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 강행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토론 전문 사이트 민주주의2.0 자유마당 게시판에 쓴 '한-미 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라는 글에서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조기 비준 무용론을 펼치며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해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국제적인 금융제도 재편 논의 과정에서) 미국도 그리고 다른 나라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 FTA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고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며 "폐기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준을 서두르면 협상을 무효로 돌릴 위험이 있다는 논리다.
그는 또 "(내가)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거나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내 입장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는 것이 실용주의이고, 국익외교이며, 이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FTA를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EU도, 중국도, 인도도, FTA를 하지만 이들 나라가 모두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된 바 있는 '신자유주의 정부'라는 비판과 관련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왜곡되고 교조화되고, 그리고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논평을 통해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미국 통상일방주의의 결정판인 FTA식 사고방식 자체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마당에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만들어진 한미FTA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함을 자백하는 게 더욱 솔직한 태도 아니겠는가"라며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반대로 "비준을 안하고 기다리는 것이 유연해 보일 수 있지만 국격(國格)은 말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국익을 위해 국회가 먼저 비준을 해놓는 게 좋고, 그렇게 되면 완전한 재협상까지는 안갈 것이며 미국측도 국가간 약속을 완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선 비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닉네임 '파인트리'는 "한국은 그동안 재벌중심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결과를 이끌어내고, 그에 상응하는 손해는 농민들이 전부 뒤집어쓰고 있었으나, 오바마 취임 이후 그 구조가 바뀔 것을 걱정한 나머지 부시 남은 정권기간 중에 한미FTA를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닉네임 '비주류'는 "노공이산님의 발언이 또 어떤식으로 조중동에 오를지 걱정이 앞선다"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걱정하며 "약자가 대다수인 2008년 대한민국에서 자유무역의 바람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그 사회적 치료 비용은 FTA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보다 확실히 클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포털 다음에 전송된 노 전대통령의 '재협상' 주장을 다룬 기사에는 몇시간 사이 1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2.0 발 한-미FTA 논란이 사이트 개설 취지에 맞게 '집단지성'을 발휘해 낼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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