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가 그랜드 파이널을 치르고 이제 거의 막바지에 들어갔다. '더 지니어스'는 참 불편한 프로그램이다. 게임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편가르기가 중점적이기 때문에 심리전보다는 파벌을 형성하는 것이 우승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배신과 반목을 도모해야 하고 살기위한 치열한 서바이벌이 되고 만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압축시켜 놓은 듯 하지만, '더 지니어스'가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난 이유는 제작진의 개입 때문이었다. 게임의 룰을 정해 놓았지만 그 룰을 벗어나도 묵인하였었고, 룰을 정하고 지배하는 것은 제작진이기에 데스매치의 종목을 미리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 떨어뜨릴 사람을 제작진이 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더 지니어스’는 제작진이 개입할 수 없게끔 룰을 바꿔가고 있다. 시작 전에 데스매치 게임을 모두가 보이는 곳에 자물쇠로 채워 놓기도 했고, 그마저 탐탁지 않아하자 데스매치에 간 사람들이 여러 게임 중 원하지 않는 게임을 소거한 후 남은 게임 중에서 뽑아서 진행을 하는 방식이다. 룰은 점점 정교해지고 공정해지고 있기에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은 흥미롭게 보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스포일러가 돌아다니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사고들이 많이 나고 있기에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에 더 치밀하게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호감의 아이러니
그래서인지 비호감 캐릭터들이 매회 속출하고 있다. 이상민은 처음부터 세력을 만들면서 배신과 반목을 하며 게임을 주도해왔으나 김경훈이라는 큰 장애물을 만났다. 김경훈은 알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지고 나와 비호감을 자처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등에 칼을 꽂는 배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연기까지 해가면서 가장 비호감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스파이는 기본이고, 스스로 개가 되겠다며 주인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자신이 실력이 없는 듯 연기를 하면서 모든 것은 승리에 초점이 맞춰진 전략에 가까웠다. 건달의 가랑이 밑을 지나간 한신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정문 역시 비호감으로 전락한 캐릭터다. 파이의 소수점 100자리 수까지 외우고 있는 천재이고 미모까지 겸비했지만, 계속되는 배신과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그녀를 비호감 덩어리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더하여 김경란의 디스 아닌 디스들은 김경란은 선, 최정문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최정문은 계속해서 스파이를 하고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다.
반면 호감을 가져가려는 플레이어들은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나 우승자들이었던 장동민, 오현민, 홍진호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장동민은 그래도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오현민과 홍진호는 갓현민, 갓진호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다. 반면 발톱을 들어낸 이준석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고, 떨어지긴 했지만 최연승도 ‘더 지니어스’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더 지니어스’는 회가 거듭될수록 더 잔인해지고 살벌해지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자신의 밑천을 내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누가 더 빨리 그 발톱을 꺼내서 비호감 캐릭터를 잡아가느냐에 따라서 생존과 더불어 캐릭터도 얻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승만이 살 길
참으로 잔인한 게임이지만 그것이 '더 지니어스'의 묘미일 것이다. 과연 우승은 장동민 파에서 나올지 아니면 비호감을 먼저 거머쥔 김경훈과 최정문의 것이 될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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