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가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 지난 12월2일 <조선일보> 사회면에는 ‘뉴라이트, 드라마로 역사바로세우기’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한국현대사(1945년해방~이명박정권 탄생)를 재조명하는 제작비 300억 규모의 100부작 다큐드라마 <남산위의 저 소나무>(가제)를 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다방면에서 역사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로 제작과 방송 편성이 이뤄진다는 가정하에서다. 그런데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니 역사가 될지 백일몽이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12월 2일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
◇ 드라마 기획의도가 ‘역사바로세우기’(?)

그동안 한국현대사의 사건을 ‘소재’로 했거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는 있었다. 박정희 정권을 중심으로 <제3공화국>, <제4공화국>이란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전두환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제5공화국>, 일제시대~한국전쟁을 거쳐 남북분단까지 그린 <서울1945>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기획하고 있는 것처럼 1945년 해방부터~이명박 정권 탄생까지 ‘방대’한 기간을 다룬 현대사 드라마는 없었다. 이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라기보다는 또 다른 역사책을 짐작케 한다.

타 역사드라마와 차별되는 지점은 또 있다. 역사다큐드라마라고 했다. ‘다큐’가 붙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흔히 픽션이라고 칭하는 드라마보다는 사실성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차별점은 기획의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대명제로 드라마를 제작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임헌조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는 “KBS 드라마 <서울1945>의 경우 전문가 감수없이 좌익인물을 영웅처럼 묘사했다”며 “이번에 제작하는 역사드라마는 올바른 역사관을 조명하기 위해 역사학자와 정치학과 교수를 포함하는 자문단을 구성해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좌편향과 우편향이 아닌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관·국가관을 통해 나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이 되길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정말 우편향도 아닌 좌편향도 아닌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 역사를 바로 세우고 싶다면 이들처럼?

이 드라마의 연출은 장기오 PD다. 그는 KBS 드라마제작국장을 역임했고, KBS <TV문학관>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본 집필은 라디오 정치드라마 <격동30년>으로 유명한 김영신 작가가 맡았으며 (주)드라마파크가 제작한다.

장기오 PD는 ‘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 제작하는데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현재 충분히 역사가 그쪽(진보)으로 가있기 때문에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임헌조 사무처장은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이 자문단에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동 원장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강행해 논란을 빚은 고3 대상 현대사 특강에 강사로 초청된 인사였다.

‘바로 세운다’는 전제는 현재 비뚤어져 있음이다. 이를 판단하려면 한 가운데 절대중립으로 서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비뚤어져 있음을 판단한 것은 오른쪽으로 비뚤어져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다. 그것이 문제이다.

◇ 주인공은 최수종?

드라마제작비로 300억 규모로 예상한다고 한다. 100부작이라고 했을 때 편당 3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액수이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편당 3억원이 든 역사드라마는 지난해 말 종영한 최수종 주연의 KBS <대조영>으로, 총 143회에 400억원이 들었다. 드라마 제작비 신기록을 경신한 MBC의 <태왕사신기>에는 못 미치지만, 매우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임헌조 사무처장은 드라마 제작비에 대해 “편성이 확정되면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에 지원하는 비용을 토대로 제작사를 통한 협찬 및 투자를 통해 부족분을 충당할 것이며 국민성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 ‘국민성금’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도 이와 관련해 3일 “뉴라이트가 지금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 진짜 볼 수는 있는 거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KBS 편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방송사에서는 드라마제작비를 줄이는 작업들을 진행 중에 있다. 주인공 출연료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심지어 드라마 편수를 줄이는 시도까지 마다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은 외주제작이라고 해서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300억원 규모의 외주제작 드라마를 KBS가 받을지는 미지수다.

KBS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KBS에서 방영될 가능성에 대해 “심사는 받을 수 있겠지만 편성은 힘들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러나 임 사무처장은 “KBS뿐만 아니라 지도층 인사들과도 교류하고 있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안에 대해 자세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BS가 자신들과 코드를 맞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바로 세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주)드라마파크에서 제작했던 <소난지도의 영웅들>의 한 장면
◇ 그런데 넌 누구냐, (주)드라마파크?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한 (주)드라마파크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알려진 사실이라고는 2005년 광복60주년에 맞춰 항일 의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난지도의 영웅들>이란 다큐드라마를 제작해 SBS에서 방영한 적이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 이외에 드라마파크가 제작했다는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제작사가 100부까지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드라마파크는 제작 실적보다는 환경 훼손으로 좀더 유명하다. <소난지도의 영웅들> 촬영을 위해 충남 당진군 석문면 소난지도 임야에 세트장을 만들면서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소나무 등 5000여 그루를 무단으로 벌채한 혐의로 제작사 대표가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소난지도를 그대로 재현해낸다면서 수억원을 들여 세트를 지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십 년이 걸려도 복구할 수 없는 환경파괴의 주범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 “역사드라마는 문화적 충돌로 이어질 것”

남산 위에 소나무가 있다면 인천 앞바다에는 사이다가 떠 있을까? 임헌조 사무처장은 <남산위의 저 소나무>가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영화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일성을 소재로 한 소설 <김일성정전> 발행과 제2차 역사다큐드라마를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 실장은 “미디어를 일종의 도구로 활용하여 한국사회에서의 담론을 지배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역사드라마의 내용이 노골적으로 보수담론을 담을지 아니면 세련되게 담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디어를 통한 재현은 일정 정도 왜곡이 허용된다고 볼 때 대중들에게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 전반에서 보수화를 강고하게 밀고감으로써 지엽적인 하나의 콘텐츠가 아닌 곳곳에서 전면적인 문화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정말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기획대로 300억원을 들여 100부작의 역사다큐드라마가 제작돼 방영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바람은 그 결과로 수십 년이 걸려도 복구할 수 없는 ‘역사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국민대통합은 그들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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