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째 증시 폭락과 환율 급등이라는 롤러코스터가 미디어를 휩쓸고 있다. ‘위기’란다. 그런데 이 위기, 왠지 낯익다. IMF의 경험 때문일까? 아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항상 ‘위기’였다.

그래서 ‘위기’는 때때로 익숙한 환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언제나 지금이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떠들어왔다. 지금은 ‘위기’인가 아니면 위기 ‘담론’이 소비되는 시대인가? 자본주의의 ‘위기’는 항시적이다. 분명한 것은 ‘위기’ 담론은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위기’를 강조할 때만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이고, ‘위기’를 떠드는 미디어는 언제나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스>는 앞으로 10회에 걸쳐 당신이 이번 금융 ‘위기’에 궁금했지만, 차마 미디어가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에 답을 내놓으려고 한다. 이 안내서의 지식인은 ‘사회진보연대’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강탈, 폭력을 통해 극복하려는 신자유주의 금융·군사세계화를 반대하고, 반전·반신자유주의 대안세계화, 노동권·여성권 쟁취, 민중 민주주의 건설을 기치로 노동자·농민·여성 주도의 대안세계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회운동 단체이다.(www.pssp.org)

'신경제'로 칭송되던 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이 2000년 말 IT거품의 폭발로 끝났습니다.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대대적으로 인하했습니다. 과거 케인즈주의 시대의 경기부양책이 정부의 직접지출(적자재정)이라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중앙은행의 이자율조정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이자율(금리)이 낮아지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고, 따라서 소비가 진작되고 주식시장이 부양된다는 논리입니다. 2000년부터 금리를 급속히 내리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1년 말에 9․11테러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금리를 1% 수준으로까지 인하해서 사실상 제로금리로 만들었습니다.(2000년 5월 6.5%에서 2001년 12월 1.75%, 2003년 6월 1.0%)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낮은 금리로 인해 형성된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부의 불평등한 배분으로 미국에서 하위계층의 가계소득이 늘지 않았는데, 신용창출을 통해 가계부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편법이 등장하게 됩니다. 다양한 대부서비스 상품개발, 신용카드, 신용을 통한 주택의 구입 등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발전합니다.

이자율이 매우 낮아지자 미국인들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부동산 매입에 나섰고, 부동산 가격이 급속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1년 이후에는 신용등급이 좋은 프라임 고객 뿐 아니라, 등급이 낮은 알트-A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불량한 신용기록이나 낮은 신용등급, 높은 부채부담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된 주택담보대출을 가리키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2001년 이후 발행액이 급속히 증가해 2001년에 1,900억 달러로 전체 모기지 발행액의 8.6%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6,000억 달러에 이르러 전체 모기지 발행액의 20.1%에 달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발행이 급증한 것은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신용평가기법의 발달, 모기지의 증권화 때문입니다. 1995년 미국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니맥과 패니메이는 신용등급을 평가받은 모기지를 구입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도 신용평가 기법이 도입되고 발달했습니다. 그 결과 원하는 모두에게 신용평가를 토대로 적정한 가격을 붙여 자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시 이를 '신용의 민주화'로 평가했죠.

'민주화'를 달성할 재원은 증권화를 통해 세계적 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금을 처리하고 모기지 대출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이전에는 대출상담조차 거부했던 모기지 브로커나 대출기관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앞 다투어 대출을 해주겠다고 판촉을 했습니다. 저소득층의 모기지 대출이 늘어났고, 2000년 이후 주택가격의 상승이 이를 더 부추겼습니다. 결국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0년 이후 80%가량 상승했고, 미국의 가정은 8조 달러 정도 장부상의 부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초반의 경기침체가 끝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서, 2004년 4월 1.0%에서 2006년 6월 5.64%까지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상승했는데, 특히 여유 자금이 부족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의 원금과 이자 연체가 늘어난 것이죠. 또한 금리가 올라가면서 주택에 대한 투자의 매력이 상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해서 주택 가격이 2006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주택에 대한 차압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되었습니다. 마침내 부동산 거품이 폭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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