다음은 금칙어가 무엇인지 공개하길 바랍니다”, “다음사이트에서 ‘우리나라’라는 말이 금칙어랍니다”, “다음게시판에서 ‘30’이 금칙어라고 나오네요”, “뉴라이트만 언급해도 금칙어로 ‘저들’을 방어하는 다음”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다음 아고라에서는 “다음은 금칙어를 공개하고 매주 업데이트하라”는 청원이 일기도 했었다. 물론 그 글들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다음은 어떤 금칙어들을 적용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다.

▲ Daum 검색창에 '다음'과 '금칙어'를 치면 나오는 사이트 캡처
굳히기를 위해 이번에는 보건복지가족부에 전화를 걸었다. 아동청소년매체환경과 김태동 주무관은 너무나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많은 기자분들이 세부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조사는 강제 평가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에서 내부자료를 내줄 의무는 없는 것이다. 33개의 업체에 외부로 노출하지 않겠다는 비밀보장 약속을 하고 내부자료를 통해 조사를 한 것이다. 어느 기자분이 “그렇다면 무엇하러 조사했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조사는 세 번째 진행된 것으로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들과 앞으로 1~2년 정도 더 조사를 하면 이제 업체의 도움 없이도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모두 공개할 수 있을 거다.”

주무관은 같은 전화를 받는 것에 지친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자세한 것은 조사를 진행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에 물어보라고 했다. 이미 통화를 했다고 하니 이번엔 다음에 연락해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 결심했어. 마지막으로 다음에 전화해보는 거야’. 다음 화면 맨 밑자락 ‘청소년보호정책’을 클릭해서 들어갔다. 그 페이지에는 여러 가지 ‘원칙’, ‘조치’, ‘장치’ 등에 대한 것들이 적혀있었으되 궁금했던 것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객센터를 통해 담당자와 통화하고 싶다는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잠시 후 고객센터로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서 메일로만 답하고 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갸우뚱했지만 궁금했던 지점들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다. 과연 다음에서는 어떤 답이 올까? (독자들도 궁금하시면 다음 편을 기대하시길. 답이 오는 대로 알려드리겠다.)

참고로, ‘2008년도 사이버윤리지수 평가’와 관련해 보건복지가족부는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에 색다른 제안을 했다고 한다. 각 업체에 ‘컨설팅’ 보고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한다. 왜 잘 나왔는지, 어느 부분이 미약한지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떤 컨설팅을 받을까. 다음의 사이버윤리지수 평가 1위, 과연 축하할일인가 아니면 슬퍼할 일일까? 급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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