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강조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일 수 있다. 특히, 매번 포맷을 달리하는 특징의 예능이라면 초심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프로그램이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초심은 10주년 기념으로 시청자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특집인 ‘무인도 편’에서 시도됐다.

10주년을 기념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난 무인도 상공경도에서 펼쳐진 멤버 5인의 섬 탈출기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자력으로는 나올 수 없는 구조. 애초 가능하지 않은 탈출에서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요구한 것은 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멤버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섬에 내려져 먹을 것을 구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뚜렷이 목표를 이룰 수는 없어도 그 목표를 위해 달리는 멤버들의 초심은 그간 보이지 않았던 노력이기에 보여주는 의미는 남다를 법했다.

매번 힘든 대형 특집에서 감상적으로 우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도 했지만, 막상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해도 몸은 초심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 그들. 그래서 중간중간 논란도 있었던 것이다.

길과 노홍철이 초심을 유지했다면 문제의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며, 제작진은 그 자리를 메우겠다고 어설피 대국민 투표를 시작해 시청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그려낸 현재의 자화상은 이렇듯 애처롭다.

이런 상황에 제작진과 멤버들의 초심 다지기가 중요한 것은 당연. 문제는 초심을 다진다는 것도 논란이 있는 이들이 다시 돌아와 내부를 재정비하고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여건상 현 상황에서 그것까지는 바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무한도전>이 초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실 희박해 보인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초심을 잃은 이들이 함께하는 그림, 그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멤버를 더해 달라진 현실에서 과거 마음가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내부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냉정히 말해 초심으로 복귀는 당장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특집은 초심 다지기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을 메시지에 넣어, 여전히 우리 모두는 잊고 있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낸 특집으로 의미는 깊다. 의미상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 노력은 가상하고, 앞으로도 그 초심 찾기를 응원하고 요구하지만, 균형적이고 가족 같았던 과거 <무한도전>의 정겨움은 소통이라는 덫에 걸려 방해를 받는 시점이기에 온전히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현재는 소통을 가장한 불통의 모습도 엿보인다. <무한도전> 10년 팬으로 가장 당황스러운 시절을 목격하고 있기에 초심으로 회귀할 수 있다 장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이번 <무한도전> 10주년 기획 ‘시청자가 보고 싶은 특집 1위’ 무인도 편은 재미도 풍부했고 의미도 깊었지만, 온전히 빠져들지 못한 이유에는 가슴 아픈 현 <무한도전> 상황이 오버랩돼서다.

초심으로 돌아가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열정의 멤버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좋기도 했고 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초심 찾기에선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 10주년이라는 기념으로 시기상 시도해 봐야 할 특집이라지만, 이는 미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만 새롭게 한다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주년 <무한도전>이 이어지는 10년을 위해 준비할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그것이 선행돼야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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