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주년이 딱 한 주를 남겨두고 있다. 2015년 내내 회자되던 무도 10주년이 마침내 다음 주인 것이다. 무도는 이 10주년을 가장 뜻 깊게 맞을 방법을 시청자에게 물었다. 최악의 특집과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특집을 SNS를 통해 의견수렴을 했다. 최악의 특집은 대체로 수긍할 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특집 1위는 멤버들조차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의 의외였다. 그것은 바로 무인도 특집이었다.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요량으로 제작진은 세트 뒤에 승합차까지 준비해두었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당일 촬영은 보류되고 한 주 뒤에 녹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실제로 무인도 특집을 했던 필리핀으로 간 것은 아니었고, 헬기와 모터보트를 이용해 인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무인도에 멤버들을 내려놓았다. 아니 버렸다.

잔인한 제작진은 재촬영인데도 멤버들에게 턱시도와 정장차림을 요구했고, 그런 번듯한 차림으로 봐줄 사람 하나도 없는 서해바다 외딴섬에 버려진 무도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복장이 아니었다. 1박2일을 무인도에 머물러야 하는 멤버들에게 제작진은 아무 것도 주지 않고 알아서 생존하라며 그냥 사라져 버렸다. 바닷가에 굴이 지천이고, 섬 안쪽으로 가면 칡이 많다는 정보만 알려줬을 뿐이다.

이 정도면 정글의 법칙보다 더 혹독하다. 정글의 법칙은 최소한 따뜻한 곳이라 수렵과 채집이 용이하지만 한국의 4월이라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다. 결정적으로 김병만도 없다. 물론 그대로라면 예능이 아니라 연예인 학대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당연히 김태호 PD는 멤버들과 밀당을 준비했고, 그 밀당의 신호는 바닷가에 하얀돌로 커다랗게 SOS를 쓰라는 것이었다. 이를 주기적으로 오가는 헬기가 발견하고 김태호 PD에게 전달한다는 형식이었다.

이때 정준하가 묘한 애드리브을 던졌다. 김병만하고 차승원을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정준하의 애드리브였으니 별다른 리액션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후 생각지도 못한 무인도 특집의 결정적 순간의 불씨가 됐다. 정준하도 몰랐고, 멤버들 누구도 몰랐을 결과였다.

섬을 찾아 헤매던 멤버들은 칡은 찾지 못했어도 제작진의 말처럼 바닷가에서 굴은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먹는 쪽에 인맥이 넓은 정준하가 지인에게 확인한 결과 4월의 굴은 식용으로 적당치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멤버들은 돌을 모아 SOS를 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한 사람은 빼고다. 바로 박명수.

박명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혼자서 뭔가를 만들더니 낚시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저 처음에는 항상 엇나가는 박명수의 나홀로 신공이 발휘된 것에 불과했다. 그런 박명수에게 멤버들은 불만을 가졌지만 유재석은 박명수에게 낚시를 해보라고 보냈다. 그런 박명수를 보고 유재석은 기발한 애드리브를 던졌다. 박명수는 단독 코너로 명수세끼를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대세였던 차승원을 더 대세로 만들어준 삼시세끼 패러디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삼시세끼 패러디가 아니라 분명 실속도 없을 것이 뻔한 박명수에 대한 디스가 담긴 은유적 패러디였다. 정준하가 별 생각 없이 던졌던 차승원의 힌트가 박명수의 돌출행동과 유재석의 재치로 아직 큰 웃음을 주지 못한 무도 10주년 기획의 하이라이트가 된 순간이었다.

의외였지만 시청자들이 무인도 특집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한 것은 무모한 도전 식의 초심을 보고 싶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무도 멤버들은 제작진과의 밀당 속에서 과거의 무인도 특집에 버금가는 무도의 원초적 예능감을 십분 발휘해낼 것이다. 그렇게 초심을 찾아 나선 무인도에서 무도 멤버들은 그 10년의 내공으로 무도의 힘, 무도의 완력 패러디로 크게 한 방을 터뜨려 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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