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노사정 합의안을 진통 끝에 한국노총이 승인했다. 이에 따라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선포됐다. 여기에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일단 반발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15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노사정 대타협(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타협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무노조 회사와 중소기업 등 근로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합의가 이뤄져서 결국 본질을 벗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은 노사정 합의 내용에 대해 “지금보다 근로자 해고를 더 쉽게 하고 근로조건을 하향시키는 사규 변경권을 기업주에게 줬고 심지어 비정규직을 더 많이 고용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해버렸다”면서 “거창하게 떠들었던 청년일자리 창출, 양극화문제 해결은 온데간데 없었다”고 평했다.

추미애 의원은 “정부가 강압적으로 요구했던 두 가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문제가 독소조항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면서 “추후 협의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몇 번의 협의를 형식적으로 거친 다음에 밀어붙일 소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의원은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정리해고가 남발되고 있는데 이뿐만 아니라 상시 일반해고도 남용이 돼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같은 것은 이미 법률과 판례로써 명확하게 원칙이 적립돼 있는 문제인데도 임금피크제를 핑계 삼아서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서 노사 간 무기대등의 원칙을 허물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이 언급한 무기대등의 원칙은 노사가 서로 대등한 힘을 가진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추미애 의원은 “임금피크제에 대해 정부는 굉장히 호들갑을 떨면서 청년일자리를 해결하는 대책이라고 얘기했지만 위선이다”라면서 “이미 박근혜 정부의 전임 노동부장관인 방하남 전 장관이 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의원은 “본질도 아닌 문제를 가지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라는 법률과 판례로 확립돼 있는 대원칙을 깨버린다고 하는 우스운 결과가 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은 한국노총이 합의안을 추인한 것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강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회에 법을 제출하겠다는 등 국회 과반수를 활용해 군사작전 하듯 몰아붙이니까 한국노총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시간에 쫓겨 결국 문제조항까지도 합의해주지 않았나 짐작한다”면서 “노사정합의가 이렇게 되면 얼마나 실천력을 담보할지 의문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신뢰가 생명인데 그게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의원은 향후 노동개혁의 방향에 대해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 대기업에도 한시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비정규직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축소해야 되고 차별을 해소해야 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은 “새누리당이 추진한다는 5대 입법에 대한 대안입법을 일찌감치 마련했으므로 이를 국회 입법과정에서 적극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 등 노사정 대타협 주역들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9차 본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병원(왼쪽부터) 한국경총 회장, 김대환 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노동개혁을 필두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개혁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방향은 야당과 정 반대다. 좀 더 적극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한구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노사정이 합의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중요한 출발이라고 보지만 핵심적인 것은 합의가 안 돼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공평성,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은 “임금체계를 직무평가 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파견업종 확대와 기간제 확대가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런 것들은 장기과제로 넘어가 있거나 입법과제로 돼있는데 국회 사정으로 봤을 때 (여야 관계 때문에 처리하기가) 한참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은 “임금피크제는 이번에 정년을 연장하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정년 연장하는데 임금피크제 안 하면 안 된다. 이건 상식이다”라면서 “공정한 해고도 법원에서 해고를 인정해주는 케이스에 정말로 게으른 사람, 사고치는 사람에 대한 걸 지침에 넣겠다는 정도이지 멀쩡한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의원은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건 보상은 안 된다. 노력을 해야 한다”라면서도 “임금피크제는 대형 기업밖에 해당이 안 되는데 이들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생기는 여력을 갖고 인건비 총액을 줄이지 않고 쓰려면 청년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한구 의원은 “5대 주력산업의 사정을 보면 기능공 직원들의 연령이 너무 높아져 있다. 자기들이 필요해서라도 젊은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면서 “여력을 주는 것”이라고도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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