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혁신안 처리와 함께 자신의 대표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당 내 비주류들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에서 문재인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지면에서 문재인 대표의 승부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비판의 수위에 있어서는 각 신문들이 관점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 한겨레 10일자 사설

한겨레는 10일 1면 우측 하단에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관련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성한용 선임기자 명의의 <야당은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성한용 기자의 글의 핵심을 요약하면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이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의 전선을 명확히 해 야당의 미래가 더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날 <대표 재신임까지 불러온 제1야당의 ‘혁신 갈등’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더라도 당 내분과 갈등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도 중요한 건 당원과 지지자를 격동시킬 수 있는 개혁방안을 1차 혁신안에 더해 마련하는 것”이라고 썼다.

▲ 한겨레 10일자 3면 기사

한겨레는 3면에 <문, 주류 일부까지 ‘비대위·조기 전대론’ 번지자 승부수>라는 제목의 기사로 문재인 대표 회견의 전후맥락을 다뤘는데, 여기서 한겨레는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총선 참패 위기감이 커지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거나, 전당대회를 새로 치르자는 주장이 비주류는 물론 주류 진영 내부에서도 확산되자 문 대표로선 국면 전환의 계기가 절실했다는 얘기”라는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한겨레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의 방식으로 일반 국민여론조사 50%에 권리당원 투표 50%를 더해 반영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당대표의 거취를 물으려면 당원들에게 물어야지 왜 국민에게 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안철수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 경향신문 10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좀 더 야당 전체의 위기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경향신문은 이날 <문 대표의 재신임 제안, 새정치연합 거듭나는 계기 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된 대표가 몇 달만에 다시 신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작금의 새정치연합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해설하면서 그간 추진해온 혁신의 내용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고 당 지지율은 저조하며 그런 가운데 계파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문 대표는 지도자다운 정치력과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내분 사태를 사실상 방치해온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문재인 흔들기’를 해온 비주류 인사들도 깊이 자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나 정세균 의원 등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어찌됐든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제안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반복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국일보 10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경향신문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표의 재신임 제안까지 나온 새정치연합의 내홍>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에도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민은 제1야당이 노선과 정책에서 어떤 본질적 변화를 하느냐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우리는 여당과 호각지세를 이루는 강한 야당을 원한다”면서 “문 대표를 포함한 야당 지도부가 새로운 규칙을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변화를 논의하길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제안을 정치적 ‘술수’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관점도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5면 하단에 “문재인 대표의 2단계 재신임 카드”라는 표현으로 이후 전망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표가 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퇴하고, 이후 별도로 재신임을 물어 부정적 결론이 나와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 경우 모두에서 사퇴로 결정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조선일보의 해석이다. 조선일보는 중앙위의 경우 주류 측 인사가 다수이므로 혁신안이 통과될 수밖에 없고, 재신임투표를 일반 국민여론조사 50%, 권리 당원 투표 50%로 진행하는 경우도 문재인 대표 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방식을 어떻게 하든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조선일보의 이러한 시각은 사설에서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조선일보는 <당 내분까지 국민 여론조사로 풀겠다는 문재인식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표가 이날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것은 비노 측의 이런 공세를 일축하면서 당원과 국민 지지에 기대어 내분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라면서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측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어 다음 주 중앙위에서의 혁신안 통과나 그 이후의 대표직 재신임 투표 모두 문 대표 측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를 둘러싼 갈등의 과정에서 비주류 측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한 흔적이 없고 당의 존립이 걸린 중대사안을 국민·당원 여론조사 및 투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비상식적이라며 “세계 어떤 정당도 이런 식으로 당내 갈등을 푸는 경우는 없다. 야당도 문 대표도 참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을 실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10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한층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동아일보는 이날 5면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관련 기사 제목을 <문, 퇴진론 정면돌파 시도…비노 “꼼수로 협박하나”>로 달아 비주류 측의 부정적 반응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문 대표, 말뿐인 혁신에 ‘재신임 꼼수’로 집권 바라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제 당무위를 통과한 혁신안은 친노가 다수를 차지한 중앙위에서 16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 ‘혁신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당과 대표를 흔들지 말라’는 엄포성 꼼수가 아닐 수 없다”면서 “문 대표의 회견이 새정치연합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혹평했다.

동아일보는 “당의 분란은 근본적으로 문 대표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노무현 정부 이후 진화하지 못한 386 운동권 세력은 ‘무상복지’ 포퓰리즘 공약까지 국민의 신뢰를 잃자 더는 정치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는 ‘환골탈태’라는 주문을 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제1야당이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면서 거의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 중앙일보 10일자 기사

중앙일보는 위의 보수언론들과 비교하자면 문재인 대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3면에 문재인 대표의 인터뷰를 실어 최근 상황에 대한 의견을 상세하게 발언할 기회를 제공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 진정성에 달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류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고 사실상 중앙위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면 반드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투명·공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문 대표와 비주류 모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평소의 관성도 있겠고 다소간의 ‘정치적 의도’도 분명히 실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보수언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제1야당에 우호적인 언론까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그리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건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해있는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비록 지금은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가 혁신안의 처리와 재신임 과정에서 지지자들의 단결을 다시 이뤄낼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당한 정도의 정치력과 기획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지금까지 그런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 점에서 부정적 전망과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이번에야 말로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양순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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