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4일자 지면에서 “북한이 2일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사진이 ‘연출’됐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사진공개 당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사진이 지난달 사진처럼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연출 가능성을 일단락했으나, 동아일보는 오늘자 2면 <김정일 ‘축구경기 관람사진’ 꼬리무는 의혹>에서 △북한사진답지 않은 구도 △너무 자연스러운 내용 △간부들의 웃는 표정 등을 내세워 사진의 연출 가능성을 의심했다.

▲ 동아일보 11월 4일자 2면
하지만 동아일보가 제목을 <김정일 ‘축구경기 관람사진’ 꼬리무는 의혹>이라고 강하게 뽑은 것과 달리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사에는 정작 ‘꼬리를 무는 의혹’이 없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사진이라는 증거인 먼 산의 단풍을 찍기 위해 노출 값을 외부 배경에 맞추는 바람에 사진 속 수행원들의 얼굴이 검게 보이고, 간부들이 수첩과 필기구를 들고 있지 않고 이례적으로 모두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는 것.

그러나 평소와 다른 구도와 간부들의 표정만을 가지고, 곧바로 ‘연출’로 단정짓기엔 심하게 무리가 있다. 동아일보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문제의 김정일 위원장 사진은 ‘연출’이 아니라 ‘사진문법의 변화’일 뿐이고, 동아일보의 ‘의혹 제기’는 ‘텍스트 해석’이 제 자리다. 적어도 ‘연출’이라고 이름붙이려면 지난 7월5일자 <중앙일보>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 사진 기사처럼 기자가 시민으로 둔갑하는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 중앙일보 7월8일자 2면.
그렇다면, 여러 전문가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가운데 과연 이 주장을 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뿔싸. 동아일보 사진부에 속해있는 변영욱 기자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변 기자 말고 다른 사진 전문가 얘기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고작 자사 기자 한명의 주장이 ‘꼬리를 무는 의혹’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동아일보는 변 기자에 대해 “북한 언론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찍은 ‘1호사진’ 분석으로 북한대학원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올해 ‘김정일.JPG’를 펴낸 김정일사진 분석 전문가”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제목인 ‘꼬리를 무는 의혹’이 무색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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