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미디어스에 새로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주의 BEST: 근성으로 쌓아올린 진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7월 25일 방송)

목사 부자가 20년 동안 자신의 아내(며느리)와 두 아들(손주)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몇 번을 들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 일명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세 모자가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그 내용이 삽시간에 인터넷에(만) 퍼졌으며, 각종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권력이 진실을 덮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바로 그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나섰다. 제작진은 ‘세 모자 성폭행’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진실을 우리 앞에 꺼내놓았다.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은 세 모자가 꾸며낸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아내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건, 남편이 이혼 후 두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을 신청한 직후였다. 그 배후에는 세 모자가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는 무속인이 있었다.

▲ 7월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밝혀낸 반전이 아니다. 그 반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사건의 당사자인 세 모자와 남편은 물론, 교회 관계자와 아내의 친정 식구 등 당사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주변인까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성폭행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세 모자, 이혼 직후 아내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시작됐다는 남편의 상반된 입장을 듣는 동안, 제작진은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양쪽의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한 후, 제작진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세 모자는 자신들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아들이 끔찍한 피해 사실을 진술할 때, 어머니는 그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한, 둘째 아들의 진술서 마지막에는 ‘스마일’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팩트라는 조각들을 진실로 확신하게 만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뒤따랐다.

꼼꼼한 취재와 끈질긴 근성이 아니었다면, 아마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진실.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매주 추구해 온 방식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음모론이나 억측이 낄 자리가 없다. 혹여나 아주 조심스럽게 추측을 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탄탄한 근거가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례적으로 ‘세 모자 성폭행’ 사건에 대해 2부작 방송을 결정했다. 진실을 분간하는 눈을 가리는 것들이 많은 시대,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주의 WORST: 샘킴을 이렇게밖에 활용 못 하나? KBS <해피투게더3> (7월 30일 방송)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 셰프는 요리를 시청자와 소통하는 콘텐츠로 활용했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셰프는 요리하는 과정을 ‘허세’라는 예능과 잘 버무렸다. 최현석 셰프뿐 아니라 <냉장고를 부탁해>의 모든 셰프들은 냉장고에 얽힌 게스트의 스토리 위에 요리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요리를 한다. ‘쿡방’이 대세인 요즘, 각 프로그램은 좀 더 진화된 방식으로 셰프와 요리를 예능의 영역에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KBS <해피투게더3>는 가장 안일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 <해피투게더3>는 사우나 토크를 없애고 야간매점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게스트 토크와 야간매점 대결 사이, <해피투게더3>는 스타 셰프를 불러 요리를 선보인다. 문제는, 게스트와 아무 상관없는 셰프가 나와서 게스트와 아무 상관없는 요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스타 셰프의 요리는 오로지 퀴즈를 맞힌 대가로만 활용된다.

이번 주 ‘대단한 유전자’ 특집에서는 신성록 형제, 서인영 자매, 오상진 남매가 출연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샘킴이 오늘의 스타 셰프로 초대됐다. 게스트들이 서로의 에피소드를 퀴즈로 풀면, 샘킴은 요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정답을 맞힌 팀에게 요리를 대접한다. 게스트들이 퀴즈를 풀고 토크를 하는 동안, 샘킴은 유재석과 박명수 사이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말 그대로 요리만 해주러 나온 일일 주방장인 것이다.

▲ 7월 30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3>

두 MC도 민망했는지 이따금씩 샘킴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스트와 샘킴 사이의 어색한 벽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스타 형제자매들이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다가 느닷없이 “샘킴도 자신의 비밀을 폭로할 게 있나요?”라고 묻는다. 얼떨결에 대답은 하지만, 구색 맞추기 질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야간매점 코너가 초반에 큰 이슈가 됐던 이유는, 심야 시간에 간단한 요리를 선보였고 그 요리에 게스트만의 스토리가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맞히면 (연)복이 와요’, ‘맞히면 샘(킴)이 와요’는 셰프와 요리를 지극히 1차원적으로 활용한 코너에 불과하다. 가장 핫한 셰프 중 한 명인 샘킴을 이렇게밖에 활용하지 못하다니, 샘킴이 만든 요리가 아깝다.

이가온 / TV평론가
웹진 텐아시아와 잡지사 하이컷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 회사를 퇴사한 후에도 여전히 TV를 놓지 못하고, TV평론으로 밥벌이하는 30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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