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신임 사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1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과 2대주주 기획재정부, 3대주주 포스코, 4대주주 KBS가 차기 사장으로 김영만 후보를 추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김영만 후보는 서울신문 출신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시절 언론특보를 맡은 바 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김영만 후보 내정에 동조한 우리사주조합장 탄핵 투표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신문 사태의 발단은 ‘차기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작됐다.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회의를 열어 정재룡 금융소비자뉴스 회장, 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이목희 서울신문 상무이사 사장 후보 중 김영만 후보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회의에는 서울신문 1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의 이종락 조합장(33.39%/2014년 9월 30일 기업공시 기준)과 2대주주 기획재정부 오광만 과장(33.28%) 등이 참여했다.

서울신문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김영만은 누구?

▲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는 23일 서울신문 제31대 사장으로 김영만(58) 스포츠서울 전 대표이사를 추천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김영만 후보는 서울신문 경제부장 출신으로 광고국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이사를 거쳐 스포츠서울21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이렇듯 언론인의 길을 걷던 김영만 후보는 돌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내면서 정치색을 드러냈다. 그 후, 경남FC 대표이사를 맡으며 논란을 야기했다. 현재는 위키트리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신문 차기 사장에 김영만 후보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사내에서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지부장 류지영)는 노보를 통해 “‘3명의 사장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뽑아야 한다면 김영만 후보만큼은 막아달라’는 입장이었다”며 “김영만 후보가 과거 서울신문 재직시절 회사의 가장 큰 병폐였던 ‘사내정치’를 이끌어 온 대표주자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신지역과 학력, 근무 부서를 기준으로 ‘자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 줄세우기에 나선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지부는 “김영만 후보가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사내 정치라는 흑역사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김영만 후보는 서울신문 광고국장 재직(2000년~2001년) 시절 1억 원 유용 의혹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는 게 서울신문 지부의 설명이다. 김영만 후보는 2001년 4월 광고국장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이 났고, 곧바로 용처를 적어둔 장부를 모두 파기했다는 얘기다. 당시 김영만 후보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어 회사를 위해 없앴다” 또는 “상당 액수는 광고국 전 직원들이 영업지원금으로 쓸 수 있도록 나눠줬다”는 터무니없는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서울신문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김영만 씨로부터 영업지원금을 받은 광고국 직원은 2~3명에 불과했다.

서울신문 사장 추천 과정에서는 김영만 후보의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신문지부는 “김영만 후보가 사원들에게 ‘사장이 되면 바로 월급을 50만원 씩 올려줄 수 있다’는 식의 문자를 보냈다”며 “전화로비 금지 규정을 어기며 사원들에게 전화 로비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만 후보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A씨는 “김영만 후보는 ‘자신이 사장으로 낙점 받았으니 잘 해보자’는 식의 뉘앙스를 계속 내비쳤다”고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낙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신문지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김영만 후보의 내정을 두고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MB 언론특보’ 이력이다. 서울신문지부는 “서울신문의 지분 구조 상 어느 정도의 정권 편향은 피할 수 없다 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언론의 공정성을 스스로 포기한 사람까지 사장으로 받을 수는 없다”며 “서울신문을 특정 정당의 당보를 만들 셈인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김영만 후보가 설사 ‘언론의 정도를 지키겠다’고 말하더라도 그가 살아온 이력을 볼 때 독자들이 과연 그를 믿을까. ‘국기게양식’ 해프닝으로 조롱받는 연합뉴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일 <MB 언론특보가 서울신문 사장?> 성명을 통해 “김영만 후보의 삶의 궤적을 살펴 보건대 서울신문의 미래는 물론 한국 언론의 미래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우리는 그동안 낙하산의 폐해를 보아왔다”면서 “다시는 언론잔혹사가 반복 되서는 안 된다. 김영만 씨는 서울신문에 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 이종락 조합장 탄핵 투표 돌입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차기 사장으로 김영만 후보가 내정되면서 ‘우리사주조합’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대주주로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에 참석한 이종락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뜻대로 김영만 씨를 막는데 최선을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김영만 후보 내정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사실상 1대주주의 권한을 버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신문지부는 현재 이종락 사주조합장에 대한 ‘탄핵’ 투표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신문지부 류지영 지부장은 “이종락 조합장은 김영만 후보를 사장으로 받은 것과 관련해 ‘이철휘 사장이 비밀리에 연임하려는 걸 막기 위한 것’이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주조합원들이 박봉에도 사주조합대여금 이자까지 내가면서 1대주주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구조상 서울신문이 추천한 후보가 사장이 되기는 어렵다고 해도 사장 선임과 경영 등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이종락 조합장은 조합 이사들과의 약속을 깨고 정부 측 2·3·4대 주주의 ‘김영만 몰아주기’ 쇼에 동참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오는 17일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후보로 낙점된 김영만 사장 후보에 대한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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