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월요일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의 한장면이다.

<야심만만>의 이번주 토크 주제는 '내 여자가 이렇게 행동하면 정말 기 확~ 죽는다!'였다.

임원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외모적으로) 잘난 여성들과 데이트를 하면 항상 기가 죽어있을 것 같아요." 이 대답은 자연스럽게 남자들의 키 콤플렉스 얘기를 끌어냈고, 단신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하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하하는 "저희들은 앉아서 데이트 해요"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하하가 기가 죽을 때는 따로 있단다. 어느날 하하가 아버지와 있는데 여자친구가 그 자리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과는 별로 긴 얘기를 하지 않던 아버지가 여자친구와 너무 신나게 대화를 나누더란다. 그것도 FTA처럼 자신과는 전혀 다른 소재로 아주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 받더라고 했다. 그걸 멍하게 보고 있으면서 기가 죽었다는 얘기다.

핵심은 하하의 반응이다. 하하는 그걸 보며 기가 죽으면서도 여자친구가 너무 대단해 보이고 나도 이제 신문이란 걸 읽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단다.

아주 바람직한 대답이다. 이 상황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기보다 똑똑해 보이는 여자 싫어하니까 알아도 모른척 하라며 연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거나, 다음날부터 열심히 신문을 읽어서 여자친구에게 시사상식을 거꾸로 가르쳤다고 답했다면 '청소년 교육상' 아주 나빴을 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줬던 장면이라 긍정적이다.

잠시 이런 생각도 들게 한다. 하하는 본인의 말대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키도 작은데, 자기보다 똑똑하고 키까지 큰 여자친구 앞에서 어쩜 저렇게 기죽지 않을까?

해답은 화면을 앞으로 돌려보면 나온다. 하하는 본인이 너무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농담처럼 나온 말이 아니라,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하하사랑'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곤 한다.

훌륭한 남자는 이런 남자같다. 자신의 컴플렉스는 컴플렉스일 뿐, 그것으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자학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토크쇼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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