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KOBA(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 2015 컨퍼런스 <스마트미디어 시대, 효과적 대응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방송사업자의 구조로는 변화된 시장을 돌파하기 어렵다”며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KOBA(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 2015 컨퍼런스 <스마트미디어 시대, 효과적 대응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미디어 변동과 방송시장의 미래> 발제를 맡은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변동 상황 사례를 먼저 소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선형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binge viewing(binge는 폭식, 과식하다 라는 뜻으로 binge viewing은 콘텐츠 ‘몰아보기’를 의미)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와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대중화되면서 생긴 경향이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미국 내 넷플릭스 보급률은 41%에 달한다.

강정수 연구원은 “이제는 방송뉴스조차 몰아보려고 한다. 인터넷으로 짬짬이 뉴스를 소비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저녁뉴스를 보려고 하는 니즈(needs)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광고매출은 2년 연속 하락 중이다. 강정수 연구원은 “이것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현상인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경제 상황이 괜찮았던 북미나 유럽의 광고매출도 최근 3년 새 하락했다. 방송광고 시장 사이즈는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 온라인 광고가 축소되는 상황을 의미하던 ‘summer gap’이 깨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름철에 휴가를 떠날 때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다른 읽을거리를 챙겨가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 시장이 축소됐던 과거와 달리, 이제 휴양지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2013년 여름을 기준으로 페이스북 모바일 광고는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PC 광고는 정체 현상을 겪고 있으나 모바일 광고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활약하는 곳은 2013년 기준으로 구글(46.6%)과 페이스북(40.5%)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의 성장이 무섭다. 강정수 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이미 우편번호별로 맞춤 광고를 할 수 있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 소녀시대 좋아하는 사람들 등 각각의 취향에 맞는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며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부터 (모바일 광고) 일일 400억뷰를 구축하고 있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유튜브를 추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페이스북은 방송과 언론을 모바일 영상광고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모바일 매체로 시청자들이 이동하고 광고주가 이동하고 있으니 방송광고 시장은 급속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국내 방송사업자들도 상대방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력, 비즈니스 모델, 규제, 다양성 보장 등을 어떻게 할지 새 밑그림 짜야”

강정수 연구원은 “현재 방송사업자의 구조로서는 앞으로 변화된 시장 돌파하기 어렵다. 광고 비즈니스에서 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90%에서 50%로 줄었는데, 다른 수익원을 못 찾은 상태에서 이 50%마저 줄면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러 가지 정책적 판단에서 전반적으로 새로운 밑그림을 짜야 한다. 인력, 비즈니스 모델, 규제, 공공정책으로서의 다양성 보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며 “다만 방송사업자들이 그간 누렸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는 등 전반적인 성찰이 없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방송사에서도 스마트미디어나 OTT 등에 대해 장기적이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을 할까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될지를 정해야 한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 지킬 필요가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남표 위원은 “한류라는 것 자체가 대개는 우연의 산물이다. 우연히 잘 만들어진 것이 우연히 밖으로 나가 우연히 돈을 만들어온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수익 창출을 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자국에서 충분한 재생산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글로벌 마켓에만 신경 쓴다면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규제당국의 문제인데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어떤 선을 정해 두고 이 안에서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실천해 보라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실제로는 산업 자체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용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경제구조, 투자, 노동력조차도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이걸 무시하고 로컬 사이클만 유지할 유인이 있느냐”며 “국내 광고 내수에 의존하는 것을 지금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광고시장의 한정된 모델을 바꿔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용수 과장은 “특히 지상파들이 니치, 디지털미디어그룹, 유통 등에 대한 전반적 밑그림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유료방송 가입자 대상으로 했을 때 시청자들이 특정 채널 콘텐츠만 선호하고 요구한다면 (그렇지 못한 곳의) 기획력 문제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방송사가 인력 면에서 R&D 구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흥수 KBS 기술기획부장은 “10년 전 KBS 직원이 6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4500명 정도”라며 “저희도 지난 10년 간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분하는 걸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거의 바꿨고 인력 상당 부분을 콘텐츠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 기수 선발과 예능 전문 PD라든지 인터넷 뉴스 전문기자라든지 변화된 환경에 맞는 필요한 전문가 경력직을 나름대로 채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큰 그림 그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지상파가 받는 비판처럼 저희가 지금은 10년 전처럼 공룡화된 조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미래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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