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막으려 초가삼간을 태운 ‘쇼미더머니4’일 수밖에 없었던 결승 생방송. 배틀에 나선 두 우승 후보의 실력 또한 낙제점이었다. 래퍼의 오디오가 정상적으로 방송을 타지 못하는 방송 사고급 장면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생방송 전체가 늘어지는 진행으로 시청자는 때 아닌 정신수행을 해야만 했다.
생방송은 여러모로 복잡한 연출이 있기 마련이지만, 급히 결정된 생방송은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음향 사고뿐만 아니라 무대 간 연출이 자연스럽지 못해 현장에 있던 관객과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 진행이 매끄러웠다면 리허설 무대에서 조사됐던 결과와 일치했을지도 모르지만, 생방송 무대는 어지럽게 진행돼 정작 대결 래퍼가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어설픔을 보였다.파이널 무대만을 놓고 본다면 점수를 매기기도 창피한 수준. 1라운드와 2라운드 경연을 한 베이식과 송민호는 모두 좋은 무대를 보이지 못했다.
실력으로 봤을 땐 온전한 점수를 주긴 어려운 무대였음이 분명하다. 전체 승부상 6:4로 베이식이 우세한 무대를 펼쳤다고 볼 수 있고, 점수상 준다면 베이식이 통합 포인트로 30점의 무대, 송민호가 25점 정도의 무대를 펼쳐 보였다.
2라운드에서 부른 ‘Victim + 위하여’도 지루함이 있는 곡 스타일이었다. 좀 더 곡 구성을 타이트하게 가져가고 사운드를 강화해야 했다. 또 후반 ‘제일로-대리 불러-택시로’ 부분의 라임과 ‘상관없지-다 이기지’ 라임은 유치함과 함께 지루함을 불러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쇼미더머니4>에서 겪은 이야기와 상황들을 가사로 옮긴 부분 역시 억지로 구겨 넣은 듯해 곡의 퀄리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줬다.
베이식이 1라운드에서 부른 'I'm The Man' 은 서태지의 ‘하여가’나 ‘컴백홈’, 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의 ‘Insane In The Brain’의 웨스트 코스트 랩 스타일과 특유의 샘플 루프 비트가 느껴졌으며 흥을 돋우는 곡이었지만, 새로움은 없었고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긴 부족한 곡이었다.
2라운드에서 부른 ‘좋은날’은 지나친 감성팔이 곡. 부모가 키울 때 몰랐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현재의 자신, 그런 자신의 무모함을 바라보는 아내와 그 부모의 상황 등이 관중을 자신의 편에 서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곡으로 우수하다 말할 수는 없었다.
<쇼미더머니4> 파이널을 보며 가장 실망한 점은 제대로 된 랩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승 후보가 될 정도로 실력이 있는 이들이 우승을 가르는 결승 무대에서 고작 한다는 랩이 감성팔이 무대라고 한다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진검 승부’라 할 만한 최고의 랩 스킬을 보여주는 무대를 바랐지만, 그들이 보여준 거라고는 덜 익은 랩과 감성팔이로 구걸(심한 표현이긴 하지만)하는 랩을 보여준 게 전부다.
무언가가 두려워 그것을 피하려다 퀄리티만 낮아진 무대를 시청자는 봐야만 했다. 차라리 대형 기획사의 완전한 파워를 등에 업고 나오는 래퍼와 힙합씬 최고의 래퍼가 정면 대결을 펼치는 대결이었다면 이 승부는 더 스펙타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쇼미더머니4>는 좋은 실력의 래퍼를 잘못 알렸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