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호 기자 ‘재징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MBC 사측은 1993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상호 기자가 해고기간 다큐 <다이빙벨> 연출 등의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징계사유에 추가해 인사위에 회부했다. 이와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부당해고로 고통을 주었으면서 그 기간 동안의 활동에 대해서는 또 MBC 사규를 적용해 징계하겠다니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C가 해당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확대해서 끼워 맞추는 것”이라는 법률가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MBC(사장 안광한)는 이상호 기자는 오는 3일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했다. MBC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조사예정사항으로 △김정남 인터뷰 관련 트위터 글 작성 및 게시 관련(2012년 12월 17일), △고발뉴스 출연에 대한 허가사항 위반 관련(2012년 5월 27일), △MBC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관련-공정성, △연합뉴스 기자에 대한 욕설 관련(2014년 4월 24일), △고발뉴스에서 MBC 및 MBC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관련, △회사 허가 없이 고발뉴스 출연행위 지속 관련, △다큐 <쿼바디스> 영화출연 관련, △다큐 <다이빙벨> 연출 관련 등을 제시됐다.

▲ 이상호 기자가 대법원 "해고 무효" 판결에 따라 복귀해 출근하고 있다(사진=MBC본부)

MBC, 징계해고 처분이 취소되면 해고기간은 ‘해고되지 아니한 것’

대법원은 이상호 기자와 관련해 해고라는 징계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고 징계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해고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상호 기자가 MBC 내 취업규칙 및 사규 위반한 점 또한 인정했다. 복직되더라도 MBC가 이상호 기자에 대해 양형을 달리하는 별도의 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 까닭이다. 실제 인사위원회 조사예정사항에는 이상호 기자가 ‘MBC 김재철 사장이 김정남 단독인터뷰를 비밀리에 진행했고 선거 전날 보도할 예정’ 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작성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MBC는 재징계 사유로 이상호 기자가 해고기간 고발뉴스 출연과 다큐 <다이빙벨> 연출 및 <쿼바디스> 출연 등까지 문제삼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MBC는 이와 관련해 “해고 기간 중 임시근로자 지위기간 중 벌인 행위에 대해 사규 위반 사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대법원 93다2696’ 판례를 제시했다. “징계해고 처분이 취소되면 해고무효 확인 판결이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로 소급해 해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그 후 새로이 같은 사유 또는 새로운 사유를 추가해 다시 징계처분을 한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신의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MBC가 이상호 기자의 재징계와 관련해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93다2696’ 사건은 이렇다. 1989년 ㈜보루네오가구에서 제재보조공으로 일하던 A씨는 1월 14일과 16일 약30분 씩 작업장을 이탈해 노조의 자체회계감사결과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는 게시문을 부착하다 이를 말리는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해고(1월 21일)됐다. A씨는 같은 해 3월 18일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고 1990년 8월 2일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됐다. 이에 회사는 같은 달 20일 A씨에 대한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1989년 3월 22일(A씨가 해고무효확인소송 제기 이후)부터 4월 4일까지 일어난 회사 내 불법파업농성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업무를 방해하는 등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위배한 사실을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통해 새롭게 원고를 재차 해고(2차해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징계해고처분이 취소되면 해고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로 소급해 해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위 1993.5.11.선고, 91누 11698 판결 참조), 그 후 새로이 같은 사유 또는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여 다시 징계처분을 한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고(위 1981.5.26.선고, 80다2945 판결 참조), 징계무효확인판결이 선고된 뒤에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하여 법원의 판결을 잠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MBC의 주장 그대로다.

MBC가 해당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이상호 기자에 대해 징계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C에서 해고상태에 있는 정영하 전 MBC본부장과 이용마 전 홍보국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권성민 예능PD 관련 사안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MBC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해고당했더라도 외부 활동은 회사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법률가들, 재량 범위 따져봐야…회사, 허가 등 기대할 수 없었다면 징계해서도 안 돼

MBC의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사유와 관련해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무리한 징계시도로 실제 (해당 사유로)징계가 이뤄진다면 명백한 징계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93다2696’ 적용에 대해서도 그는 “지나치게 확대해서 끼워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MBC가 제기한 대법원 판례와 관련해 “해고돼 있는 동안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것을 새로운 징계의 사유로 삼은 것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라며 “이상호 기자에 대해 MBC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불법 쟁의행위’가 아닌)개인적 활동으로 (대법 사건에 비해)경미하다. 특히, ‘보고를 하지 않았다’라는 등의 이유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은 해고가 무효화됐더라도 해고기간 불법쟁의행위에 참여한 것은 징계에 있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판결로 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정민영 변호사는 또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건과 관련해 “해당 근로자(이상호 기자)의 입장에서 ‘회사 허가’ 등이 가능했겠는가를 따져 봐야 한다”며 “규칙이라고 해서 어겼다고 일률적으로 징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재량의 범위가 있고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같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징계를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호 기자의 경우, MBC는 해고를 함으로써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고 그 기간 월급도 지급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개인 활동(<다이빙벨> 연출 등)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상호 기자가 해고 기간에 회사에 외부 활동들에 대해 허가를 받는 일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그 같은 사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얘기다. MBC가 제기한 판례 또한 해고기간 불법파업 가담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본 것은 결국 정당하다는 의미로만 해석이 되어야한다는 뜻이다.

한명옥 변호사(법무법인 우원) 또한 “MBC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검토할 수는 있는 판례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재량의 범위’의 양정”이라고 입장을 같이 했다. 이상호 기자가 해고기간 내 행위를 MBC <취업규칙> 및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등을 적용할 만한 상황과 조건이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 기간 회사는 이상호 기자와의 관계에서 의무(임금 등)를 다하지 않은 채 해당 기자에게만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MBC본부는 31일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를 하고자 한다면 양형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회사 및 감사 차원의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인사위원회 연기를 요청했다. 이들은 또한 이상호 기자의 해고사유였던 MBC 경영진의 김정남 인터뷰와 관련해 △김정남 인터뷰 추진 경위 및 지시경로, △김정남 소재 전달한 취재원, △‘사실무근’에서 ‘인터뷰 추진은 사실’ 이라고 입장 바꾼 까닭과 경위, △NLL에 대한 김정남 발언내용, △김정남 인터뷰를 보도하지 않은 경위(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목격된 사실을 보도한 것과 달리)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MBC 감사에게 정식으로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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