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가 봐도 먹방과 쿡방의 범람시대다. 채널마다 쿡방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데도 더 필요할까? 쿡방의 핵존재감 백종원이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통하기 힘들지 않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백종원의 정체성이 집약된 프로그램으로 바로 3대천왕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겠다.

시작은 먹방이었다. 백종원이 자신의 경험에 인터넷의 빅데이타를 더해서 몇 곳의 맛집을 선정해서 직접 시식을 나선다. 이건 사실 특별할 것이 없다. 흔한 먹방의 더 흔한 루틴에 불과하다. 다만 백종원이 하는 거라 기대와 신뢰가 더해지는 것이 다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백종원의 먹방은 쿡방을 능가할 정도였다. 게다가 전남 나주, 경북 김천과 대구를 무려 사흘에 걸쳐서 직접 탐방하는 열의를 쏟아 붓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서울의 기사식당까지 찾았다. 그 시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이런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돌아다닌 맛집들 중에서 3곳을 선정해서 그곳의 요리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서 요리를 하고, 방청객들이 맛을 보고 최고의 한 집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먹방, 쿡방과 달리 승부를 결합시킨 점은 영리한 벤치마킹이었다. 모름지기 한국 사람은 승부가 걸려야 더 끌리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이 정한 첫 번째 요리는 연탄불 돼지불고기이었다. 일단 서민 메뉴고, 언제 어디서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 또한 요리연구가 백종원다운 영리한 전술이었다. 백종원의 3대천왕 엠씨 중 하나인 김준현의 말처럼 가장 치명적인 맛은 바로 “내가 아는 맛”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백종원이나 김준현의 먹방이 호기심을 넘어 고통이 될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방청객들의 리얼한 탄성과 탄식은 그대로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이된다. 그간 많은 맛집 탐방, 먹방, 쿡방을 거의 빠지지 않고 섭렵했지만 3대천왕처럼 실감나는 맛의 호기심에 빠져본 적은 없었다. 그것은 곧바로 심야에 냉장고를 뒤지게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다.

냉장고를 뒤질 수 있는 시청자는 그나마 낫다. 스튜디오에는 88명의 방청객이자 요리 감별단이 있었고 마지막 시식까지는 시청자보다 더한 후각의 고문까지 견뎌야 하니, 그 식욕을 참기가 보통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아는 맛. 그 돼지불고기 3대천왕 전에 출전한 전국의 맛집은 나주, 김천, 대두 세 곳이었다. 나주와 대구는 간장베이스고, 김천만 고추장 베이스로 맛을 냈다.

요즘 예능을 점령한 셰프들과 달리 3대천왕에 나온 맛집 요리사들은 예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점도 좋았다. 그저 묵묵히 오랜 시간 자신들이 해왔던 인내의 시간과 자부심으로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몇 줄의 글로 표현하지 못한 장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뜨거운 연탄불 위의 고기를 맨손으로 뒤집고 펴고를 반복하는 나주 돼지불고기집의 어머니는 뭉클하고 숙연한 감동마저 선사했다.

그래서인지 결국 3대천왕 첫 번째 승자에는 바로 그 나주 불고기집이 선정됐다. 백종원이나 엠씨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세 곳의 불고기를 모두 먹어본 방청객 30명이 투표한 결과다. 서른 명의 취향은 사실 아주 객관적인 평가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수많은 맛집 프로그램에 몇 번을 출연한 것 이상의 신뢰와 기대를 주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 승부를 떠나서 나주, 김천, 대구의 돼지불고기는 모두가 꼭 한 번은 먹고 싶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첫 방송에서 엄청난 먹방 파괴력을 선보였고, 그 힘을 통해 백종원의 3대천왕이 먹방의 끝판왕 자리에 오를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3대천왕은 많은 부분에서 대부분 익숙하다. 비판적 시각에서 본다면 온갖 먹방과 쿡방의 비빔밥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 익숙함이 첫 방송임에도 낯설지 않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쉬이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그것을 해결하는 힘은 여전히 백종원이며, 모두가 아는 맛의 유혹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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