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 처리 이후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표는 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안의 처리가 대강 마무리되는 시기 맞춰 재신임을 물으려 한다”면서 “혁신안이 부결되거나 제가 재신임을 얻지 못하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에 대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우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다른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혁신안이 가결되고 제가 재신임 받는다면, 혁신이나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면서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끝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건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는 “당을 지키고 기강과 원칙을 세우기 위해 이 시점에서 대표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단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재신임을 받는 것을 전제로 “당을 더 혁신하고 기강을 더욱 분명히 세우겠다. 포용과 단합과 통합을 향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 재창당에 가까운 뉴 파티(New Party)비전도 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혁신안 처리과정과 함께 저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표의 이와 같은 입장은 최근 당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강화되고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이 당 내외에서 논란을 키우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100% 국민선거인단을 통한 공천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의 처리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해 격론을 벌였다. 공천 과정에서 당원이 소외된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진통 끝에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16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원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당내 비주류들이 중앙위가 열리는 16일, ‘성토장’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정세균 의원까지 나서서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문재인 대표가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제기됐다는 해석이다.

야권의 또 다른 차기대권주자로 꼽히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혁신안을 비판하면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회동한 사실도 문재인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 둘이 회동한 후 “지금의 새정치연합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 “혁신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이 살아날 길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보다는 혁신을 통한 체질개선에 집중되는 듯 보였으나 이날 당 외에서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정계개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에도 “많은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100석 이하로 예상하고 있다”며 “총선과 대선을 이긴다고 본다면 야당은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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