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필' 선언(관련 기사) 후 잠잠해졌던 사이버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이 지난 11일 정보당국에 의해 신원이 밝혀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의 관심은 이른바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네르바의 신원 자체보다는 그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알려졌는지에 모아지고 있으며, 정보를 제공한 게 포털 다음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수사 여부와 위법사항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비관적인 주가 예측 등 허위사실 유포'와 '유인촌 장관과 전여옥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네티즌은 '미네르바를 처벌하려면 그에 앞서 기상청 예보 하는것들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 올해만 해도 기상청 허위 유포 예보로 손해본 국민들이 5천만명이 넘어섰거늘 ㅉㅉㅉ', '공개적으로 주가 3000 갈 거라는 이명박 대통령 말만 믿고 피해 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등의 글들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 등 정부부처는 미네르바에 대한 정체 파악 의지를 드러냈을 때도, 이에 맞서 많은 네티즌들은 자신의 닉네임을 '미네르바'로 바꾸면서 그의 신변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아고라에 미네르바 '살해 위협' 소문이 돌 때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켜내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11월 12일자 매일경제 2면.
그러나 네티즌으로부터 보호 아닌 보호를 받아오던 미네르바는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신원정보가 알려지게 되었다. <매일경제>는 지난 11일 미네르바의 신원은 '나이는 50대 초반에 증권사에 다닌 경력과 그리고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정보를 알려준 정보당국 관계자가 신상확인 과정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미네르바에게 정확한 통계자료와 정부 입장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대강 누구인지는 알아봤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 쪽은 "정부가 영장을 제시하면 통신법에 따라 회원의 로그 기록이나 이메일을 열람시켜 줄 수 있다"며 "다만 미네르바에 대해 정보 당국이 수사를 요청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인터넷신문 <이데일리>가 보도했다.

현재 미네르바의 신원 정보 노출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확인 해 줄 없다"라는 입장이다.

하루 평균 천여건 넘게 가입자 정보 수사당국에 넘겨져

▲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통신자료제공' 관련 자료

그러나 수사기관은 맘만 먹으면 손쉽게 미네르바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가입자 인적사항을 제공한 건수는 231,234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1천건이 넘는 가입자의 인적사항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의해 제공되었던 것이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59,3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나 증가했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로부터 가입자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에 근거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통신비밀의 보호)

③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제1항, 제4항 및 제5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개정 2002.12.26, 2007.1.3>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6. 이용자의 가입 또는 해지 일자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통신사업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 쪽의 이야기"이며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았을 땐 수사 종료 뒤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의무조항과 처벌조항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상반기에만 네이버와 다음의 총 3306개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실제 이메일을 주고 받은 당사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하도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에 유리하지 않은 경제전망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미네르바의 신원정보를 들여다본 정부가 이들 법안에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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