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는 돈과 방송 프로그램을 맞바꾼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MBN은 4000만원을 받고 <다큐M> ‘백수오의 재발견’ 편을 1월 20일과 2월 22일 그리고 3월 19일 재방송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백수오를 먹고 건강이 호전됐다는 광고성이었다. MBN 방송에서 백수오는 검은 머리를 희게 하고 탈모를 치료하며 복부비만을 줄여주고, 오십견, 갱년기 우울증, 빈뇨감에 효과를 줄여주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으로 소개됐다. MBN의 재방송이 나가는 당일 유사한 시간엔 홈쇼핑 방송이 따라 붙었다. 현대홈쇼핑과 홈앤쇼핑, GS홈쇼핑에서는 ‘백수오궁’, ‘본백수오’ 등이 판매됐다.

▲ MBN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4000만원을 받고 '백수오 편'을 재방영 해주기로 업체와 계약한 내용이 나온다. 재방영이 되는 시간 홈쇼핑에서 백수오를 팔았다. 이 커넥션에 대해 MBN측은 "내용을 모른다"고 발뺌했다.

뿐만 아니다. MBN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가짜 백수오로 문제가 된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설명이 있다. “판매호조 및 홈쇼핑 매출도 늘어나는 추세로 공격적인 마케팅은 당분간 지속 예상”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또 다른 건강식품판매 업체인 서천식품의 경우, CJ홈쇼핑에 런칭 준비중인데 홈쇼핑 MD 측에서 PPL 진행여부를 계약조건으로 걸었다는 내용도 있다. MBN의 방송프로그램이 홈쇼핑, 광고주와 묶여 있었음을 입증하는 내용이다.

MBN이 ‘백수오의 재발견’을 재방송한 날 무수한 홈쇼핑 채널에서 백수오를 판매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MBN은 홍보하고, 홈쇼핑은 MBN의 홍보를 근거로 물건을 팔았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가짜'였다. 이른바 '백수오 사태'에 MBN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 MBN '다큐M'의 '백수오의 재발견' 편

MBN 김달중 부장, “심의위원들의 지적이 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27일 MBN <다큐M> ‘백수오의 재발견’ 편과 ‘자연치유의 기적, 와송의 비밀’ 편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백수오 사태에 MBN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자리였다. ‘와송 편’도 유사한 경우다. MBN미디어렙 영업일지를 보면, 일동생활건강 측과의 계약으로 MBN <다큐M> ‘와송 편’이 제작·방영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지에 아예 “홍보예정”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방통심의위 ‘심의’는 광고주->MBN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영-> 홈쇼핑 런칭으로 이어지는 건강식품 판매 경로가 적절한 것인지, 방송의 책무를 묻는 심의가 됐다. 의견진술을 하기 위해 출석한 MBN 예능국 예능제작2부 김달중 부장은 뻣뻣했다. 시종일관 “방송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방통심의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MBN 김달중 부장은 “‘와송’ 편과 관련해 “새로운 농가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와송에 대한 효능과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방영됐다”며 ‘과학적 검증 여부’와 관련해 “국내 수많은 연구 논문을 통해 항암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KBS에서도 뉴스를 통해 효과가 소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사례자 이 씨가 이해관계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와송의 식이요법만으로 암을 극복했다는 게 아니라 방사선 치료를 같이 병행했다는 멘트도 나갔다”며 “식품만으로 치료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호전됐다는 부분에서는 ‘개인의 경험’이라고 자막고지했다”고 설명했다. MBN이 인터뷰한 사람은 ‘한국와송협회 회장'의 손윗동서였는데, MBN은 “가족관계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내용상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BS 뉴스에서도 이 씨가 사례자로 소개됐단 점을 강조했다.

▲ MBN '다큐M' 와송 편

‘암환자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진 와송’ 등 단적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는 심의위원들의 지적에도 MBN 김달중 부장은 “와송을 약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표현에 신중을 기하라고 해서 ‘식품’이라고 명시했다”고 답했다. 그는 “와송이 항암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규정이 됐고 뉴스에서도 나왔다. 보편적 상식선에서 다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심의위원들의 지적이 잘못됐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이 ‘(와송을 먹고)거짓말처럼 악성 종양이 사라졌다’는 나레이션을 지적하자 “어떤 말이든 그 워딩만 자르면 그렇게 들린다”며 응수했다. 사례자를 소개할 때, 첫 부분에 방사선 치료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와송을 먹고 완치됐다고 강조를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부작용은 왜 소개를 안 했느냐’는 지적에는 “보도 프로그램이라면 객관성을 위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이야기할 텐데 교양 프로그램이다. 메시지 전달에 집중을 한 것으로 와송이 식품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작용을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교양프로그램은 객관성을 안 지켜도 된다는 뜻이냐”며 “또한 와송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에는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고 부작용 등 불리할 때에는 식품이니 상관없다고 말한다”고 아전인수식 답변을 비판했다. 그러자 MBN 김달중 부장은 “와송을 먹고 죽지 않는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방통심의위, 백수오 사태에 대한 방송의 책임을 묻는 심의가 진행되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들어있는 부당 협찬 의혹을 지적했다. 함 심위위원은 “(MBN을)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사회적 물의를 많이 일으킨 백수오과 와송 등이 MBN 방송이 끝나고 얼마 있다가 홈쇼핑에서 제품으로 판매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MBN 프로그램을 보고 ‘백수오를 어떻게 사지?’라는 생각이 들 때에 홈쇼핑에서 나오면 그것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라고 홈쇼핑 연계 가능성을 말했다. 이어 “MBN이 방송에서 ‘이걸 먹으면 낫는다’라는 식으로 내보내고 있었다”고 홍보 효과를 지적했다. 함 심의위원은 특정 기업과의 밀착 의혹도 말했다. 와송이 “콩나물, 갈치 등과 다르게 일반 사람들이 재배해서 섭취할 수 없는 것이고 특정 회사에서 제품화한 것이다. MBN 프로그램에서도 (상품화된)‘환’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 MBN '다큐M' 재방송 이후 혹은 도중 현대홈쇼핑과 홈앤쇼핑, 현대홈쇼핑,GS홈쇼핑 등에서 백수오가 판매됐다

MBN 김달중 부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백수오 편’과 관련해서는 “2013년 SBS에서 방영됐던 프로그램에 대한 재방영권을 구매한 것”이라며 “(사회적으로)논란이 된 것은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가짜백수오’가 문제였던 것이다. 방송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있고 그것을 저희가 강제할 수는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것 또한 “MBN에서 답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김성묵 소위원장은 MBN의 태도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질타하며 “백수오 사태가 났는데 MBN은 ‘내가 불을 질러놓고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김 소위원장은 “백수오 제품이 20만원 대로 고가에 팔리는 부분에 MBN 프로그램이 기여한 게 크다”며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MBN 김달중 부장은 거듭 지상파 원죄론을 제기했다. “지상파에서 같은 내용을 했는데 저희 쪽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냐”며 “(심의위원들의 지적은)사례자를 (가족관계 등)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고 상품화된 것은 방송소재로 부적합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공격적인 태도까지 취했다. 의견진술 과정에선 이례적으로 고성이 오갔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MBN에서는 SBS의 프로그램을 사와서 재방 몇 번 튼 것을 가지고 왜 그러냐고 하는데, 방송이 나간 후 곧바로 홈쇼핑에서 백수오가 판매됐다”며 “이를 두고 ‘저희는 (백수오 등의 효능이)좋다고 방송을 했고’, ‘홈쇼핑 등 판매까지 확인을 해야 하느냐’는 답변은 무책임하다. MBN <다큐M>과 홈쇼핑 방송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자. 홈쇼핑 채널에서 ‘MBN에서 방송 보셨죠’라고 나온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수오 사태의 책임이 MBN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함 심의위원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고의성이 있는 것은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며 “(돈을 받고 계약에 따라)백수오 제품 판매 목적으로 MBN에서 재방송을 하고 홈쇼핑에서 ‘그 방송 보셨죠’라면서 제품을 팔았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KBS 뉴스9의 백수오 홈쇼핑사들의 환불 관련 리포트

그 같은 지적에 MBN 김달중 부장은 “(심의위원들이)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달리 해석하시는 것 같다”며 “(백수오 효능 등 방송은)팩트이고 홈쇼핑 런칭과의 연관성 여부는 제작부장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홈쇼핑 연계됐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고 부인했다.

결국, MBN <다큐M>에 대한 ‘심의’는 의결보류됐다. 방송프로그램이 특정 제품의 판매를 돕기 위한 상술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데에 심의위원들이 입장을 같이 했다. 방통심의위는 홈쇼핑과의 연계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 가운데, 객관적 자료를 더 찾겠다는 계획이다. MBN의 고압적인 자세에 ‘중징계’가 불가피하단 공감대가 형성됐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MBN 방송 뒤 곧바로 홈쇼핑 런칭은 (계약에 의한)고의로 봐야 한다”며 “정황을 놓고 고의로 죽인 것 같다고 인정하는 판례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냄새가 난다”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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