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맞대결 일시와 장소가 확정됐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는 5월 3일 오전 11시가 이들이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된 시간이다. 그리고 세기의 대결이 벌어지게 되는 장소는 미국 라스베이가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다.

복싱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온, 그리고 오랜 기간 기다려온 그 꿈의 경기가 마침내 열리게 된 것.

이들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들이 어느 체급에서 어떤 타이틀을 걸고 경기를 갖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타이틀전이면 어떻고 논타이틀전이면 어떤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복서 두 명이 한 링에서 승부를 가리는 일이 현실이 됐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봤다. 일단 체급은 웰터급(66.7kg)이다. 메이웨더는 현재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 챔피언이고, 파퀴아오는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기는 WBC-WBO 웰터급 통합타이틀전이 된다.

메이웨더는 선수생활 19년간 통산 전적 47전 47승(26KO) 전승을 달리며 WBC 웰터급과 슈퍼웰터급, 세계권투협회(WBA) 웰터급, 슈퍼웰터급 타이틀을 석권한 통합 챔피언이다.

적중률 높고 빠른 펀치뿐 아니라 어깨로 상대 주먹을 방어하는 숄더 롤(shoulder roll)을 앞세운 수비능력은 메이웨더에게 경기를 치른 뒤에도 얼굴이 깨끗한 선수라는 의미의 ‘프리티 보이(pretty boy)’라는 별명을 안겼다.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 석권의 위업을 달성한 파퀴아오는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이자 아시아 복싱의 영웅이다.

왼손잡이 인파이터로 파워 넘치는 연타능력이 전매특허인 파퀴아오는 통산 전적은 64전57승(38KO)2무5패로 무패의 메이웨더에 비해 전적 면에서 흠이 있다.

과거 세계챔피언이 즐비하던 시절과는 달리 세계챔피언의 계보가 끊긴 기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그러는 사이 ‘인기’를 논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침체된 국내 복싱계의 상황을 떠올려 볼 때 웬만한 경기였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케이블 채널로도 보기 어려웠겠지만 이 경기만큼은 지상파 채널인 SBS에서 중계한다.

참고로 이 경기는 현재 세계 39개국 48개 방송사에서 중계가 확정된 상황이다.

사실 과거 1980년대 국내 프로복싱이 장정구, 박종팔, 유명우 등 불세출의 복서들의 존재로 인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국내적으로 복싱의 인기가 높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국의 훌륭한 복서들의 경기를 국내 TV채널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빈 헤글러, 토마스 헌즈, 슈거레이 레너드, 존 무가비, 훌리오 세자르 차베즈, 아론 프라이어, 마이크 타이슨 등 세계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로 꼽히는 복서들의 역사적인 경기들을 1980-90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복싱팬들은 국내 지상파 채널을 통해 수시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복싱을 좋아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를 SBS가 중계하는 것은 국내 복싱팬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 복싱계에도 고무적인 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한국 복싱의 부활을 간절히 기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경기는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경기 당일 모든 것이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경기 이후 각종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각종 뉴스와 뒷이야기로 한동안 그 여운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 여운을 국내 복싱계는 복싱의 인기 부활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 배영길 /AK 프로모션 제공
당장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 한 달 후에는 한국 복서인 배영길의 WBC 미니멈급(48㎏이하) 세계타이틀 도전이 예정되어 있다.

범아시아복싱협회(PABA) 플라이급(-51kg) 챔피언인 배영길은 오는 6월 2일 태국의 방콕에서 37전 전승(12KO)의 챔피언인 완헹 메나요틴(태국)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링에 오른다.

메나요틴이 자타 공인 최강자로서 30대 중반의 복서인 배영길에게는 다소 버거운 상대지만 국내 미디어를 통해 프로모션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대중의 관심을 복싱에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외국에서 활동 중인 우수한 한국계 복서의 활약도 국내에 소개가 될 수 있도록 복싱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카자흐스탄 출신의 ‘하프 코리언’ 게나디 골로프킨이다. WBA 미들급 챔피언이자 WBC 미들급 잠정 챔피언인 골로프킨은 32전 전승(29KO)이라는 엄청난 전적을 지닌 챔피언이다. 특히 자신이 치른 14차례의 세계타이틀전을 모두 KO승으로 장식했다는 점에서 세계 복싱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세계 복싱팬들 사이에서 현재 가장 훌륭한 복서로 꼽히는 선수가 한국계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골로프킨의 경기를 국내 TV채널로 볼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골로프킨은 오는 5월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14년 복시노 토너먼트 우승자인 윌리 몬로 주니어(19승 6KO 1패)와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 2주 후다.

2015년의 봄은 한국 복싱계에게 있어 오랜 빙하기를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고 있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세기의 대결, 골로프킨의 타이틀 방어전, 그리고 배영길의 세계타이틀 도전까지 2015년 봄에 펼쳐지는 세 차례 복싱경기는 그동안 UFC, 로드FC 등 종합격투기에 빼앗긴 격투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상황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이다. 이 기간 중 복싱을 어떻게 프로모션 하고 복싱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과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홍 회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 그리고 이후 두 차례 중요한 경기들을 마중물로 복싱 인기 부활이라는 큰 물줄기를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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