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넘는 제작거부 사태로 내홍을 빚었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조상운 전 사무국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8월 임시총회를 통해 구성된 2기 이사회가 원칙과 규정을 무시했다”며 “더 이상 미디어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 가치를 찾아볼 수 없고 희망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미디어협동조합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불법 제작거부 직원들에 대한 규정에 없는 ‘정직 정지’라는 방법으로 사면 △일방적 출연 거부자들에 대한 방송 복귀 △제작거부 사태에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을 핵심 보직으로 임명 △조합원 교육의 장이자 휴게음식점으로 신고된 국민카페에서 술 반입 행사를 열게 함으로써 구청의 단속 점검을 초래한 점 등을 들어 “8월 임시총회를 통해 구성된 2기 이사회가 원칙과 규정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더 이상 미디어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찾아볼 수 없고, 희망도 없다고 판단하여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임시총회 이후에도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현 이사회의 원칙 무시에 실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원들의 줄사직도 있었다. 사무국의 경우 저를 제외하고 팀장급 이상 3명이 사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디어협동조합은 지난 8월 29일 임시총회를 열어 KBS PD 출신인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2기 경영진을 선출한 바 있다. 이때 전영관 사업 부문 이사, 황웅길 교육 부문 이사, 이강윤 대외협력 부문 이사, 권영일 감사도 새로 뽑혔다. 2기 경영진은 지난달 6일 이사회에서 47일 간 제작거부에 나섰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노동조합의 업무복귀 및 징계 효력정지를 의결했고, 노조와 함께 ‘방송혁신단’ 출범을 통한 조직개편 및 지속가능한 경영 비전 마련 등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디어협동조합 노사는 지난달 21일 △10월 12일부터 TV방송 시간 주 5시간 확대 △인력충원은 기술감독과 영상편집 등으로 최소화 △부족한 방송인력 보충 및 방송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방송경험이 풍부한 현직 이사들과 전직 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노력 △조합원들의 방송 참여 위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체계적인 자원봉사 시스템 구축 △보도 및 제작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고 이사의 담당 업무 집행권 행사의 ‘권한과 역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 간 실무소위를 운영하며 추후 합의된 내용은 단체협약에 반영 등 5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같은 날, 미디어협동조합 이사회는 사무국·방송제작국(보도팀/제작팀/라디오팀/기술팀)의 2국 4팀 체제 직제개편에 따라 고우 제작팀장, 유지연 보도팀장, 임대웅 라디오팀장, 심지연 기술팀장, 성우정 사무국 선임팀원(팀장급) 등 팀장급 인사를 22일자로 단행했다. 방송제작국장과 사무국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둔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8월 29일 출범 이후 2기 경영진이 내린 이와 같은 결정들이 ‘원칙과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지난 8월 27일 공정노동조합을 출범해 초대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향후 공정노조 운영에 대해 묻자 “어제(9월 30일) 임시총회를 열었고 안은필 기자가 보궐선거로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노조 조직을 이어가자는 데 조합원들이 동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지난 7월 2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사무실 앞에서 열린 <국민TV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당시 모습 ⓒ미디어스

미디어협동조합 출범 당시부터 합류했던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국민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서영석 전 이사장과 함께 1기 경영진의 중심이었다. “대화 좀 하자”는 ‘대자보 게시’를 불법적인 단체행동으로 간주해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리고, 보도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며, 프리랜서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사측에게 ‘국민TV 정상화’를 촉구하고 지난 7월 22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던 국민TV 노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제작거부 사태가 마무리될 때쯤인 지난 8월 27일 인사에서 라디오제작팀장으로, 9월 8일 인사에서 뉴미디어국 뉴스취재팀 기자로 인사발령 받았고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방송제작국 제작팀 기자로 일해 왔다.

현상윤 이사장은 “(사표 제출은) 의외였다”며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만류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표 처리 여부를 묻자 “추후에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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