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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사로 미래언론 점치기[강석봉의 믿거나 말거나] 스포츠칸 기자
강석봉 스포츠칸 기자 | 승인 2007.10.23 22:32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총체적으로 알 수 있는 한 주였다. 격을 갖춘 사람들이 보기엔 더없이 가볍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읽기엔 더없이 한심했을 `낚시기사'들이 인터넷에 난무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클릭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수준 낮은' 이 뉴스는 네티즌으로 대변되는 대중들을 `낚시질'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춰내는 것은 머지않아 격이 있고 생각이 있는 보도들도 과거를 추억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카피 불문, 고민 불허, 오직 필요한 건 스피드…

   
  ▲ 네이버에 송고된 탤런트 이영화 박철 손태영 관련 기사들  
 
지난 14일 영화배우 성현아가 결혼발표를 했고, 15일 탤런트 박철은 옥소리와 파경을 맞았으며, 19일 톱스타 김희선은 철통보안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즐거운 일도 잠시, 21일 연예계 `잉꼬커플'로 알려졌던 이영하·선우은숙도 박철·옥소리 커플에 뒤질세라 이혼했다. 22일 공식 커플인 손태영·쿨케이도 결별을 선언했다.

인터넷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이 뉴스들이 시간차 공격으로 전해질 때마다, 성현아·박철·옥소리·김희선·이영하·선우은숙·손태영·쿨케이로 바뀌며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산되는 기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치 연예 뉴스가 융단폭격하듯 인터넷을 달궜다.

최초 보도 이후 조사 몇개만 고쳐쓴 인터넷 뉴스도 부끄럼없이 매체사의 이름만 바꿔달고 인터넷포털사이트에 `내 것'인 양 송고됐고, 혹여 전화인터뷰나 증언이라도 청취했다면 `특종' `단독' 등 호기심을 끌 미사여구를 보태 의기양양하게 보도됐다. 이 중 일부는 `특종'(特種)이 아니라 `특정'(特定) 기사였고, `단독'은 그들의 만의 `단독'으로 따지고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단독'이었던 셈이다. 

연이은 보도 중 그 경중이 걔 중 가벼워 보이는(물론 당사자들에게는 어느 뉴스보다 묵직하게 와 닿았겠지만) `손태영·쿨케이의 결별' 소식은 첫 보도된 22일 밤 9시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3일 오후 5시께까지 60건의 관련 뉴스를 인터넷포털사이트에 토해놓았다. 물론 네이버 한 곳의 조사이니, 이것을 다른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확대하면 기사 홍수의 정도는 더욱 극명해 질 것이다.

현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 네이버에 송고된 최근 연예인 관련 기사.  
 
이런 상황이니 속보 경쟁에 내몰린 기자들은 뉴스가치를 따질 겨를도 없이 `정보보고'용 뒷담화를 뉴스로 뿌리는 일까지 벌이게 됐다. 박철과 이혼의 빌미가 됐던 옥소리의 사생활은 인터넷포털사이트 메인창을 장식했고, 장소와 시간을 공지해 놓고 `비공개'라며 자신만의 잔치를 즐긴 김희선의 콧대높은 결혼식 장면은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깡그리 무시한 채 새벽 1~2시가 되어서야 적선하듯 언론사로 뿌려졌다. 결혼을 본 적도 없는 기자들은 `고맙게' 받은 스틸 컷에 `행복' `사랑' 등의 갖은 양념을 보태, 이 또한 `최초 공개' 등의 타이틀로 송고했다. 한 방송관계자가 `기자저널리즘'의 폐해를 빗대 `기자너절리즘'이라 비꼰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은 한 주였다.

그 원죄는 기자의 것이지만, 이런 상황을 자극한 것은 인터넷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 행사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기사는 쓰지 않지만, 수많은 매체의 기자들을 좌지우지하며 자극적인 `감'을 전면 배치하며 분위기를 이끈 것이다. 기자가 아니니 기자 정신은 있을 수 없고, 언론행위를 극구 부인하니 사명감이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기사는 마케팅의 떡밥이고, 기자는 서커스판의 원숭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연예저널리즘의 난맥상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예가 있다. 사회를 뒤흔든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의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어떤 분야를 취재하는 어떤 기자든 어떻게 미쳐 버릴 지 그 종착역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신정아씨의 누드가 고민 끝에 보도되고, 신정아씨가 새우깡과 짱구를 얼마나 먹었는 지 그 갯수까지 세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작태'를 마케팅에 철저하게 이용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들로부터 편집권을 회수해 오지 않는 한, 오늘의 연예저널리즘은 내일의 정치저널리즘으로, 경제저널리즘으로 옷을 갈아입을 게 뻔하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강석봉 스포츠칸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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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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