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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메, 기죽어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0.21 22:49

   
 

10월 21일 일요일 KBS <빅마마>의 한장면이다.

KBS <빅마마>는 MBC <환상의 짝꿍>과 함께 일요일 오전에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편성시간도 적당해서 <환상의 짝꿍>이 마지막 승부를 가릴 때쯤 채널을 돌려도 되고, 최종승자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보고 틀어도 한두코너는 제대로 볼 수 있으니 아쉬움이 없다.

특히 <빅마마>는 지난 5월 6일 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번 다양한 코너를 시도해 눈길을 모으는 중이다. 개그맨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어린이가 나와 자기 또래 친구들의 상담을 해줬던 '개구쟁이 상담소'도 신선했고, '퀴즈!지혜의 샘'도 육아에 관한 상식들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위대한 임신' 코너가 눈에 띈다. 남성들이 24시간동안 임신부 체험을 하게 해서,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나, 미혼 남성, 미혼 여성 모두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체험자들이 임신부들이 지켜야할 수칙들을 지키지 않으면 벌칙을 주는 방식도 코너의 취지에 잘 맞는다.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실제 태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딱하나 '김성수, 김창렬의 아빠수업' 코너는 가끔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의아하게 느껴진다.  

이 코너는 육아에 있어 아빠의 비중이 중요하므로, 김성수와 김창렬을 통해 아빠들이 자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알려준다는 취지다. 김성수의 딸 혜빈이는 이제 돌을 넘었고, 김창렬의 아들 주환이는 이제 제법 자라서 육아에 관한 정보도 차별성 있게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법같은 기초적인 정보부터 아이들과 애착을 형성하는 방법, 건강관리법, 놀이하는 방법 등 부모들이 고민하는 여러가지 정보들을 준다.

하지만 소재가 고갈된 것인지 점점 연예인들의 일상이 많이 나오는 평일 오전 주부프로그램과 유사해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아이들이 매번 등장한다는 것 뿐이다. 악동이미지가 강했던 두 남자 연예인의 이미지만 좋아졌다.

보고 있으면 '음메 기죽어'가 나온다. 9월 16일과 9월 30일 방송에는 바쁜 스케줄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한 창렬가족과 성수가족이 푸켓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1일 방송에서는 김창렬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줘서 좋다며 아들과 함께 마술을 배웠고, 김성수는 딸의 방을 예쁘게 꾸미는데 도전했다.

또래의 아들, 딸을 둔 평범한 부모들이 이 코너를 보면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혹은 지난 여름휴가 때 정체된 도로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뒷통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방송이 끝나고 아이들이 "아빠, 나도 저 마술 배우고 싶어요"하고 말할까봐, 관련 사이트를 찾아봤다. 마술도구는 싸게는 몇천원에서 비싼 것은 몇십만원을 훌쩍 넘겼고, 심지어 학예회 대비 마술도구 세트도 팔았다. 광각렌즈를 쓴건지 그 자체로도 웬만한 집 거실보다 더 커보이는 아이방은 왜 예쁘게 다시 꾸며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 더구나 아이는 이제 돌을 갓 지났지 않았나.

과거에는 CF가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줬다.  집에 정원이 있고, 거기에는 파란 잔디가 깔려있으며, 주말에는 잔디위에 예쁜 천을 깔고 앉아 나무 바구니에 담겨있는 바게트를 먹으며 환하게 웃는게 행복처럼 보였다. 심지어 다른 집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이제는 TV가 아이들의 신체발달, 정서함양, 지능개발을 위해 돈을 써야 좋은 부모라고 대놓고 가르치는 분위기다. 애들도 다른 집 부모들은 육아와 자녀교육에 얼마를 쓰는지 훤히 꿰고 있다.  

아무래도 이 시간에는 아이들을 다시 재우거나 심부름을 보내야 겠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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