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뛰고 코치, 감독, 심지어는 응원단까지 같이 뛰고 있다. 기자에게는 기자만의 영역이 있는 것인데 원칙이 무너지니 혼란스러운 난장판이 된 것 아닌가.”(한국일보 박래부 논설위원)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는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한다. 기존 여의도 정치에 익숙치 않은, 일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역할이 있지 않겠나.”(이명박 후보 캠프 함영준 언론특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MBC 논설위원) 주최로 ‘언론인과 교수의 정치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새언론포럼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인과 교수의 정치참여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은경
이날 토론회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함영준 언론특보, 현직에 있으면서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 국제학부 권만학 교수가 참여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폈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 “물밑참모 행태가 더 심각…커밍아웃 시켜야”

▲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 ⓒ정은경
발제를 맡은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는 “언론에 드러난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교수)나 폴리널리스트(polinalist, 정치+언론인)보다 드러나지 않은 채 특정 당과 특정 후보를 돕는 사람들의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들은 공정과 객관을 내세운 저널리스트 또는 학자로 보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양한 형태로 이들의 공에 대한 포상이 이뤄진다”며 “보편을 가장해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며 유권자를 우롱하는 언론, 교수들의 행태를 잡아내 커밍아웃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일보 박래부 논설위원은 현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폴리널리스트’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위원은 “내가 논설위원실에서 일한 10년 동안 모두 5명의 동료들이 국회의원이 됐다. 더 문제는 경영진이 그 사람들의 경력 관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그 사람들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식으로 카르텔을 맺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는 기사로 비판을 하고, 학자는 논문을 통해 현실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이 원칙이 무너져가니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견제세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이재국 기자는 “언론윤리 차원에서 언론인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법과 제도, 윤리강령을 넘어서서 후배들의 부릅뜬 눈이 가장 큰 견제세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 함영준 특보 “지식정보화시대 언론인 역할 있다…기사개입 없어”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함영준 언론특보. ⓒ정은경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함영준 언론특보(전 조선일보 사회부장)는 먼저 “캠프에 참여하는 모든 언론인들이 폴리널리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으면서 언론을 하나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저만 해도 신문사를 그만둔 지 3년이나 지났고 그만 둘 때 정치권으로 갈 생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함 특보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지식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게 됐고 기자든, 교수든 직무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며 연설문 작성, 정보수집 분석, 언론관리, 캠프 내 야당 역할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선거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정치영역과 언론영역은 너무 다르더라. 팩트가 너무 틀렸을 경우에는 ‘이런 사실이 있는데 참고했으면 한다’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 권만학 정책위원장(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역시 “교수들이 특정 캠프에 참여해 자신의 전문영역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참여해서 득을 보는 것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며 교수의 정치 참여에도 ‘견제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함영준 언론특보 발언 요지.

함 특보는 김창룡 교수의 발제 내용 가운데 ‘노무현 학습효과’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다면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했다. 언론인의 정치참여가 느는 것은 절박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직업인으로서의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캠프에 참여한 모든 언론인들이 폴리널리스트는 아니다. 현직에 있으면서 언론을 하나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폴리널리스트로 볼 수 있지만 저만 해도 신문사 그만둔 지 3년이다. 그만둘 때 정치권으로 갈 생각도 아니었다. 제 나름대로는 독자적 메시지를 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구분을 했으면 좋겠다.

▷발제 내용 중 ‘노무현 학습효과’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다. 주류언론이 아닌 노무현 후보 주변 언론인들이 대거 핵심에 들어가 언론정책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폄하하고 비판했다. 주류언론으로서 좌절을 접했다. 제대로 기자로서의 철학을 배우고 좋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숙지하지 못한 외곽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 언론을 통째로 재단을 하면서 지금 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직 언론인을 비롯해 저 같은 전직 언론인들도 심각한 좌절을 느꼈다.

언론은 아웃사이더인데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은 언론을 주역으로 만들었다. 언론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만들었다. 정권을 지지하면 훌륭한 언론으로, 비판하면 나쁜 언론으로 규정한다. 군사독재 시대에도 언론을 회유했으나 프린트 돼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런데 지금은 프린트 돼서 나온 것도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것이 노무현 효과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왜 늘어났나. 하나는 시대적 변화라고 본다. 군사독재 시대 때는 군인들이 대거 참여했고 민주화 되면서는 학생운동 세력, 재야 명망가들이 정치를 했다. 지금은 고도의 지식사회가 되면서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한다.

또 하나는 절박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본다. 저 같은 경우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나라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나섰고 반대편 사람들은 민주평화세력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는 직업인으로서 언론인들이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론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조기퇴직이 많아졌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언론인의 정치 참여가 많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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