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언론에 의해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성폭행 논란에 휘말린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안에서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에 대해 주류, 비주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사안을 다루는 각 언론의 시선이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조선일보는 8일 지면에 <與, ‘성추문 심학봉’ 제명 거부하며 뭉개는 이유 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국회 윤리특위가 7일 징계심사소위를 열어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 측이 소명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심 의원은 국회 회기 중에, 그것도 대낮에 혼외 정사를 벌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것만으로도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여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징계를 미적대고 있다”면서 “국민이 잊어버릴 때까지 깔아뭉개며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것인가”라고도 주장했다.

▲ 조선일보 8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다투는 소리만 요란한 野>라는 제목의 사설도 배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안심번호제 도입을 전제로 내년 총선 후보를 100% 일반 시민으로 구성하겠다는 국민공천단 경선 방식으로 뽑겠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계파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게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그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다양한 혁신안을 내놨으나 그 때마다 친노와 비노가 다투는 모습만 보였다면서 “계파 갈등을 없애보겠다며 만든 혁신위가 오히려 계파 간 분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혁신위의 활동에도 야당 지지도는 오히려 떨어졌고 혁신위 자체가 문재인 대표의 4·29 재보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밀어붕인 것인 만큼 문재인 대표가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8일자 '기자의 눈'

이 두 사안과 관련해서는 동아일보도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심학봉 감싸는 與의 ‘윤리 불감증’>이라는 제목의 홍수영 정치부 기자 글에서 “아무리 ‘신중하게’ 심의한다 해도 심 의원이 평일 대낮에 상임위 회의에도 불참한 채 한 호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호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시간만 벌면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된다는 경험칙에 기댄 것인가.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의원들의 태도가 너무나 한심하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사설과 거의 유사한 톤이다.

▲ 동아일보 8일자 사설

이날 <새정연, 분란만 키운 ‘혁신안’으로 국민지지 바라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혁신안을 비판한 것도 동아일보가 조선일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동아일보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퇴진 압박을 받던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를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는 한편, 자신과 친노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면서 “결과적으로 기대보다는 우려가 적중한 느낌이다. 당내 화합을 이끌어 내지도 못했고 국민에게 감동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사무총장직과 최고위원회를 없앤다고 해 비주류의 반발을 자처하고 윤후덕 의원과 한명숙 의원 사건 등에 감싸기로 일관하며 박기춘 의원의 국토교통위원장직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도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일부 비노 호남권 의원들의 탈당, 분당 움직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면서 “자기 당도 혁신하지 못하는 당이 어떻게 나라를 바롲바겠다??국민에게 표를 구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두 신문의 태도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여야를 모두 비판해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사안을 다루는 관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의 심학봉 의원 감싸기의 경우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새누리당의 태도로 인해 심학봉 의원의 처분 문제는 사실상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에나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한국일보 8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새누리당 ‘심학봉 감싸기’ 의혹 피하기 어렵다>라는 사설에서 “당장 10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사실상 징계 논의를 국감 종료 이후로 미루고 보자는 것은 적잖이 이상하다”면서 “금명간에라도 심 의원을 소위에 불러 의견을 듣고 즉각 최종 결정에 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일보는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혐의가 사법적 판단의 문제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애초부터 윤리특위가 심사하려는 것은 강압이나 회유 여부가 아니라 국회가 열린 시간에 배우자 아닌 여성을 호텔로 불러 성관계를 가진 불륜행위와 직업적 비윤리성이었다. 이는 성폭행 의혹의 실체와는 무관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평가를 보면 새누리당의 심학봉 의원 감싸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게 분명해진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에 대한 8일자 기사 제목

그런데 보수언론의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에 대한 비판은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문제다.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계파 갈등’과 ‘분열’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모두가 기사 제목에서 ‘비주류의 반발’을 강조하는 동일한 관점을 보였다. 그러나 한겨레의 경우는 <혁신위 “100% 시민참여 경선”…인지도 높은 현역의원 유리>라는 제목의 기사로, 경향신문은 <100% 국민공천단·신인 가산점…새정치 ‘판도라의 상자’ 열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일보는 <野 혁신위 “국민공천단·결선투표 도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전하고 있다.
혁신안에 대한 내부적 반발에 대해 경향신문은 “비주류 측은 이날 공개적 반응은 삼갔지만 내부적으론 조직적으로 반발할 태세다”, 한겨레는 “혁신안에 반발해온 비주류들은 일단 이날 혁신안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는 “당내에선 권리당원의 비중 축소와 정치신인 가점,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결국 ‘비주류 솎아내기’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향후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향후 비주류의 반발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혁신위의 10차 혁신안에 대한 비주류의 직접적인 반응은 아직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아닌 상황인 셈이다.

▲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에 대한 8일자 기사 제목

결국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비판은 다소 성급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야당의 계파갈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또 이를 비판하는 것 역시 언론이 당연히 맡아야 할 공적책무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계파갈등을 비판하는 것과 모든 문제에서 야당의 계파갈등이 벌어지길 바라며 이런 관점을 강조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른 문제이다. 보수언론의 이와 같은 지적이 과연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이어지는지는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정치력에 달린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더 큰 비극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비극을 기정사실화하는 보수언론의 책략(?)도 문제지만 거기에 통 할 말이 없는 제1야당의 현실도 문제다. 이 날 신문들의 정치면은 이런 곤란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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