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가 공시청설비 규칙을 개정,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청설비를 통해 위성방송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위성방송사업자와 케이블TV업계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위성방송사업자 쪽은 이번 방침이 시청자들에게 매체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기 때문에 사업자들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케이블TV 쪽은 유료 방송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불붙게 되면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유료 방송시장 자체가 위기감에 빠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13일 스카이라이프 김용범 정책협력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이 <미디어스>에 “케이블TV업계의 제 발 저린 억지 주장”이라는 글을 기고했는데, 김우진 CJ케이블넷 경영지원실 홍보팀장이 20일 이 글에 대해 반론을 보내왔다. <미디어스>는 토론과 논쟁의 활성화를 기한다는 차원에서 이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또 다시 특정사업자를 위한 특혜정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SMATV 허용을 위해 합리적 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MATV 규칙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MATV 허용문제는 근본적으로 전송수단에 따라 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구분하는 방송역무 규정에 관련된 것이다. 이는 SMATV 도입 허용이란 기술관련 규칙 개정에 앞서 방송역무를 규정하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는 단순히 이번 MATV 규칙 개정을 감행해 MATV 설비를 통한 위성방송 전송을 가능하게 했다.

▲ 티브로드, CJ케이블넷, HCN, C&M, 큐릭스 등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청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정은경
이는 한 마디로 위송방송사업자에게 유선방송사업의 역무를 허용한 조치로, 현행 방송법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론 유료방송시장을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에 다름아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유선 케이블망을 통해, 위성방송사업자는 위성 무선국을 이용해 방송신호를 전달하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얘기다.

정통부는 SMATV 허용의 명분으로 시청자의 매체선택권을 확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MATV 허용은 역설적으로 매체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굳이 방송역무를 따지지 않더라도 종합유선방유선방송사업자가 사용하고 있더라도 시청자가 위성방송을 원한다면 접시안테나를 설치해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SMATV 허용으로 위성방송사업자가 MATV망을 사용하면 케이블TV는 서비스가 불가능해 케이블TV를 원하는 시청자가 역으로 매체선택권의 제약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인 KT와 함께 저가공세로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나면 매체선택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저가 출혈정책은 있을 수 없으며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하겠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KT 초고속인터넷을 신청하면 스카이라이프가 공짜’라며 버젓이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고민해 볼 문제도 있다. 매체의 선택권이란 표면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방송을 선택해 볼 권리를 말하지만, 매체간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없이 이 방송이나 저 방송에서 똑 같은 프로그램만 있다면 결국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가격경쟁 밖에 존재할 것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바로 콘텐츠 산업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산업이 공멸로 향하는 길을 걸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특정사업자를 위한 특혜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정통부가 주장하는 시청자 매체선택권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정통부는 SMATV 허용정책에 대해 재검토 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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