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새 프로젝트로 하하와 광희가 기획한 바보 전쟁이 시작되었다.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하여 진행된 바보 전쟁은 애초 진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한도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젝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몇십년 전에 이미 끝난 ‘바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구를 시작으로 맹구, 마빡이, 노브레인 등 다양한 바보 캐릭터가 있었으며, 언제나 많은 인기를 받은 캐릭터가 바로 바보 캐릭터였다. 요즘에는 딱히 바보 캐릭터가 없는 듯하다. 1박2일의 김종민이나 무한도전 멤버들 자체가 약간 부족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외에는 말이다.

바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누구를 놀릴 때 심한 욕으로 바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누구도 바보라는 말을 듣고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캐릭터가 아닌 연예인들을 자체적으로 평가하여 바보 인증을 한 무한도전은 큰 도전을 한 셈이다. 섭외된 사람이 자칫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 사안인데 ‘바보 전쟁’이라는 타이틀과 뇌순남, 뇌순녀라는 순화된 말로 섭외를 시도하였고, 맞춤법이나 수도 이름 맞히기 등을 통해 바보인지 아닌지를 인증하기도 했다

바보를 원하는가?

▲ MBC 무한도전 '바보 전쟁 - 순수의 시대'
케케묵은 키워드라 생각했는데 바보는 언제나 사랑받는 주제인 것 같다. 14.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시 시청률을 끌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바보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반전 웃음 때문이다. 웃음이란 보통 예측가능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나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유발되는데, 바보는 모두가 앞으로 갈 때 서 있거나 뒤로 가거나 모두가 앉을 때 혼자 일어서서 매를 맞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에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슬랩스틱으로 이어지고, 영구나 맹구가 그런 포인트로 웃음을 주었다.

바보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이 우월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통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만났을 때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된다. 긴장한 상태가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나보다 우월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한 상태로 살아간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바보 캐릭터를 통해서 안심하고 긴장을 풀고 자신이 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된다.

바보 캐릭터들이 무언가를 틀리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웃음이 나는 반면, 그 이면에는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표현이 나오게 된다. 1 더하기 1을 3이라고 답하면 웃기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그건 2라고 말해주는 것은 이런 면을 잘 표현해주는 말일 것이다. 조금은 불편한 말일 수 있으나, 바보라는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 속에는 사회 속 상하관계에 익숙해진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바보 전쟁이 고정관념을 깨다

▲ MBC 무한도전 '바보 전쟁 - 순수의 시대'
바보들은 그래서 항상 주눅이 들어있다. 어떤 돌출되는 행동을 했을 때 맞거나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상식과 다르면 우르르 몰려가 그 사람을 비판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라고 하면 때론 용기일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바보가 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바보 전쟁은 이런 상식에 반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았다. 심형탁, 은지원, 김종민, 솔비, 간미연, 홍진경, 박나래, 채연이 출연하게 되는데 이들 모두 테스트에서 상식적이지 못한 답을 했거나 상식에 반하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장미를 영어로 ROSE를 LOSE로 써서 뇌순녀로 인증 받은 간미연의 경우, 그 당시 그것을 몰랐다고 당당히 이야기했다. 한글날이었던 어제 다시 한번 간미연의 LOSE를 보았을 때 의미가 좀 다르게 다가왔다. 한국인이 왜 영어를 못해서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또한 배우면 되는 것을 모른다고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주율을 모른다고 남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모른다는 것은 배우면 되는 것인데 왜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나는 알고 남이 모르는 것에 대한 쾌감 말이다.

우리가 바보라는 단어를 잘못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보는 누군가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단어이기에 폭력적인 단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른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시 한번 바보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지능이 부족하여’라는 부분을 살펴보면 바보 전쟁의 라인업된 사람들이 과연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많은 대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나 감성을 표현하고 안무를 외우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아트로 승화시키는 가수나 남을 웃기는 재능을 가진 개그맨이나 지능이 부족하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아니 오히려 그 분야에서 지능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바보는 누구일까?

▲ MBC 무한도전 '바보 전쟁 - 순수의 시대'
바보의 사전적 정의 중 뒷부분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정상일까? 남들과 똑같으면 정상일까? 사전적 정의는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이다. 우리 사회에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이 진짜 바보인 것이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어린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강자는 더 강해지게 만들고 약자가 더 약해지게 만드는 사람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역사를 송두리째 잘못된 역사로 바꾸려는 사람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피 같은 세금을 헛된 곳에 사용하는 사람들,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 우리가 살아갈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바보는 장미를 lose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사람들일 것이다.

솔비의 말처럼 지식보다는 지혜가 중요하고, 은지원의 말처럼 바보라는 말의 정의 자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다음 주 본격적으로 바보 전쟁을 통해 최고 바보를 선정하겠지만, 누가 더 바보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무한도전의 바보 전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진짜 바보는 누구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겠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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