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경인TV(사장 주철환) 창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경인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가 OBS와 체결한 ‘시·도민주 공모’에 관한 업무 제휴를 지난 4일 해지하기로 했다. 방송위원회의 OBS 재허가 추천 조건 중 하나로, 자본 감시·견제를 위해 마련된 ‘시·도민주 공모’가 무산됨에 따라, 다음 재허가 추천 심사 때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임시사옥 ⓒOBS

창준위가 업무 제휴를 해지한 이유는 OBS 사측이 ‘열악한 경영상황’을 들어 최종 단계에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경영상황에 놓인 회사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자를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지 않으며, 진짜 속내는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시·도민주가 발휘할 ‘자본의 감시기능’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경인TV(OBS 전신)에 대한 조건부 허가추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4월 5일. 재허가 추천 조건에는 △소유와 경영 분리 △시·도민주 1백억 공모 △특정종교 편향 방지 △편성의 독립성 확보 등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10년 4월 OBS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하게 되며, 지난해 허가추천 당시 조건 이행 여부를 주요한 심사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SBS의 경우, 지난 2004년 재허가 심사 때 ‘세전 순이익 15% 사회 환원’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허가 추천이 보류된 바 있다.

현재 OBS는 시·도민주 공모 이외의 부분에서도 재허가 추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노·사가 잠정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일방파기해 ‘소유와 경영 분리’를 어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 9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으나, 사측은 지노위 조정안마저 거부한 상태다.

또, 사측은 지난해 8월 창준위와 시·도민주 공모에 관한 업무 제휴서를 체결했으나 열악한 경영상황, 법률적 위험성 등을 이유로 최종절차만을 앞두고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도민주 공모를 위해 지역민 7825명이 내놓은 기금은 약 10억원에 이른다.

창준위는 지난 4일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초기 방송사로서 절호의 기회인 시·도민주 공모를 OBS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OBS는 현 경영상황이 어렵다면서 시·도민주 공모를 지연해왔다”며 “발기인으로 참여한 분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도 있으므로 우리는 OBS와 체결한 시·도민주 공모에 관한 업무 제휴서를 해지한다”고 밝혔다.

창준위는 또 “OBS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며 “OBS와 OBS의 대주주는 창준위와 창준위에 기금을 납부한 많은 발기인들에게 시·도민주 공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같은날 창준위는 시·도민주 공모 기금 반환에 대한 내용을 발기인에게 통보하고 반환에 들어갔다.

▲ 방송위의 OBS 재허가 추천 조건이 담긴 문서.

이에 대해 OBS 사측 관계자는 “개인적으론 안타깝지만, 당초 사업계획대로 모든 게 다 이뤄졌으면 시·도민주 공모도 진행됐을 텐데 방송권역이나 광고수입 등이 당초 사업계획보다 미흡해서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시간 안에 경영이 정상화돼 증자 기회가 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경영이 어려워서 도저히 (시·도민주 공모를) 할 수 없다”며 “지역민들이 OBS에 투자했을 경우 최소한 원금이 보전된다거나 재산이 늘어나거나 해야 하는데, 경영전망이 불투명해 시민들한테 부담을 드리면서 주식을 공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인중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iTV 정파 후 개국까지 3년여간 ‘경인지역 민영방송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부르짖으며 투쟁해왔는데,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 중 하나인 시·도민주 공모가 무산돼서 매우 실망이다”며 “경영상황이 어렵더라도 이미 모아진 10억원이라도 시·도민주로 전환하는 것은 경영상황과 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창준위 집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도 “회사가 시·도민주를 공모하는 것에는 법률적 문제가 없고, 경영사정이 굉장히 어려운데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돈을 쓰지 않겠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시·도민주가 들어와서 자본 감시기능을 할까봐 (사측이) 핑계를 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수 창준위 집행위원장은 “OBS가 경기지역 시민들을 저버렸다”고 일갈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의 변화 등 객관적인 외부환경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OBS는 스스로 내부의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갖추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은 결국 개인(최대주주)의 독단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앞으로도 시·도민주 공모를 요구하겠지만 다매체 시대에 굳이 OBS만이 지역 미디어의 유일한 대안일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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