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정면 비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노건호씨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대표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노건호 씨는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며 포문을 열었다.

노건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보는 것 같다”면서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건호씨는 “사과, 반성, 그런 거 필요 없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라”면서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의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권력 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키고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 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하면 이 엄중한 시기에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하는가”라고 발언했다.

또, 노건호씨는 “국체를 좀 소중히 여겨 달라. 중국이 30년 만에 저렇게 올라왔다. 한국 30년 만에 침몰하지 말라는 법 있는가”라면서 “정치를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라”고도 발언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건호씨의 이와 같은 발언에 추도식에 참석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청중들은 노건호씨 발언에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일부 추도객들은 추도식 이후 김무성 대표가 퇴장하려 하자 아유를 보내며 물병을 투척했다.

여당 대표가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주기와 4주기 행사 때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각각 참석한 바 있지만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은 김무성 대표가 유일하다.

관계자들은 파장을 일으킨 연설문을 노건호씨가 직접 작성했다고 전하고 있다. 전날 중국에서 귀국한 노건호씨는 김무성 대표의 추도식 참석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주변 인사들과의 상의 없이 스스로 원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친노·비노 갈등 양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추도식에서 사회를 맡은 김은경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이 내빈 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자 일부 추도객들이 야유를 보낸 것이다. 이들은 추도식에 참석한 김한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너만 살겠다는 거냐”, “한길로 가야지”라며 소리를 질렀다. 박지원, 안철수 의원 역시 일부 추도객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의 이름을 앞에 두고 친노·비노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면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등 떠나신 분들은 이제 놓아드려야 한다. 그 분들의 이름으로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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