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서의 갈등과 해결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고를 포함한 세 차례의 기고는 이 연구의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내용으로, 연구 결과물의 일부를 미디어스 독자들과 나누고자 작성되었다.

풍력발전을 지지해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풍력발전은 핵위험과 기후변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친환경에너지’라고 이야기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핵발전과 석탄발전에 매달리고 있는 중앙정부에게는 아직 악세사리에 불과하지만, 오랜 비판과 압력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조금씩 펼치고 있다. 풍력발전은 그 중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그러나 탈핵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정부 정책은 답답할 만큼 느리고 소극적이다.

하지만 풍력발전단지가 개발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풍력발전이 꼭 ‘친환경에너지’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잘 보존된 산지를 깎아내고 시멘트를 퍼부어 세운 거대한 타워과 허공을 가르는 커다란 날개는 위압적이다.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과 저주파들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변의 새와 박쥐 등 날짐승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주장하는 이도 있다. 게다가 정보공개나 의사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사업 방식은 주민들의 반대를 더욱 거세게 만든다.

이리 생각하면, 풍력발전 자체가 무조건 선일 수는 없다. 따라서 풍력발전 찬반을 묻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질문을 풍력발전기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며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는가로 바꿔야 한다. 이와 관련되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에너지전환의 원칙이 이미 존재한다. 대규모 에너지 시스템을 중앙집중적 방식에서 소규모 지방분산적으로 전환하고, 지역 환경과 조화되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으로 모색되는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전국 곳곳에서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주민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풍력발전에 대한 상이한 의미부여와 평가, 사업 추진방식의 일방성과 제도적 미비, 풍력발전을 둘러싼 환경적․경제적 이해관계 대립 등, 여러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갈등의 원인과 양상들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는 이들은 갈등을 가능한 제거하거나 우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 결과 이미 제시되어 있는 해결책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풍력발전의 부지를 선정하고 개발하는데 필요한 환경적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엄격히 준수토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음 피해 등을 줄이기 위한 이격(離隔)거리를 정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둘째, 시민참여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충분한 정보 공개와 사전 설명도 없이 들어서는 풍력발전기에 대한 주민 반감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에 주민들이 지분을 갖고 참여하거나 협동조합을 만들어 풍력사업을 직접 수행하여 수용성을 높이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부터 생각을 조금 바꿔 보자. 주민갈등을 가능하면 억제하고 제거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에너지전환을 보다 타당한 경로를 모색하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는 계기로 바라볼 수도 있다.

▲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김녕풍력실증단지 내 풍력발전기 (사진=연합뉴스)

제주 난산풍력 갈등이 낳은 새로운 사회적 혁신_공풍화

2006년에 제주도 난산리에서 불거진 주민갈등은 풍력발전 관한 최초의 것이었다. 주민들과 시행업체 사이에 그리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 복잡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며, 물리적인 충돌과 법적 다툼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후 반복될 여러 쟁점들이 제기되고 점검되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의 소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이격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주민 참여의 범위와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문제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이 갈등은 사업을 추진하던 기업이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이 점에서 보면 제주 난산풍력 발전을 둘러싼 주민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부정적 결과를 낳은 것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풍력발전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가능한 평가다. 풍력발전을 반대하던 측의 입장은 어떤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런데 찬반 양측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면서 양측을 중재하려고 했던 환경단체로부터 흥미로운 사회 혁신이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보기에는 풍력갈등은 제주도의 공유재인 바람(풍력)을 사유화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었다. 해결책으로 ‘풍력 자원의 공유화’, 이른바 ‘공풍화’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공풍화’ 주장은 제주 시민사회 내의 공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점차 중앙정부와 제주도 지자체의 법과 조례를 통해서 제도화되어 갔다. 제주도 풍력의 공공적 관리 원칙이 법률과 조례를 통해서 확인되었으며, 공풍화의 주요 수단으로 생각되었던 풍력자원의 조사, 풍력발전 지구의 지정 그리고 지역에너지공사 설치 등의 사항이 도입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제주도에서 바람이 가지는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경험들이 큰 몫을 했다.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현재 진행형 영양 풍력발전 갈등_경제적 가치보다 생태적 가치 우선

경북 영양에서 추진되고 있는 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풍력갈등에서 반대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 양상과 동일하게, 영양의 풍력개발사업도 정보 공개와 설명도 없이 난데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영양주민들은 직전까지도 지역 공동체를 지키려 군청 그리고 경찰과의 충돌까지도 감내했던 영양댐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또다시 자신의 지역이 개발 사업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 방식도 똑같았다.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외부 세력에 의해서 결정된 사업이다. 민주주의의 훼손이었던 것이다.

영양댐 반대운동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영양풍력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양주민들에게 영양풍력은 아무런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것이다. 풍력발전 예정부지는 국유림이기 때문에 부지를 임대하고 얻을 경제적 이익을 가진 이들도 없었고, 반대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이들도 없다. 다만 영양군수가 지난번 사업에서 그랬듯이, 풍력발전 사업을 허가해주면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지역 건설업체에 토목건설 하청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제기되어 있다.

영양풍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이유가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주장 속에는 산양과 담비 등의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이 결국 무산시킨 영양댐의 반대운동을 하면서 제시했던 반대 이유와 동일했다. 지역 개발의 가능성―실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지만―보다 생태계 보호를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진 반대운동인 것이다. 과연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혹은 단지 내세운 명분 아닐까?

귀농인들의 중심적 역할_급진적 에너지전환론을 주장하다

이런 반대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귀농인의 역할과 그들의 삶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양에 귀농한 이들은 모두 이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풍력반대모임을 대표하는 이는 20년 전 귀농한 사람이며, 작년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밤에 촛불을 켜고 살았다. 또한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이도 7-8년된 귀농인이며, 현재도 전력망과 단절되어 있다. 그는 작은 용량(36W)의 태양광 발전기와 밧데리를 사용하여 조명을 하고 있다. 냉장고는 없는 삶은 텃밭의 식재료를 조리해먹는 것으로 가능하다.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영양 주민들은 이웃한 영덕군의 핵발전 반대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핵발전의 대안으로 풍력을 선택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모순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폐쇄한 핵발전소를 대신하여 풍력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급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전력)소비는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며, 자신의 지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전력)은 자신의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영양주민의 에너지전환론은 대도시 전력소비자들의 에너지전환론에 비해서 훨씬 급진적이고 도전적이다. 에너지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피해가기 어려운 논점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현재 익숙한 에너지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길은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인 미래를 찾아가는 길이다. 우리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비교적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곳까지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극히 드물다.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에너지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데 필요한 탐색봉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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