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하면 가요계를 뒤흔들어놓는 무한도전 가요제. 이번에도 정말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계속된 무한도전 가요제의 성공이 멤버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단 잠이 크다. 각자 뮤지션들과의 개별 촬영을 하든 아니면 함께 모여서 중감점검을 하든 어느 때보다 호흡도 잘 맞고, 예능 포인트도 잘 잡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가요제에도 우열반은 있었다.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은 늘 가요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나 이제는 제작진조차도 가요제의 제왕이라는 자막을 자연스럽게 쓸 정도로 정형돈은 가요제만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무도를 휘젓고 다녔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 선택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만난 혁오와 의견 대립 끝에 아주 의외의 장르를 끌어냈다. 한국에서 컨트리뮤직이라니.

컨트리 장르가 한국에서 워낙 낯설고 비인기라서 가요제 결과까지 좋을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지만 왠지 정형돈이 어쨌든 성공시킬 거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가요제 무대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것이 정형돈이기 때문이다. 무도 가요제의 성공은 노래 자체의 힘에 과정에서 얼마나 큰 관심과 재미가 더해지냐에 달려 있다. 정형돈은 가요제가 시작되면서 그의 존재감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그런 정형돈의 힘은 이번 중감점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가요제에도 홍홍렙으로 단숨에 가요제의 무게중심을 자신으로 끌어들였던 정형돈은 이번에는 레이백이라는 힙합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웃음과 음악 실력을 뽐냈다. 지디와 했던 렙은 웃음만 줬다면 이번에는 데프콘과 어울리면서 꽤나 힙합 공부를 한 테가 났다.

물론 이번 가요제에서 정형돈의 렙을 더 볼 수는 없다. 정형돈이 중간점검과 또한 혁오 멤버들과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컨트리송으로 이번 가요제에 나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정형돈과 혁오와의 합의는 만들어졌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정형돈의 결심은 일단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박명수의 EDM이나 유재석의 댄스곡은 어쨌든 결과와 상관없이 새롭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하하와 자이언티가 하기로 한 레게보다도 요즘 한국에는 가장 낯선 것이 컨트리 장르다. 무한도전 기존 멤버들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지만, 무난한 장르로 간다면 정형돈은 분명 신선하지만 위험한 장르를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이번 가요제는 식상함과 낯섦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식상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도 멤버들의 인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뮤지션들의 파워가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에 식상함의 핸디캡은 가볍게 해결할 것이다. 그로 인해 식상함은 오히려 익숙함, 친숙함으로 모습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낯섦은 조금 다르다. 대중문화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낯선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장르적 편식이 무척이나 심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가요제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는 취지는 매우 좋다. 그래서 정형돈과 혁오가 이번 가요제에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지만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아직은 더 크다. 과연 무도 가요제의 제왕 정형돈이 이 낯섦의 함정을 어떻게 피해갈지 주목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