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가 비주류 일부의 퇴장 속에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중앙위 결정 자체에 대한 비주류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후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절차가 예정돼있어 분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을 다루는 일간지들의 시선은 자신들이 속한 입장에 따라 달랐다.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7일 1면 톱에 각각 <야유·퇴장…野혁신안 ‘반쪽통과’>, <‘혁신’ 관철시킨 文, ‘불신’ 더 깊어진 野>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을 다뤘다. 제목으로 볼 때 향후 야당의 내분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점에 강조점을 찍은 것으로 비춰진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는 이 사안을 1면에 다루긴 했지만 다소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한국일보는 아예 새정치민주연합 관련 소식을 1면에 다루지 않았다. 결국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제1야당을 ‘우려’하는 수준의 관점을 보인 반면 보수언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을 부채질하는데 집중한 셈이다.

▲ 17일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면 편집

신문 지면을 넘겨보면 이런 흐름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겨레는 5면에 혁신안 통과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상에 대해 전망했는데, 한쪽에 <비주류 일부 불참·퇴장…극단 충돌은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전날 중앙위 상황을 전했다. 여기서 한겨레는 비주류 측이 중앙위 며칠 전부터 ‘집단퇴장’ 등 보이콧을 예고하며 세규합에 나섰으나 정작 행동에 나선 이들은 극소수에 그쳤다면서 “항의 뜻을 표시하며 퇴장한 이들은 김영환,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최원식 의원 등 민집모 의원들과 조경태 의원 등 모두 6명 뿐이었다”고 전했다.

▲ 한겨레 17일자 5면

한겨레는 “비주류 의원들의 ‘반란 모의’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끝난 것은 혁신안이 부결되면 당이 끝없는 분란에 휘말릴 것을 대다수 중앙위원들이 우려한 탓”이라면서 “당 안에선 이날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공천 룰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내비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왔다”고도 보도했다. 한겨레의 이 같은 인식은 주류 측 인사들이 혁신안의 중앙위 처리 의미에 대해 내놓고 있는 설명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한겨레는 이날 <혁신안 통과 뒤 더욱 중요해진 ‘제2의 혁신’ 운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류 측에 가까운 주장을 제기했다.

▲ 한겨레 17일자 사설

그러나 경향신문은 한겨레와 미묘하게 다른 시각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이날 4면 <격론→항의 퇴장→박수 ‘반쪽 통과’…한 고비 넘긴 ‘재신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날 중앙위 상황을 “혁신안 처리는 무기명투표 요구를 거부당한 비주류 측이 집단 퇴장하면서 2시간 만에 ‘만장일치’ 통과로 끝났지만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중앙위 전부터 주류-비주류 간 신경전이 불거졌고 비주류 수장 격인 김한길, 안철수 전 의원 등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표 측에 ‘비주류 끌어안기’가 숙제로 남았고 비주류에서 ‘문재인 비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 17일자 4면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표, 혁신안 넘어 당 정상화 복안 제시해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당면목표는 당의 통합이며, 재신임투표는 수단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재신임 투표 일정의 조정이나 철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129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으면서 현안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을 어떻게 정상적인 당으로 변화시킬지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향신문은 당 내 비주류 측에 대해서도 “더 이상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새정치연합이란 정당이 무너지고 난 뒤에 당권을 획득하거나 공천을 받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면서 “시민들은 지금 주류가 잘못했는지, 비주류가 잘못했는지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끝 모르고 이어지는 야당의 내홍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강조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제1야당이 현재의 위기를 딛고 정상적인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한 걸로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1야당으로서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한 축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언론의 이런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 조선일보 17일자 3면

그러나 보수언론은 건전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3면에 <토론도 없이 박수로 통과…비주류 “혁신이 유신 됐다” 반발>, <기립표결서 찬성 많자 집계도 않고 “만장일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가 혼란 속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혁신안을 통과시켰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앞의 한겨레 기사와 비교해보면 완전히 사태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文 정치력·리더십 한계 확인시킨 野의 혁신소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당 내분의 끝이 아니라 도 다른 내분의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 결정과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맹비난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비주류가 특정한 구심점이 없어 오합지졸이라는 평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면 집단 반발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문 대표가 일부 비주류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국민 응원을 등에 업고 당을 장악해 끌고 갈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표에 대해 “대선주자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과 정치력에 대한 국민의 의문을 더욱 키웠다”면서 “야당이 이날 스스로 드러낸 환부를 치유·수습하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 중앙일보 17일자 사설

이런 식의 일방적 비난은 중앙일보에서도 이어진다. 중앙일보는 이날 <국감 와중에 제1야당이 집안다툼을 하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서로 비판을 주고받은 점을 강조하며 “전·현직 대표까지 나서 감정 섞인 비난전을 벌이는 건 정상궤도를 한참 벗어난 퇴행적 모습이다. 당내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마당에 오히려 분란의 중심에 서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니 기막히고 한심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은 국정감사와 동시에 대표 신임을 둘러싼 당내 분란에 휩쓸림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감과 역할 공간을 축소시켜 버렸다”면서 “올 국정감사가 재탕, 삼탕식 질의와 고압적인 자세로 피감기관을 망신 주고 호통치기 식으로 전락한 데는 제1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도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표가 국정감사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을 의식하지 못하고 재신임 카드를 띄웠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강행했다면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비난을 재차 내놓기도 했다.

▲ 동아일보 17일자 2면 기사

▲ 동아일보 17일자 3면 기사

이런 ‘최선을 다한 비난’은 동아일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2면에 <비주류 “혁신 아닌 유신” 집단퇴장… 친노, 상처뿐인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3면에 <재신임 연계로 편가르기 변질…혁신한다며 갈등 키운 文>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당 주류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서는가 하면 <‘친노박수’로 혁신안 처리한 새정연, 국민은 안중에 없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언뜻 보면 혁신경쟁 같지만 본질은 당권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이라면서 “혁신이 ‘목적’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친노, 비노 할 것 없이 당 전체가감싸기에 발 벗고 나섰다”면서 “비리 혐의로 구속됐음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직을 고수하고 있는 박기춘 의원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의원 하나 없다”고도 썼다.

결국 이와 같은 보수언론의 태도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에 대한 견제를 반복하면서 제1야당을 둘러싼 분열의 가속화를 내심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자체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다시 분열의 구실이 될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으로서는 꿩먹고 알먹기다. 그러므로 결국 보수언론의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지도부의 책임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됐건 문재인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논란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것은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0일 경 신당창당을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는데 내용을 볼 때 상당히 내용이 부족한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기회는 놓치면 안 되는 종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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