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시즌 초반 예측은 적중한 적이 별로 없어 사실 신통치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런 전문가들의 시즌 예측에서 기아 타이거즈는 올 시즌 하위권에 포함됐다. 해태시절부터 쌓아온 야구명가의 자존심이 구겨질 상황이기는 하지만, 딱히 반박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올 시즌을 맞은 기아의 속앓이라 할 것이다.
그런 기아가 개막전부터 놀라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광주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서 작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엘지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더니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일 인천 행복드림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도 기아는 3 대 0 완승을 거두었다. 그것도 SK의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개막전 이후 기아의 승리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는 브렛 필의 좌전 짧은 안타에 최용규는 선취득점에 성공했고, 이는 그대로 승리득점이 됐다. 이쯤 되니 야구팬들은 이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최용규는 지난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데뷔 8년 만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자체로도 감격할 일이었지만 이 경기에서 최용규는 3루타를 기록해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최용규에게 안치홍의 군입대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기아의 센터라인이 큰 걱정거리였다. 이대형까지 KT로 이적한 상황에서 2루수와 중견수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직 기아의 센터라인이 확정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개막 3경기에서 보인 최용규의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에서의 활약은 안치홍을 대신할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부럽지 않은 프로야구의 나라다. 그런 만큼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지난 시즌의 서건창이 딱 프로야구에 필요한 기적의 사나이였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우리들에게 서건창은 하면 될 수 있다는 꿈에 젖을 수 있게 했다. 올 시즌도 많은 신인들이 스타의 꿈을 품고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그들을 포함해서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펼쳐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이 서른에 기회를 잡은 최용규에게서 또 다른 미생 신화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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