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뜨겁게 달궜던 세기의 대결, 우주 최강의 경기가 나올 듯했던 세계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은 엄청난 기대만큼이나 큰 실망으로 끝났습니다.

어제의 스포츠 빅 이벤트, SBS가 중계했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세기의 대결’은 시청률만 15%를 기록했습니다. 11시부터 시작해 무려 2시가 넘도록 이어진 중계방송,-물론 기다림이 절반을 더 넘었습니다- 복싱팬들은 물론, 기대가 컸던 많은 시청자들은 이 경기 뒤 무수한 불만을 쏟아냅니다.

▲ ​팬들부터 많은 복싱스타들까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한 세기의 대결
역대 최고액이란 이슈로 형성된 뜨거움은 이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을 더했는데요. 일부에서는 ‘세기의 졸전’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 그만큼 아쉬움은 컸습니다. KO까진 아니더라도 난타전과 치열함을 예상했던 팬들에겐 맥 빠진 경기가 이어졌으니 말이죠.

내용 면에서 든 아쉬움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수준. 하지만, 어쩌면 그 시시함은 예상됐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두 선수의 경기 스타일에서 이런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입니다. 인파이터라는 파퀴아오로선, 점수 관리를 하며 빠르게 피하는 메이웨더를 상대로 고민은 많았을 터. 판정까지 이른 경기는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났고, 파퀴아오는 채점 결과에 순응하지 못합니다.

▲ 역대 최고의 유료시청자들과 함께했던 이번 빅매치!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의외로 실망스러운 경기의 사례도 많았단 점. 걸린 돈과 높은 관심도가 꼭, 높은 경기 수준을 보장한다 하긴 힘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매치 전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복싱 경기도 그러했는데요. 1997년,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빅매치는 핵이빨사건으로 귀를 깨문 타이슨의 실격패로 끝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지상파로 중계를 볼 수 있었기에 차라리 다행(?)일 지경, 가구당 10만 원 정도의 유료시청을 해야 했던 미국의 상황은 참담할 정도라 여겨집니다. 유료 시청자들의 시청문제로 인해 경기 시간이 지연되며 중계의 늘어짐도 불만에 올랐습니다만, 중계팀의 속사정을 생각하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던 어제 경기였는데요. 어쩌면 그 길었던 기다림이 아쉬움을 더 깊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관심도, 이름값, 매치에 쏠린 돈의 크기가 경기 수준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 특성부터 여러 가지 사정상 이런 경기에 대한 예상이 가능했다는 점. 결코 이것만으로 복싱의 전부를 판단하긴 힘들지만 또 복싱이란 이런 경기도 있다는 걸, 그 모든 이해와 변명도 가능하다는 걸 한번쯤 생각하게 한 세기의 대결. 어찌됐든 아쉬움의 여파는 길게 남을 듯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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