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화요일 KBS <학교 버라이어티 방과후>의 한장면이다.

지난 21일 MBC <시사매거진 2580> '2007대선, 민심은?'편에 나온 주부가 이런 말을 했다. 12살난 자신의 아들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 나는 (커서) 정규직을 갈꺼야"란다. 대통령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고, 하다 못해 스타도 아닌 정규직이라니.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쓰렸을 듯하다.

요즘 애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할까? 파일럿으로 편성된 <방과후>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서울 독산 고등학교에 희한한 수업이 열렸다. '방황하는 별들, 그러나 꿈은 있다'를 주제로 열리는 교과서도 시험도 없는 수업이다.

가수 김장훈이 일일교사를 맡았다. 그가 강의도 하고 학생들의 상담도 들어주는 형식이다. 강의를 듣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생들이 바로 노란손수건을 흔들어 반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재미있다. 자신은 책상이 코피로 젖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반면, 몇몇의 친구들은 학원도 안다니고 과외도 안하고 공부도 별로 안하는데 전교 1, 3등을 달려서 화가 난다고 했다. 당연히 본인은 전교 2등쯤 하는 줄 알고 성적을 물었더니 400명 중 세자리 숫자란다.

임재덕 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 "가수가 꿈인데요. 제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사람들이 공부를 못하니까 노래를 하려는거 아니냐고 제 꿈을 무시할 때가 있어요."

또 다른 학생은 야동 때문에 힘들어 했고, 한 여학생은 목소리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이 외에도 <방과후>는 학생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여러 코너들을 배치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들었던 12살 어린이의 사례를 보고 예상했던 것처럼, 정규직이 되려면 어떤 대학에 가는게 좋냐고 묻거나, 장래에 부동산에 투자할지 펀드에 투자할지 갈등중이라고 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실현가능성이 얼마든 간에 뭔가 꿈꾸고 있고 그걸 털어놓을 줄 알아서 참 예뻐보였다.

수업 시작전에 2학년 김다빈 학생은 인터뷰에서 "커서 뭐가 될지 모른 채 공부만 하지 말고 자기의 꿈이 뭐고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니 뜨끔했다. 혹시나 학교나 언론이 이 청소년들에게 꿈을 키우는 법보다, 꿈을 억누르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TV에서 하는 걱정이라곤 "요즘 애들 학력이 떨어졌다"뿐이고, 취업유망학과나 소개하면서 본분을 다 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방과후>가 반갑다. 나중에 청소년들이 학교에 연예인들 많이 보내줘서 좋았다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길 빈다. 단, 교장선생님 인사는 제발 편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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