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영화계를 빛낼 예비 거장들을 미리 만나다

▲ 카비르 칸 감독의 <카쉬미르의 소녀>(Brother Bajrangi)
영화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을 꼽으라면, 기존 상영 시스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해외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다양하고도 참신한 프로그래밍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우뚝 솟은 부산국제영화제답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데뷔작이 대거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중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 <카쉬미르의 소녀>(2015)는 ‘발리우드’로 통하는 인도에서도 역대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대형 화제작. 이탈리아 출신 피에로 메시나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자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이 돋보이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다.

<카쉬미르의 소녀>,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면, <20세기 프로젝트>, <사울의 아들>은 보다 새롭고 신선한 영화를 갈망하는 씨네필 혹은 예비 영화인들을 위한 맞춤 영화다.

라즐로 네메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은 4:3이라는 독특한 화면 비율부터 여러 실험 기법이 돋보이는 문제작이며, 쿠바의 노쇠한 원자력시설을 배경으로 3대의 갈등을 다룬 <20세기 프로젝트>는 파운드 푸티지라는 새로운 영화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현 대한민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다. 입양아 출신인 사만다 푸터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트윈스터> 또한 향후 눈여겨봐야 할 데뷔작 중 하나다.

20주년 부산이 선택한 한국 영화, <지슬>·<한공주>의 명맥 이을까?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1999, 면회>, <한공주>, <셔틀콕>, <족구왕>, <꿈보다 해몽>, <거인>, <소셜포비아>,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한국 영화의 미래로 손꼽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에게는 기회를, 관객들에게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알리는 매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한국영화 신작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영화는, 22일 개봉에 앞서 부산에서 선공개된 <돌연변이>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청년 구직자가 생선 인간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2013년 제66회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이프> 각본을 맡은 권오광 감독의 데뷔작이며 박보영, 이광수, 이천희 등이 주연을 맡았다.

▲ 영화 <돌연변이> 스틸 이미지
작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조수향)을 수상한 데뷔작 <들꽃>에 이어 2연속 부산 초청이라는 쾌거를 안은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는 거리 위 소녀들의 위태로운 삶을 리얼하게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 여주인공 정하담을 둘러싼 반응 또한 뜨겁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받은 이후 로테르담, 벤쿠버 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된 <물고기>(2011) 박흥민 감독의 신작 <혼자>, 한성천, 황보라가 주연을 맡은 김병준 감독의 <소시민>, 인기 아이돌 EXO 수호가 첫 주연을 맡아 부산을 들썩이게 한 <글로리데이>까지. 올해도 탄탄한 작품성을 가진 수작들이 눈길을 끄는 만큼, 과연 <지슬>, <한공주>의 명맥을 잇는 스타 독립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신진 감독들의 약진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자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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