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서의 갈등과 해결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고를 포함한 세 차례의 기고는 이 연구의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내용으로, 연구 결과물의 일부를 미디어스 독자들과 나누고자 작성되었다.

얼마 전 박영숙 유엔미래포럼대표가 창업의 귀재로 알려진 싱귤래리티대학 비벡 와드하 (Vivek Wadhwa)와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이 기사로 실렸다. 그의 발언에서 다분히 기술에 대한 엘리트 과학자다운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석탄시대를 대체한 석유시대가 이제 곧 청정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그럴듯하다. 그는 2030년이 되면 태양광으로 에너지 수요의 100%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고, 2035년이 되면 오늘날 휴대폰의 통화요금처럼 에너지 가격은 거의 무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의 위협에서 벗어나 무한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믿고 싶은 미래다. 그러나 이 엘리트 과학자가 말하는 청정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이야기에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청정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지역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어왔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이 주목받으면서 핵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확대기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핵 발전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면적에 태양광이 설치되어야 할까?

이미 2017년 가동 중단이 결정된 고리 1호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은 58만7000kW다. 이것을 태양광으로 대체한다면, 태양광1kw당 7.5㎡의 면적을 차지한다고 했을 때 약 4.4025㎢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면적이 2.9㎢인 여의도의 1.5배가 태양광으로 깔려야 대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것을 설비용량이 아닌 발전용량으로 계산한다면 필요 면적은 더 넓어진다. 일반적으로 가동을 멈추지 않는 핵발전소와는 달리 태양광은 하루 평균 4시간 이하를 발전시간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발전용량과 설비용량 사이에 6배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뿐 아니라 여의도가 위치한 영등포 지역 24.56㎢가 모두 태양광으로 바뀌어도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그렇다고 핵 발전을 지속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아직 자연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그리고 핵을 대체하기 위한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설치할 것인가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하는 숙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태양광발전의 상황은 어떠할까? 2014년에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발간한 2013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현황에 따르면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고작 3.5%에 지나지 않으며 이중 16%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다. 총량으로 따진다면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소가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많은 에너지자원 중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설치가 용이하여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 시민부터 발전사업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그러나 그만큼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도 많이 발생하고, 갈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메가와트급의 대규모 발전소 설치보다 민간업자들이 농지나 임야에 설치하고 있는 중, 소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들이다.

▲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갈등사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서의 갈등과 해결방안 연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2015

위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은 삼림훼손, 경관훼손, 토사유출 등과 같은 환경적 문제를 비롯하여 어업피해, 축산동물의 생산성저하, 농작물 피해 등 지역민들의 소득 연결되는 경제적 문제, 그리고 주민의견 수렴 및 동의 절차 무시와 같은 민주적 절차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갈등의 주체로 보면 지역 원주민들과 외지 업자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남 하동에서는 태양광시설을 허가받기 위해 임야에 자생하는 소나무 2,000그루 밑동에 제초제를 주입하여 소나무를 고사시킨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과도한 산림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업이 반려되자 나무를 죽여 허가를 받을 요량이었다. 이처럼 주민갈등 외에도 개발 사업을 위해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러한 사례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탈핵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점에 있는 지금,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지역의 수용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입지 제한과 주민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등의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더불어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 지난 7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야산의 소나무를 베고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공사가 추진돼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이다. 이상적인 연성에너지 시스템은 지역의 공동체가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겠지만 현재 그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지금의 갈등을 풀어내고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 전라남도 완도군는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 전라북도 남원시는 “전기사업(태양광) 발전허가 지침”, 경상북도 영천시는 “전기사업(태양광발전)허가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하는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갈등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자원이 활용되는 만큼 이제는 단순히 갈등을 회피하는 전략을 넘어 그 공공재 활용을 통한 수익이 지역에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탈핵과 탈 화석연료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한 과학자의 이야기처럼 급작스럽게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의롭지 않다면 그 또한 실패한 에너지 전환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기획 더 찾아보기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