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 로비를 폭로한 이후 검찰이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까지 구성해 수사에 나섰지만 언론 보도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표명 이후에도 이완구-성완종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는 증언과 정황이 쏟아지고 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이 ‘1억 전달자’ 윤아무개씨를 회유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 측을 흔들며 “장부가 어딨냐”고 묻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23일 성완종 전 회장의 비서실장 이아무개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고, 박아무개 전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있었던 성완종 특별사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관계를 두고 정부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다투는 모습이지만 결국 이런 흐름은 ‘국무총리 자진사퇴’ 정도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수습하는 정치적 거래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요구로 특검을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귀국 전후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조선일보 1면 <이완구, 成수사 수시로 체크했다> 최재훈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 4면 <李총리가 전화한 검찰 고위직원, 성완종에게서 청탁 받은 혐의도> 최재훈 윤주헌 기자
▷동아일보 4면 <檢, 李총리-成회장 ‘3000만원 動線’ 복원… 관련자 곧 소환> 장관석 조동주 정윤철 기자

사의를 표명하고 칩거 중인 이완구 국무총리는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이완구 총리에 대한 정보를 계속 흘리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공개 당시 충청지역 정치인에게 십수차례 전화를 걸어 성완종 전 회장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캐물었을뿐 아니라 인척인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수시로 검찰 수사 상황을 알아본 정황마저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고(故)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이후 인척(姻戚)인 검찰 일반직 고위 공무원에게 수시로 수사 상황을 알아본 정황이 나와 그 간부가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며 검찰 특별수사팀은 서울의 한 검찰청의 사무국장 A씨를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이 총리가 검찰 간부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강요했다면 직권 남용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수사관 출신인 A국장은 2009년 서기관으로 승진해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사건과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돼 있다”며 “이 총리의 외가 쪽 인척이며, 성완종 전 회장이 이끈 ‘충청포럼’에서도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국장은 성완종 전 회장과도 접촉했는데, 성 전 회장 휴대전화에는 A국장의 음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국장의 통화내역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완구 총리와의 통화기록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A국장이 성 전 회장이 숨진 지난 9일 이후 이 총리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포착했다”며 “A국장과 이 총리는 평소에도 통화 기록이 있으나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국장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성 전 회장과도 자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은 조선일보에 “이 총리에게 물어본 결과 총리 본인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으며, A국장과 동향인 총리 주변의 한 인사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팀은 비서실장을 긴급체포하고 최측근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장부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 이 총리와 성완종 회장의 동선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조만간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 1면 <홍준표 측근들, 돈 전달자 윤씨 만나 회유 시도 “홍 지사 못만나 보좌관에게 1억 줬다고 해달라”> 정환봉 이경미 최상원 기자
▷한겨레 3면 <1억 전달과정 흐리려고…홍준표쪽 ‘보좌관에 떠넘기기’ 정황> 이경미 정환봉 기자
▷연합뉴스 <홍준표 “측근통해 윤씨 회유 운운은 좀 과한 얘기”> 창원=김영만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혐의도 짙어지고 있다. 애초 성완종 전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에 한나라당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활동했고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아무개씨를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고, 윤씨 또한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지사의 측근이 윤씨에게 접촉해 증언을 번복하라는 식으로 ‘회유’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 정황은 윤아무개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홍 지사의 측근이자 현재 경남상도 산하 기관장으로 있는 ㄱ씨는 최근 윤 전 부사장과 만나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한겨레는 “ㄱ씨는 지난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할 당시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를 만나지 못해 ㄴ보좌관에게 대신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홍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ㅇ씨도 최근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사자들의 해명은 황당하다. ㄱ씨는 한겨레에 “윤 전 부사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를 걱정하는 전화를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홍 지사와 관련된 것은 (대화 내용에)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ㅇ씨 또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지난 11일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가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맞다고 얘기하기에, ‘안 받은 걸로 하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건 안 되죠’라고 하더라”며 “그걸 회유나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건 그 사람 생각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검찰 주변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당사자들 가운데 홍 지사가 ‘사정권’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유일하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사람이 존재하고,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검찰의 조처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지사가 측근들에게 말 맞추기를 지시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홍준표 지사는 ‘전달자 윤아무개씨 회유’ 보도에 대해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만났을 수가 있다. 그러나 회유 운운하는 건 좀 과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준표 지사는 도청 출근길에 “윤씨 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 내 주변에도 좀 있어요”라면서 “원래 윤씨는 친박 연대도 같이 하고 이래 가지고 처음 밝힌 대로 내 측근이 아니고 누구 측근인 줄 여러분 아실 거예요. 그 의원님(서청원 의원) 밑에서 같이 참모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제 주변에 많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아마 걱정하니까 ‘진상이 뭐냐’며 알아보려고 만났을 수가 있다. 이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몰라요. 그건(회유) 좀 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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