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협상이 지난해 말 타결됐다. 혹자는 ‘기회’라고 하지만 방송산업 부분에서는 ‘위기’감이 더 크다. 중국자본에 의한 방송시장의 잠식에 대한 우려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 우상호 간사는 “한중FTA는 100% 위기”라며 “중국은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콘텐츠 규제 일변도이다. 콘텐츠를 배급해야할 통로들이 다 막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간사는 “반면, 중국 자본에 우리나라는 100% 오픈돼 있다. 한중FTA는 한국 미디어 상황만 더 열악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전망했다. 한중FTA로 인해 방송분야 기본협상에서 △드라마·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공동제작, △방송보호기간 강화(20년->50년), △보상청구권 등이 권고·명문화됐다. 향후, 양국은 공동제작 등에 대한 부속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6일 국회에서는 <한중FTA에 따른 방송환경 개방의 영향과 전망>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한중FTA가 거대한 쓰나미로 다가올 것”이라며 “단순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문화적 현안으로 봐야 한다. 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지만 사회적 공익과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공익’ 차원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 6일 국회에서는 <한중FTA에 따른 방송환경 개방의 영향과 전망>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공미디어연구소, 설훈 국회의원, 우상호 국회의원이 공동주죄했다ⓒ미디어스
“중국 시청자들을 위한 TV프로그램이 한국의 거실에서 방영된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은 한중FTA 방송분야 협정과 관련해 “한류의 현실은 정부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장밋빛 미래)과 달리 온전히 스타 개개인의 역량과 질 높은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자본의 한국 방송산업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직업군(배우, PD, 작가 등)과 제작사 등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제작 환경과 자체 경쟁력이 뿌리 채 흔들 수 있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또한 “우리 인력으로 만든 방송콘텐츠가 국내에 역수입되는 상황을 조만간 맞을 수 있다.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무엇보다 한중FTA에 대한 중국자본력에 따른 문화적 차원에서의 영향력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중국의 방송 투자·제작비용이 우리나라의 10배라는 것이 박 연구팀장의 진단이다. 규모의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박상호 연구팀장은 “우리나라 방송산업이 중국의 OEM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중국 자본 종속에 대한 위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박 연구팀장이 그린 시나리오는 암울했다. 현재로서 차이나머니의 유입은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PD와 작가 등에는 위기보다는 기회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는 달리 중국은 한국 콘텐츠 자체보다는 제작시장을 이용하려는 차이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소재의 드라마들이 중심적으로 제작·방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박 연구팀장은 “중국자본에 의해 한국드라마가 한국드라마인지 혹은 중국드라마인지 헷갈리게 될 수 있다”며 “한류라는 브랜드이미지 등이 반감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방영되는 방송 콘텐츠 또한 차이나머니에 영향에 따라 한국 시청자들이 아닌 중국 시청자들의 타깃으로 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 출연자들 역시 중국에서 인기 있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캐스팅될 가능성과 그로 인한 몸값 상승 우려 또한 제기된다. 황성연 방송학회 협력이사는 “차이나머니는 굉장히 무섭다”며 “중국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중국인들이 싫어해 특정 연예인을 캐스티앟??않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미래미디어연구소 이종관 정책연구실장의 진단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 실장은 10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기대와 우려는 4대6의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한중FTA 방송분야 협정에 대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종관 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2012년 이후 정체상태다. 타 시장 진출하려는 요인”이라며 “반면, 중국은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노하우를 배워가려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연구실장은 “방송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아직은 우월하다”며 “그렇지만 중국 자본이 한국에 빠르게 밀려들어오면서 자본력이 취약한 외주사, 제작인력 등 중국 유출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제작 인프라가 무너지거나 공동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정책연구실장은 또한 “한미FTA가 오는 15일 발효된다”며 “중국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PP시장에 들어올 경우 차단할 수 없다”며 “또, 유사한 방법으로 타 나라들이 중국법인의 컴퍼니를 교두보로 우리나라 제작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FTA협정에 따르면, 외국인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지분의 100%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한중FTA가 국내 방송환경의 갈등의 요인으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내부 갈등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한미FTA 발표와 한중FTA 체결 등의 환경에서 “공공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법철학이 절실하다”며 “중국자본에 맞서기 위해 규모의 경제로 대응해야한다며 규제완화일변도로 가버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외주사·지상파·규제기관, 제각각 ‘이견’, ‘갈등’

추혜선 사무총장의 “내부갈등” 발언은 외주제작 관련 ‘특수관계’ 비율 삭제 등을 둘러싼 지상파와 외주사간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날 토론회 역시 사업자 간 이해다툼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간의 미묘한 갈등 또한 그대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였던 박창식 의원이 미방위로 '진격'한 까닭)

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중국은 자국 내 콘텐츠에 대한 보호에 나서는데 노력하는 반면,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는 외주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박상주 사무국장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 계류중인 <방송법 개정안>(조해진 의원 대표발의)은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지상파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돈 되는 드라마의 경우 자회사를 통한 하청의 재하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 정책실장은 외주제작인정기준을 문제로 제기했다. 배 정책실장은 “현재 KBS <1박2일>과 SBS <런닝맨>은 방통위 기준에 따라 외주제작물로 인정받고 있다”며 “5가지 조건 중 3가지가 충족되면 외주제작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순수외주제작에 대한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방송협회 이선의 정책위원은 “방송제작은 지상파가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외주사와 같이 상생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위원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쓰나미에 대해서는 방송사와 외주사 간 공동의 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규제가 오래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의 이견도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 곽진희 편성평가정책과장은 “글로벌 콘텐츠 육성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게 있으면 그 부분은 폐지하자는 게 입장”이라며 “다만, 지원정책을 또 다르게 마련하자는 기조다. 특수관계자 비율 폐지에 대한 외주사들의 우려를 많이 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방송사가 ‘갑’으로 시장에서 △불공정행위, △하청에 재하청, △자회사 몰아주기 이런 우려에 대해 “사후 감독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는 감독할 권한이 없다”면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통위가 분쟁조정 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박용철 방송영상광고과장은 “방송사는 중국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힘 있는 방송사들이 중심이 돼 대응해야 한다고 나오고, 외주사들은 제작사들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립되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과장은 “하지만 우선순위는 있다”면서 “공정한 저작권 분배 그런 것들이 방송시장에 정착이 될 때에만 중국 자본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다. 그 다음 방송사 큰 규모의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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