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거리에 자리잡은 상점들은 늘 리모델링 중이다. 장사가 망해서 주인까지 바뀌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가게로 변신을 한다. 그래야 주목을 받고 살아남게 되나 보다. 오래된 가게, 촌스럽고 싼 물건, 친절했던 그 아주머니, 추억이 남아있던 길은 사라져간다.

종로 큰 길가에 자리잡은 사진 속 가게도 요즘 업종을 변경 중이다. 며칠 전부터 'Coming soon'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도너츠와 커피를 판다는 외국 유명 체인점이 여기에도 또 문을 여는 모양이다.

아직 새 간판이 달리지 않은 자리에는 예전 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초기에 벽에 새겨진 간판이었던지 오래된 느낌이 난다. 외국도서 및 정기간행물 수입전문 매장이라는데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책과 관련된 전문 매장은 고사하고 헌책방이나 작은 서점, 슈퍼마켓들은 주택가 동네에는 물론 대형 도심 거리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콩다방, 별다방으로 불리우는 대형 커피 매장, 각종 편의점들, 그리고 읽기도 어렵고 발음도 안되는 외국어 이름을 가진 빵집과 카페가 길 건너 마다, 모퉁이를 돌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다.

돈 많은 외국 회사의 '비싼' 매장과 대형 체인점들이 한집 건너로 번져가는 이 거리에서 사람들은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점심 시간마다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은 똑같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똑같은 도너츠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고급' 매장들이 점령한 큰 길의 안쪽, 좁은 골목마다 수십년째 낡은 간판을 달고 생선을 굽는 아주머니,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아저씨의 모습은 리모델링 중인 도시 안에서 점점 낯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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