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숍이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공동인식과 공동학습, 그리고 공동행동’이라는 제목으로 KBS수원센터에서 진행됐다. 워크숍의 모토는 ‘반응하지 말고 행동하라!’제목 그대로 공동학습섹션, 공동인식섹션, 공동행동섹션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 제12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샵에서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사유화, 그리고 민중의 삶'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있는 홍석만 정책실장
첫번째 ‘공동학습’ 섹션에서는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사유화, 그리고 민중의 삶’이란 제목으로 진보전략회의 홍석만 정책실장이 강연했다. 홍석만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9월 위기설이 한창일 때 ‘위기는 없다’면서 지속적인 감세정책과 부동산 규제를 완화시켰다”며 “이명박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로 정치적 위기를 뚫고 나가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해왔다”고 지적했다. 홍 실장은 “12월에 산업은행 민영화법을 낼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라며 “미국이 투자은행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홍 실장은 또 “운동진영의 정치세력들 역시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미디어운동도 동일선상에 있다”며 “이번 워크숍에서도 그러한 맥락에서 고민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메모와 토론 - 위기이되 그 안에 희망이 있다

‘공동인식’섹션의 첫번째 토론에서는 ‘2MB 미디어정책의 의미’, ‘공공적 미디어영역의 축소와 대안미디어운동’, ‘대안미디어운동진영의 정책 대응 현황과 과제’ 등의 발제가 마련됐다.

첫 발제를 맡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박민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은 정권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자기인사 늘리기와 언론장악 시도”라며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언론재단을 통한 자기 사람 심기가 한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편 인터넷 통제를 위한 사이버모욕죄 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과 신문의 방송진출의 길을 열기 위한 신문법 개정에서 언론중재법까지 모든 부분에서 법을 손볼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박 부소장은 “지금은 법제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섹션에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김명준 소장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팀 로빈스의 <요람은 흔들리리라>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 정부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데, 지원금으로 연극인들은 노동자연극을 만들고 화가들은 노동벽화를 그렸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노동벽화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두 193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김 소장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하면 사람들은 댐건설만 생각하지만 실제 그 시기는 사회문화예술 분야에서 진보적인 운동이 발전한 때이기도 하다”며 “퍼블릭액세스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도 그 때인데, 지금 한국의 RTV가 위기에 놓였지만 위기 속에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있는 만큼 변화된 조건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12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샵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
발표와 토론 - 공동체라디오·RTV의 위기에서 우리는?

토론회의 세번째 섹션은 ‘공동행동’의 소제목으로 중단 위기에 몰린 공동체라디오운동과 RTV에 대해 주되게 논의됐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해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박채은 활동가는 “‘주파수는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면 국민의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그런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국가가 주파수를 관리하면서부터 국민은 소비자, 이용자, 시청자가 됐고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를 둘러싼 투쟁이 시작됐다”며 “이것이 공동체라디오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공동체라디오 주파수 대역을 신청하지만 실질적으로 국가는 주파수 대역이 다 차서 내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얼마 전 1KW 대역의 영어FM이 생겨났다. 공동체라디오가 1W인 것에 비하면 1000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박채은 활동가는 “영어FM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주파수 문제는 정치적인 권력의 문제이거나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공적지원금이 내년부터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운동으로써의 공동체라디오 자체가 심긱한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에 박채은 활동가는 때문에 공동투쟁이 중요한 시기라며 ‘전국공동체라디오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RTV에 대한 지원도 중단된다. 시민방송을 표방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주되게 편성·방영해온 채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영상공동체 ‘이후’ 이경희 활동가는 “콘텐츠를 통한 미디어운동뿐 아니라 ‘채널’을 통한 미디어운동도 중요하다”며 “미디어운동을 RTV를 매개로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허경 간사는 ‘RTV, 고봉순(KBS)씨의 아이를 입양한다’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KBS에서 폐지된 <사사투나잇>을 독립제작자와 현업 PD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제작해 RTV에서 방영해보자는 제안이다. 허 간사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저지를 넘어서는 미디어공공성 확보 투쟁으로 대중 참여적인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전주미디어영상센터 영시미에서 시민들과 함께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는 모습
대안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공동행동’ 섹션에서는 미디어운동사례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평상필름의 신태섭 동의대 교수의 해임과 언론장악에 대한 <우리 교수님 이야기>영상과 전주미디어영상센터 영시미가 촛불집회 당시 시민들과 함께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12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워크샵은 세계정세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경제위기와 미디어정세에 대한 토론과 대안 미디어운동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계획들이 제안되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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