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00번지 방송통신위원회 앞. 10일 오후 2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손팻말에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말살하는 방통위원회를 규탄한다’, ‘사회적 약자 방송참여 막는 ‘PP 공모제’를 철회하라’ 등이 쓰여 있다. 방통위 담당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전경들은 입구를 막아섰다.
방통위 앞까지 몰려든 사연을 묻자 “방통위가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방통위가 2009년부터 방송법에 의거한 스카이라이프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 운영 방식을 위탁제에서 공모제로 전환하고 위탁운영 사업자인 시민방송 RTV의 제작지원비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시청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결정해 사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와 관련 방송법 70조에 의거해 시민방송 RTV를 통해 참여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 시민방송 RTV는 지난 2002년 시민의 방송참여 활성화를 위해 개국한 국내 유일의 시청자참여 전문채널로, 옛 방송위원회의 제작지원을 통해 비영리로 운영하면서 장애인·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과 시민단체의 프로그램 제작 참여 활동을 지원·방송하고 있다.
그동안 동아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RTV의 한미FTA 반대 집회 및 촛불집회 관련 시청자 프로그램 등을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며 지원중단을 요구해왔고, 방통위는 결국 RTV에 대한 지원 중단과 공모제 전환을 결정했다.
이날 단체들의 항의 끝에 정문으로 내려온 방통위 시청자권익증진과 담당자는 “왜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은 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도를 변경한 거냐. 어째서 면담요청을 거부했느냐”고 묻는 시청자단체들에게 “이미 RTV에 공모제 전환을 통보했다. 공개질문엔 응할 수 없다”며 항의서한도 받지 않고 그냥 들어가 버렸다.
전경들에 가로막힌 방통위 앞에서 현재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 중인 이주노동자방송 MWTV 소속 버마출신 이주노동자도 “시민방송 RTV를 통해 100만 이주노동자의 묻힌 목소리를 전달했다”면서 “한국사회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다문화’ 정책에 실제적인 이주노동자의 목소리가 있느냐. 방통위는 시청자참여전문채널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는 2008년 12월10일, 대한민국의 ‘방송통신 국민 주권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시청자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닫은 채 “할 말 없다”면서 말뿐인 ‘시청자권익증진’ 정책을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 시청자단체들의 참여를 막아서면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정책을 마련한 셈이다. 국민 주권과 문전 박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