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못한 변명과 망할 놈의 변명엔 차이가 있다. 전자엔 안타까움이, 후자엔 욕지거리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고야 어떤 사람이든 저지를 수 있는 것으로, 반성과 사과·용서가 이어지면서 세상사의 궤가 돌아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노림수 뻔한 사건과 변명을 눈물어린 반성으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방송인 강병규와 그와 얽힌 사건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고사가 담긴 사자성어로 한발 물러서서 바라봤다.

▲ 강병규 ⓒ SBS 도전1000곡 홈페이지
# 환골탈태(換骨奪胎)

방송인 강병규의 터닝포인트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씨름선수에서 개그맨을 거쳐 방송인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강호동과 비견되면서, 스포츠맨 출신 엔터테이너 성공기의 롤모델을 이어가는 듯 싶었다.

1991년 이후 프로야구 무대에서 투수로 이름을 얻은 그는, 2000년 KBS ‘시사터치 코미디파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만 해도 선수협 관련설 등이 강병규에게 꼬리표가 됐고, 그의 의기에 박수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런 만큼 연예계로의 터닝포인트에도 힘을 실어줬다. 기대를 품은 강병규 역시 자신의 끼를 한껏 발휘했다.

야구를 그만 둘 무렵 출연한 ‘서세원쇼’에서 4명의 싱글인 여자 연예인들과 인상적인 토크쇼로 관심을 받은 그는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그만둔 KBS2 ‘비타민’에서는 6년간 진행을 맡아왔다.

# 자승자박(自繩自縛)

강병규는 ‘예능 핀치히터’에서 일약 ‘예능 붙박이 주전’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런데 인생사는 어차피 희비쌍곡선이다. 올라왔을 때 내려갈 걱정을 해야 하는데,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듯 싶다. 성공은 자신감으로, 자신감은 오만함의 단초를 제공했을까?

2008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의 국민 혈세낭비로 지탄받던 강병규는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반복된 변명으로 사람들을 열받게 했다. 사실 구설은 혈세 낭비 논란 이전부터 강병규의 주변을 맴돌았다. 지난 올림픽 기간 중 불거진 MBC 야구중계 해설 취소 논란이 그것인데, 당시 수차례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짧은 변명과 잠행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악의적 보도를 했다며 일부 매체의 기자회견 참석을 막기도 했다. 이런 대응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됐다. 네티즌들은 올림픽 응원에 대한 강병규의 솔직한 사과 한마디를 듣고 싶어 했는 데, 결국….

# 설상가상(雪上加霜)

연예인 응원단의 혈세낭비 논란으로 뒷걸음을 치던 강병규의 발목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최근 터진 연예인 도박 사건은 그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 버렸다.

두 사건에는 개연성이 없다. 하지만 강병규의 도덕적 측면을 강타하기엔 충분했다. 연예인 응원단의 혈세낭비 논란에 이어 인터넷 도박사건에 연루되면서 강병규는, 더이상 퇴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궁지로 몰렸다. 최근 강병규와 얽힌 두 가지 사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꼬리를 무는 사건에 변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2억원의 혈세 낭비, 4억원의 도박 손실, 16억원의 도박 경비는 그와 얽힌 논란에 눈꼬리를 치켜뜨던 사람들의 눈을 아예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그 액수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사면초가(四面楚歌)

‘고스톱도 치지 못한다’던 강병규 측의 해명은 유행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음주 사고를 일으킨 한 연예인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횡설수설이 한때, 황당 유행어로 회자됐던 것과 다르지 않다. 바로 ‘고스톱은 못치지만 바카라는 한다’가 그것이다.

그런데 도박 사건은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실명 통장으로 왔다갔다한 돈 액수가 ‘도박단’ 규모 정도이고, 이 탓에 ‘도박장 개설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억원을 송금했고 12억원을 돌려받았다는 정황이 ‘사실’인지 ‘음모이론’인지, 구르고 구르던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건이 여기까지 이르니, 강병규 역시 변명을 접고 잠행을 택했다. 검찰 출두도 18일 오후 2시께 비밀리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토해 놓은 이야기들이 ‘결자해지’가 될지, 누구 말이 옳던가 ‘사필귀정’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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