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윤석민(29)이 1년 만에 한국 무대로 유턴했다.

지난 5일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와 4년간 90억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2억5천만 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윤석민은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윤석민은 "최종 결정은 내가 했다. KIA 관계자가 직접 미국으로 오시는 등 나를 위해 애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복귀를 결정했다"며 "후회하지 않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몸을 잘 만들어서 빨리 (KIA홈)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2013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한 윤석민은 작년 2월 13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보장 약 557만5000달러(약 59억 원), 보너스 포함 최대 약 1300만 달러(약 138억 원)의 계약에 합의했다.

▲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친정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윤석민. <<연합뉴스 DB>>
그리고 볼티모어 구단은 닷새 뒤인 18일 “볼티모어가 윤석민과 3년 계약을 했다. 윤석민은 볼티모어 역사상 첫 한국인 선수가 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계약 내용.

당초 알려진 바로는 첫 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보장된 계약인 것을 알려졌으나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계약 첫 해에는 메이저리그 보장이 아니고 2015시즌부터 메이저리그를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이에 대해 윤석민은 당시 "물론 첫 해부터 메이저리그가 보장됐더라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해 부상 전력과 성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석민은 또 기자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뛸 수도 있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묻자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도 "한국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겠지만, 난 걱정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고, 올해도 어떤 무대이든 적응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고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윤석민의 바람이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볼티모어와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데다 비자 문제까지 겹쳐 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면서 부상 후유증을 털어낼 수도, 경기감각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도 없었던 것.

결국 윤석민은 작년 시즌 볼티모어의 40인 로스터에는 진입했지만, 실제 경기에 뛰는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시즌 막판에는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됐다.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도 부진했고, 컨디션 조절이나 여러 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었다.

윤석민은 작년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선발로 뛰며 23경기에서 4승 8패, 평균자책점 5.74로 부진했다.

특히 메이저리그로 콜업 될 수 있는 기회에서 부상자 명단에 오르거나 부진한 피칭을 펼침으로써 점점 빅리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다 보니 슬슬 2015 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가 계약내용대로 순순히 윤석민을 메이저리그에 올릴 것으로 보지 않는 전망이 늘어갔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전망은 현실이 됐다.

▲ 투수 윤석민이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은 후 생각에 잠겨 있다.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결별한 윤석민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대 규모인 4년 90억원의 조건에 친청 KIA 타이거즈로 복귀한다. ⓒ연합뉴스
볼티모어 구단은 작년 7월 31일 윤석민에 대해 '지명 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사실상의 방출 수순이었다.

'방출 대기' 신분이랄 수 있는 지명 할당 신분에 놓인 선수는 10일 이내에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계약하거나 원소속팀과 새롭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야 하는데, 10일 동안 다른 구단과 입단 계약을 맺지 못하고 원소속 구단과 마이너리그 계약에도 실패하면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다른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민에게 볼티모어 이외에 갈 곳은 없었다.

윤석민은 일단 괌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기회를 노렸다. 지명할당 이후 다른 팀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볼티모어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기량을 검증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가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쇼월터 감독의 말대로 윤석민은 볼티모어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 명단에 빠졌다. 시범경기 출전이 가능한 마이너리그 미니캠프 명단에서도 윤석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윤석민은 마지막까지 미국 무대에서 다른 기회를 노려볼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현지에는 KIA 관계자들이 가 있었고, 윤석민의 국내 복귀를 설득했다. 윤석민도 윤석민이었지만 KIA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

2015 시즌을 대비한 전지훈련지에서 가진 연습경기에서 평균 10실점 이상을 기록한 KIA에게 윤석민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 결국 양측 모두 안고 있는 절박함이 마지막 순간 통하면서 윤석민의 길고도 짧았던 메이저리그 도전은 멈춰졌다.

2005년 KIA에 입단한 이후 2013년까지 303경기에 나서 73승 59패 44세이브,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 등 4개 부문 1위를 독식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투수 반열에 올랐던 선수다.

윤석민을 영입함으로써 KIA는 일단 윤석민-양현종이라는 훌륭한 ‘원투펀치’를 선발진에 놓고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친정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윤석민. <<연합뉴스 DB>>
윤석민 역시 첫 미국 무대 도전을 실패로 돌아갔지만 국내 무대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 3년 뒤 30대 초반의 나이에 다시 한 번 외국 무대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무대에서 실패한 투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버페이’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KIA가 이번에 윤석민과 계약하면서 보장한 90억 원은 작년 11월 SK 와이번스 최정이 팀 잔류를 결정하며 사인한 4년 86억원을 넘어선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대 규모 FA 계약액이다. 2015시즌 연봉을 기준으로 해도 12억5천만원으로 투수 중 최고 연봉자이며, 김태균(한화 이글스·15억원)에 이어 전체 2위다.

많은 연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윤석민의 연봉에는 그의 현재 실력에 대한 ‘현재가치’ 외에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반영되어 있다. 그가 지금까지 KIA 구단의 선수로서 기여한 가치와 국가대표선수로서 구단과 연고지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구단의 마케팅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가치’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된 몸값이라는 의미다.

이를 감안할 때 윤석민에게 KIA 구단이 지불한 몸값이 지나친 것인지 여부는 지금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

사실 KIA 팬들에게는 윤석민의 우울했던 지난날이나 ‘오버페이’ 논란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의 피칭을 챔피언스필드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현실이 즐거울 뿐…

팬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 스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지금 윤석민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은 일단 용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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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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