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개념의 공영방송 규정과 그를 관할하는 새로운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28일 열린 연속토론회 <방송의 공공성, 공공방송위원회 설치가 대안이다>에 발제자로 나서 “지금까지 공영방송을 소유구조, 재원구조, 채널구조 중심으로 규정했다면 이제는 방송내용으로 공적서비스인가 아닌가에 따라 공영방송을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른 공영방송의 관할기구로서 ‘공공방송위원회’도 새롭게 제안했다.

▲ 지난 28일 열린 연속토론회 <방송의 공공성, 공공방송위원회가 설치가 대안이다>의 모습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은 시장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방통위가 방송영역 문제에서조차 주체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기획재정부에서 공기업선진화방안으로 민영미디어렙이 추진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대한 헌법 불합치를 판결을 내리는 등 ‘방송’ 영역에 대한 규제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의견 제시를 할 수도 없게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규제모델로 제시한 ‘국가기간방송법’에 대해 △KBS와 EBS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 △예산과 결산을 국회에서 승인한다는 점 △KBS 현 이사회 폐지 및 경영위원회(국회의장 추천으로 대통령 임명)를 둔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 법안은 KBS, EBS를 제외한 나머지 채널을 민영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이는 다공영체제의 해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공공서비스방송’의 개념을 정립하고 ‘공공서비스방송’의 정책방향과 규제를 담당할 ‘공공방송위원회’를 제안했다.

최 의원이 제기한 ‘공공방송위원회’ 모델은 KBS, MBC, EBS를 비롯해 SBS, OBS를 관장하고 케이블방송의 YTN, 아리랑TV, KTV도 ‘공영’이 아닌 ‘공공’의 범위 안에 포함시킨 개념이다. 또한 구성에 있어서 정치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여성, 노동, 학계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해 운영·감시하도록 했으며 사장 선임, 임기 문제, 사장 경영권, 인사권, 편집편성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을 관할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시장주의에 뒤늦게 따라가게 됐지만 공공방송위원회에 대한 토론을 거치면서 차례로 대응해나갔으면 좋겠다”며 발제를 마쳤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공공방송위원회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은 산업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다”며 미디어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수용자복지, 문화다양성, 지역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이 방송의 확대, 뉴미디어의 확장만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 방송사들이란 뜻이다. 또한 정 교수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당의 이익에 충실해왔다”며 어떤 사람이 정책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차원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공공방송위원회의 역할에서 수도권 지상파 3사가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지역민방과 라디오방송이 빠졌음을 지적했다. 또한 공공방송위원회가 방통위 내부에 존재하는 것인지 새로운 영역에서 대립된 기구를 설립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공공방송위원회 논의가 진행될 때에는 계층과 지역 그리고 공간과 시간을 뛰어 넘는 논의가 되어야 사회적 방어선이 가능해진다”며 사회적 공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공공방송위원회에 대해 영국의 사례를 들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은 수신료든, 광고든, 공적 기금이든, 운영 재원과 상관없이 공공서비스방송으로 간주한다”며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상업방송의 경우에도 공적인 섹터로 규정하여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방송의 공익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공공서비스 방송의 역할을 다르게 규정하여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윤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영국의 정책결정 절차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장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을 제안하며, 그러나 그 법적인 책임은 오프콤에서 지도록 돼 있는 영국의 규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현재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를 들어 “적어도 (민주당이) 우리와 방송환경과 관련된 기본철학을 함께한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갈 수 있었는지 답답하다”며 야당으로써 민주당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시청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강조했다. RTV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식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방송사 사장선임 과정에서 검증에 대한 언론의 역할과 회계에 대한 방송사의 자율권 보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공방송위원회에 대하여 “방송사의 존립이 목적이 아닌 시청자들의 복지를 위한 것”으로 “방통위와의 관계문제나 제도적 차원보다 이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며 토론회를 끝맺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