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광고회사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방희경 연구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분석한 결과 내놓은 푸념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 아느냐’는 물음에 대다수 사람들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현실은 ‘언론의 무능’ 탓으로 보인다. 2014년 5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는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삼성의 전향적인 태도에 문제 해결을 바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는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잘 알려진 황상기 씨(고 황유미 씨 부친)는 그와 함께 하고 있는 협상대상자 반올림과 함께 지난 8일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은 드물다. 오히려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언론보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조정권고안 보도는 KBS 6건, SBS 9건, JTBC 2건…다른 방송사에선 검색되지 않았다”

12일 국회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공동주최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방희경 연구원은 “2007년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와 같이 이번에도 언론의 문제가 됐다”고 개탄했다. 삼성의 동의하에 제3자 조정위원회가 설치됐고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삼성은 ‘조정권고안’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언론매체들은 “침묵”으로 외면하거나, 삼성을 대변하듯 “삼성 죽이기”라고 앞장서 보도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관련기사 :‘백혈병 조용히 처리’ 삼성 비판하는 게 ‘몽니’라고?)

▲ 12일 국회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공동주최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방희경 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조정권고안’을 검색한 결과 KBS에서는 총 6건의 기사가 등장했다. SBS는 9건, JTBC는 2건에 불과했다. 그는 “그마저도 삼성전자의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조정권고안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는, 관련 사안을 기계적으로만 보도했다”며 “이는 삼성이 불편해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하겠다는 방송사들의 의도적인 무관심과 외면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인 MBC의 경우, 아예 검색을 통해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주요 언론들에서는 삼성 백혈병 관련 조정권고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류언론들이 ‘침묵’한 것과 달리 보수언론을 비롯한 경제지들은 조정권고안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방희경 연구원은 “아시아경제는 7개월이 걸려 작성된 조정권고안을 ‘이례적 사례’라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폄훼했다”며 “데일리안은 삼성에게 1000억 원을 기부하라는 권고안만을 수렴해 ‘반쪽’이라고, 헤럴드경제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한국경제와 디지털데일리, 문화일보 등이 악의적인 공격을 한 언론매체로 꼽혔다.

방희경 연구원은 언론매체들이 조정권고안과 관련해 △보상의 범위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않은 질병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 △보상범위가 퇴직 후 잠복기 최장 14년까지 확장돼 있는 점, △삼성의 경영권 침해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공익법인 구성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삼성과 가대위·반올림 3주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어떤 계산을 거쳐 그 같은 액수가 나왔는지 밝히지 않고…(중략)…그 요구 액수로 보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인 참사로 규정한 셈이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실종된 사람은 304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관련해 산재 신청을 한 사람은 57명이고, 그 중 사망자는 자살자 1명을 포함해 21명이다. 이 가운데 정부나 법원에서 산재임을 인정받은 사례는 7명이다.…(중략)…기업에 대해 마치 ‘호구’를 만난 듯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한다면 이런 환경에서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는가”_2015년 7월 25일 조선일보

“기업을 상대해서 떼로 갈취하겠다는 셈이다. 반올림이고 뭐고 간에, 심증에 기대는 ‘우덜식’ 기준은 답이 아니다. 조정위는 법 위의 떼법, 억지, 월권을 부리고 있다.…(중략)…삼성전자 백혈병 사건과 관련한 조정위의 권고안은 산업재해 인정요건에 대한 몰이해를 토대로 마련된 ‘억지’다”_2015년 7월 26일 미디어펜

“권고안을 다 읽은 김지형 변호사는 ‘10일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겠다’고 말한 뒤 일체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중략)…아직도 본인이 대법관인줄 착각했을까? (김 변호사는)권고안에 사회적 권위를 더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속한 법무법인 지평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조정위는 반년 넘는 기간 동안 무슨 조정을 했나? 혹시 반올림이 또 찾아와 지평 사무실 앞에서 시위 집회를 여는 것이 두려웠을까?”_2015년 7월 30일 디지털데일리

방희경 연구원은 “조정위가 제시한 보상은 법률적 의미와 다른 사회적 의미의 보상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문화일보와 아시아경제, 한국경제, 디지털데일리 등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방희경 연구원은 또 ‘퇴직 후 잠복기 14년’ 부분에 대해 “문화일보는 60세에 은퇴한다면 74세까지 보장하라는 것인데 (우리나라)70대 남성의 1/3이 암환자로 조사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며 “삼성반도체와 LCD 공장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에 백혈병 등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투명 중이다. 최고 연장자의 경우 또한 40대라는 점에서 ‘60대’를 가정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등의 ‘경영권 침해’ 지적에 대해서도 방희경 연구원은 “해당 옴브즈맨 제도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이미 조정위에 제출한 제안서 그대로를 수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매체들이 제기하는 반도체 산업계의 이해당사자가 공익법인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독립성을 갖춘 사회적 기구 설립을 제시하는 조정권고안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통큰 결단…반올림이 몽니부려 해결 막막”(?)

그 후, 삼성 측이 1000억 원의 보상금을 내놓으며 나머지 사회적 기구(공익법인) 설립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정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보도는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삼성은 8일 보상위를 통해 보상 접수를 시작했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조정위의 구성이다. 당초 삼성의 동의하에 만들어졌고 권고안을 거부한 것도 삼성이다. 그렇지만 언론은 엉뚱하게도 삼성이 아닌 반올림을 겨냥해 공격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방희경 연구원은 “삼성 측에서 사실상 조정권고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언론매체들은 1000억 원 출연이라는 액수를 부각시키며 통 큰 결단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 마냥 삼성을 치켜세웠다”며 “그리고 반올림이 삼성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주된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매체들은 가대위를 전면에 내세웠고 반올림을 고립시켰다. ‘신속한 해결’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반올림에 대한 폄훼는 심각했다. 방희경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경제와 미디어펜은 “삼성 1000억 출연에도 반올림이 공익법인 설립을 고집하고 있다”, “8년 만에 출구 찾은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에 반올림이 어깃장을 두어 방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펜은 “꽉 막힌 반올림, 직업병과 관련해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듯 보였지만 피해보상 보다는 ‘삼성전자 직업병 논란’을 사회문제로 부각시키는데 더욱 치중한다”, “직업병과 관련된 갈등이 진행되는 동안 해결책이 나올 만하면 반대로 고집하고 몽니를 부려, 문제 해결을 막막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보도들을 쏟아냈다. 방희경 연구원은 “언론은 반올림 불화설을 만들어 퍼드리기도 했다”며 “당시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진보 매체들까지 황상기 씨가 마치 조정권고안 자체를 거부한 것처럼 오보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방희경 연구원은 “반올림을 폄훼하는 보도 중 가장 나쁘다고 생각한 것이 ‘이익단체’로 욕심을 채우려는 듯 묘사한 보도들”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경제, 디지털데일리, 미디어펜 등은 “반올림이 공익법인이 설립되면 출연금 30%를 운영비로 쓰거나 자신들의 기반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한해 2조8000억 원의 광고비를 쓴다는 삼성과, 삼성을 대변하는 언론”이라면서 “대체 언론이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면 광고회사와 어떻게 다른 것이냐”고 되물으며 발제를 마쳤다.

다음은 방희경 연구원의 발제문 중 삼성을 추켜세우고 반대로 반올림을 폄훼하는 악의적인 보도들로 꼽힌 기사목록들이다.

[종합]삼성, 1천억 기금 조성해 백혈병 보상·예방한다_아이뉴스24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위해 기금 1000억 조성”_조선일보
삼성전자, 일병 보상 위해 1000억 사내 기금 조성_중앙일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직업병문제 해결 위해 1000억 사내기금 조성_브릿지경제
삼성전자 “백혈병 1천억 원 사내 기금 조성”_SBS
삼성전자, 조정위 권고안 법인설립 ‘제동’…천억원 기금조성만_아주경제
삼성 “백혈병 1000억 기금조성”…공익법인은 글쎄_디지털타임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위한 1000억원 사내기금 조성_브레이크뉴스
삼성전자 “1천억 규모 기금 조성해 백혈병 등 직업병 보상”_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삼성전자 “1000억 기금 조성해 백혈병 보상”_서울신문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협력사가지 보상”_한국경제
삼성전자 “백혈병 1천억 사내기금 조성, 협력사도 보상”_매일경제
삼성, 조정위 권고 일부 수용…1000억 기금 조성·협력사도 보상_아시아투데이
삼성전자, “직업병 해결위해 사내기금 1천억 조성..협력사·퇴직자도 보상”_뉴데일리
삼성전자 “1000억 조성해 백혈병 피해보상…협력사도 포함”_아시아경제
삼성전자 “백혈병 1천억 사내기금 조성…협력사도 보상”_연합뉴스
삼성전자 “1000억 사내기금 조성, 협력사 직원도 백혈병 보상하겠다”_아시아경제
반도체 직업병 피해 협력사도 보상_내일신문
삼성전자 백혈병 1천억 사내기금 조성…협력사도 보상_일간NTN
삼성 “백혈병 1천억 사내 기금 조성…협력사 퇴직자도 보상”_노컷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 1천억 기금 출연에 동의_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백혈병 권고안 대폭수용…가족대책위 “전향적”_이데일리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 ‘급물살’_헤럴드경제
삼성전자 “1천억 조성해 협력사도 보상”…반도체 피해자 보상 ‘실마리’_MTN
삼성전자, 전향적 대안으로 피해자 가족과 ‘공감’…반도체 직업병 보상 급물살_헤럴드경제

삼성, 1000억 출연에도…반올림 ‘공익법인’ 설비 고집_한국경제
8년만에 출구 찾은 삼성전자 ‘백혈병’ 반올림측 어깃장에…_문화일보
막막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보상, 꽉막힌 반올림_미디어펜
몽니 부리는 ‘반올림’, 멈춰선 삼성 직업병 보상_미디어펜
“협상 최대 걸림돌은 ‘반올림’”…유족들, ‘공익법인 추진’ 비난_뉴데일리
피해가족 빠진 ‘반쪽’ 반올림, 황씨 등 생계곤란 유족 놔줘야_뉴데일리
[현장에서]곡쟁이 역할로 문제 본질 흐리는 ‘반올림’_문화일보
[동서남북]주객 바뀐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보상_조선일보
삼성가족위 ‘의견일치’…반올림, 존재이유 사라질까 전전긍긍_디지털데일리
반도체 직업병 해결 막판조율…협상주체 ‘엇갈린 셈법’_서울파이낸스
[취재수첩]반올림, 좀 더 솔직해지시라_디지털데일리
반올림은 피해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_ZDnet Korea
[경제카페] 8년째 반걸음도 못나간 ‘반올림’_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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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상 가로막는 반올림_한국경제
‘반올림’, 삼성전자 ‘보상위’ 발족 추진에 방해 논란_문화일보
시민단체 반올림 ‘몽니’에 골머리 앓는 삼성전자_헤럴드경제
삼성 반도체 백혈병 보상위원회 활동 시작…보상 방해 말라_디지털데일리
반도체 백혈병 보상위 본격 활동…“신속한 보상 방해해선 안 돼”_뉴데일리
삼성 보상위 활동 본격화, “신속한 보상 방해해선 안 돼”_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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